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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노란 봄마중-겨울과 봄사이의 설중 복수초 복수초/차꽃 곽성숙 아가는 밖이 궁금합니다진즉부터 봄을 기다리는 아가는노랑옷을 입고빼꼼 밖을 살핍니다 아가야, 복스럽게 오래 살거라복되게 오래 살아야 한다 아가야,태어난지 엿새만에 언니를 떠나보낸 엄마는 내 이름을 복수라고 지었답니다 福壽,남자 인 줄 알았는데... 이름을 듣고 모두 웃었어요 언니의 복까지 많이언니의 날까지 길게살아야하는 나는, 마른 낙엽 빼꼼히 밀고 나와눈부시게 봄과 인사하는 복수초랍니다.        복수초의 꽃말은 '영원한 행복'또는 '슬픈 추억'이라고 하지요. 피었다가 어느새 보면 지는 꽃들,'슬픈 추억'이 더 어울리는 꽃말이 아닐까 싶네요.       노란 봄마중, 겨울과 봄 사이설중 복수초입니다.(2025년 2월 15일)        설 연휴 전부터 복수초가 몇 송이 올라왔다길.. 더보기
시가 있는 풍경-엄마의 바다 굴과 자장가/차꽃 곽성숙 엄마는 나를 그렇게 키웠어바다에 나가 굴을 캐고 갯벌을 달리고, 섬집아기를 부르며 나를 어르고 재웠어엄마를 생각하며 아이을 재우고 있었는데,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그때 딱 전화벨이 울렸지 아이, 막내냐? 내일 핑 왔다 갈래? 엄마, 뭔 일 있는가? 눈도 싸르르 오고 해서 굴 좀 캐러 나갔다 왔어야. 오메, 이 추운 날 그러다 감기라도 들면 어쩌려고 바다에 갔다요?찬바람이 귀때기를 때리고야어디 귀때기뿐이다냐빰때기도 씨게 때리더라만굴떡국 굴전 좋아하는 니 생각이 막 나서 가만 못있긋더라그래서 또 슬슬 나갔다 왔다근다고, 그것이 뭣이 중요하다고, 내가 안먹으면 그만인디 그랬다요?  긍께. 북풍한설 몰아쳐도 캤응께 내일 잠깐 다녀갈래? 아주 알이 .. 더보기
시가 있는 풍경-진안 동촌 정미소 떡하는 날/차꽃 곽성숙 네모난 빨래터 앞에는 초록 양철지붕을 한 방앗간이 있었어그애와 나는 뒤꿈치를 들고 곱발로 담벼락에 묻힐 듯몸을 붙이고 누가 오래 있나 놀이를 하곤했어그렇게 바짝 붙어 떡하는 기계소리, 엄마들의 웃음소리, 떡 찧는 소리를 듣는 걸 우리는 좋아했다니까점점 발이 저려와서 콧등에 침을 묻혀야 했지우리는 약속 없이도 노래를 불러댔어 그러다보면 어느새 방앗간에서는떡 연기가 멈추고 떡 익은 냄새가 나고엄마는 가래떡을 한 입 문 채빨간 대야 가득 이고 나오시지 "아이 막내야, 집에 가자" 그 사이 아빠의 짐발이 자전거나 큰오빠의 구르마로해가 막 지기 시작하는 순한 미루나무 흙길을 달려 집으로 가는 길은 흥이 났어저만치 돌아보면 그 담에서 바짝 내 등에 얹는그 애의 다정한 눈길을 지금도 기억해 방.. 더보기
시가 있는 풍경-능소화 골목 능소화 골목/차꽃 곽성숙 목까지 이불을 덮어주고 얼굴을 가만히 쓸어주는 기척에 설풋 깨어나는 것이 좋아엄마가 나가는 문소리가 싫어옷자락을 붙잡고 아프다고 할까그러다 뿌연 창문을 보았단다 눈이 내리는 것일까짙은 는개비 일거야해 뜨기 전 항상 엄마는 집을 나섰단다날마다 한결같이 그랬어차가운 철대문을 열고 어시장으로 향한순간부터 엄마의 하루는 길고도 고단했어 돌담 골목에는 여름내 피었던 능소화의굵은 뿌리들이 돌에 박혀 안심하고 있었어가로등에 다시 불이 켜지고도 한참 후, 비릿한 바다를 품고 엄마가 돌아오는 시간은 아직 멀었단다돌에 가지들이 박힌 능소화가 엄마를 반겨주려고 기다리니 얼마나 다행이야골목을 들어서면 손길로 그들을 쓰다듬는 엄마를 그들이 좋아하니 얼마나 다행이야 철대문 소리에나 겨우, 엄마다 소리치는.. 더보기
시간, 파도 그리고 기다림 위로/차꽃 곽성숙 온다라는 말, 돌아오겠다는 그 말씀,  꼭꼭 기다려라. 하신 그 말, 기억하고 있어요. 기다리고 있어요.  당신으로 하여 상처가 위안받고원망이 많이 눅어졌습니다.  눅진한 삶이거름이 되어 줄 것을 압니다.  전 괜찮아요.        장흥의 한적한 포구버려진 폐선들짧은 호흡으로~       긴 호흡으로 담아 봅니다       흐려지던 하늘 빛을 품은 긴 기다림...         온다는 약속만 있어도 기다림은 얼마든지 견딜만 하다... 차꽃 언니는 그리 말합니다.        물이 들어오는 시간..         나무뿌리까지 물에 잠길 줄 알았더니이쯤에서 멈춥니다.  다시 오라고 하는군요... 더보기
겨울의 한가운데 서서 봄을 기다리다 졸가리/차꽃 곽성숙 나무의 뼈들이, 뼈들의 자손들이막내까지 환히 보일 때12월, 그 나무의 뼈들을 경배합니다 바람과 바람이 지나는 길, 햇빛과 햇빛이 스미는 곳, 새들이 후드드드득 날아와 앉는 곳,  그 모습들이 선명하게 보여서그림자들이 분명하게 만나져서그 후련한 떨침이 평화로워서봄을 기다리는 내 마음이 두근대서당신께 가만히 속삭입니다 사랑해 사랑해요 사랑합니다. *졸가리-잎이 다 떨어진 가지 더보기
가을과 겨울 어디쯤, 서성이다 온 하루-구례 반곡마을 산수유 산수유/차꽃 곽성숙 환한 수줍음으로 왔었잖아요우리가 그 봄, 행복하지 안했던가요슬쩍 떠나시더니서리에 붉은 아이를 주시네요눈 오는 날, 황홀한 쓸쓸도 주시더라안으로 감싸도는 서글픔도 주시더라 찬바람 속을 키워낼 염려도거친 고난도그 시련 이겨낼 모진 사랑도 주시더군요 눈부심 보다 더 눈부심찬란함 보다 더 찬란함으로내게 남으신 당신이죠 거기 잘 있나요?  *사진은 반곡마을 계곡 위에 붉은 산수유 열매입니다.       한 주 전에는 구례 현천마을 산수유를 보고 왔었지요전날까지 눈이 내렸던 날, 산수유 위로 눈 덮힌 지리산의 봉우리를볼 수 있지 않을까해서 길 나서봅니다.  가을과 겨울 어디쯤, 서성이다 온 하루구례 반곡마을 산수유입니다.(2024년 11월 30일)       눈 덮힌 지리산과 붉은 산수유    .. 더보기
가을이라 쓰고 그리움이라 읽는다-거창 가조온천 황화코스모스 늦꽃/차꽃 곽성숙 속절없이 와아아아, 밀려오는 그리움처럼 가을,  영, 돌아오지 못하는가버린 사랑처럼 가을,  길을 걷다 후두둑,터진 눈물처럼 가을,  하염없이 사무치다.        가버린 사랑, 눈물, 그리움...  가을이라 쓰고 그리움이라 읽습니다거창 가조온천 황화코스모스입니다.(2024년 10월 12일)       파란하늘에 끝없이 펼쳐진 황화코스모스너른 꽃단지를 만납니다.  피고 지는 꽃들..         황화코스모스 색감이 이러했었나요?         진한 빛깔에 빠져들게 합니다.        노란 코스모스 벌판        간간히 다른 빛깔의 코스모스들이인사를 건네기도 합니다       벌들 날아다닙니다       코스모스와 꿀벌..                                .. 더보기
햇살과 바람과 꽃무릇이 찾아온 가을 환벽당 가을 환벽당/차꽃 곽성숙 친구와 걸터앉은 정자마루에 가을이 온다연방죽 꽃무릇에 앉아 놀던호랑나비와 가을이 온다지친 마음, 쉬어가려나 보다 멀리서 온 친구처럼가을과 쉬어가려나 보다허적하여 찾은 환벽당은 적조해서푸르름이 더욱 깊고햇살과 바람은 그저 좋다 하는데,  그곳에 해질녘 빛이무등산 정수리를 들이비출 때환벽당은 온전히 내게로 왔다.  *허적-텅 비어 조용하고 쓸쓸하다.       환벽당푸르름을 사방에 둘렀다는 정자...  가을 환벽당은 붉은 빛을 사방에 둘렀습니다.        햇살과 바람과 꽃무릇이 찾아온 가을 환벽당입니다. (2024년 10월 5일)        담양의 정자, 환벽당매화 피는 봄날, 비 내리는 여름 날, 꽃무릇 피는 가을 날, 눈 내리는 겨울 날, 찾고 또 찾게 되는 곳이지요.  환.. 더보기
고운 빛으로 물들이며 오는 가을-백양사 백양꽃 백양꽃 / 차꽃 곽성숙 그리움은 도무지 흩어질 줄 모르고 우르르르 몰려다녀요그리움은 참으로 길을 잃는 법이 없다니까요언제든 어디서든 어떻게든 찾아오잖아요 너무 힘들고 지쳐 꼬구라지기 전에 모든 기다림이 서로 만나기를 기도해요부디아무리 반복해도 도무지 익숙해질 수 없어 사무치기만 하는 것들이 있어요기다림, 보고픔, 그리움들 말이예요 슬픔과도 비슷한 농도의 질척대는 반죽이 싫어요그대는 끝내 만날 수 없는 형벌에도 하염없이그리도 환한 웃음을 짓는군요아이 입술 빛으로 한 철을 살겠군요노을빛으로 아슴아슴 살아가는군요 백 날을 어긋나고 비껴간, 그래도 그럼에도 그러니 그래서, 다시 너일 것만 같았던 날들을선명하게 기억하게 하는군요 고마워요 백양꽃       너무 힘들고 지쳐 꼬구라지기 전에모든 기다림이 서로 만나기.. 더보기
붉은 꽃잎들 일렁이는 곳-담양 명옥헌 배롱나무꽃 화엄연못/차꽃 곽성숙 당신이 떠난 붉은 연못에저 혼자 남은 것은 아닙니다붉은 꽃잎들이 일렁이며 다독입니다 걱정마세요.  스르렁스르렁, 마음을 쓰다듬는 바람마저꽃잎의 측근입니다 꽃잎 위로 비가 내립니다당신의 냄새, 당신의 흔적이 쓸려가면이제 저는 어쩌지요?       꽃비가 내린 연못, 화엄연못..  붉은 꽃잎들이 일렁이는 곳, 담양 명옥헌 배롱나무꽃입니다. (2024년 8월 10일)        7월 27일에 찾았던 담양 명옥헌2주만에 다시 찾아가봅니다.        붉은 꽃잎들 가득 덮힌 연못을 보기 위해 나선 길이었지요.          배롱나무 붉은 꽃잎이 떨어지기 시작하긴 하였는데여행자가 원하는만큼 가득 덮히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아름다운 곳..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들이.. 더보기
시가 있는 풍경-꿈길 속을 거닐다/담양 명옥헌 배롱나무꽃 안개/차꽃 곽성숙 그는 아직 오지 않았어화엄연못에 흰고래수염이붉은 꽃다발을 품고 기다리고 있었지 그는 도대체 어디에 갔을까?  붉은 꽃등 띄운 연못가를 둥개둥개 소금쟁이와 서성여도그는 여직 오지 않았어 꽃잎들은 작은 바람에도 소르르소르르흔들리기도 흐르기도 하는 새벽 연못에, 내가 너인 듯그대가 나인 듯수시로 꽃잎들 몸을 섞으며하염없이 수신호를 보내건만그는 여태 오지 않았어 연잎 위 붉은 꽃이물안개 피는 새벽에그가 올거라고 귀띔을 해주었지 아아, 새벽 안개를 밀고 그가, 그가 내게로 오고 있어.        이른 아침 배롱나무 꽃을 만나러 갑니다. 물 속에 펼쳐진 연분홍빛 세상, 반해버린 아침이었습니다.  마치 꿈길 같았던..  꿈길 속을 거닐다담양 명옥헌 배롱나무꽃입니다.(2024년 7월 27일)    .. 더보기
시가 있는 풍경-올해 마지막 능소화를 만나다/구례 화엄사 나무 한그루가 주는 기쁨이참 크다는 걸 보여주는 곳이 바로 구례 화엄사이지요.  봄에는 흑매화 한 그루가, 여름에는 능소화 한 그루가절집 풍경을 압도하는 곳입니다.  올해 마지막 능소화를 만나고 옵니다.구례 화엄사입니다. (2024년 7월 13일)      구우/차꽃 곽성숙 젖몸살을 앓던 능소화 꼭지가밤새 내린 비에 채 피지 못하고흙담 너머로 투두둑 내려 앉았다미처 피지 못한 꽃봉지, 땅에서나마 피려는지신열의 몸살을 앓는다 이른 아침 사이좋은 자매의 발에꽃봉지 빵 울려 터질 때, 그 가난한 축복이 실로 갸륵해서능소화, 폭포 같은 웃음으로 피어난다 *구우-궂은 비 또는 장맛비      구례 화엄사 능소화가 피었다길래이른 아침 길을 나섭니다.  길 초입에 자귀나무 꽃이 반겨줍니다               입.. 더보기
시가 있는 풍경-순천향교 가는 길 붉은 마음/차꽃 곽성숙 어느 이른 아침벽에는 실금이 가고 녹슨 철대문 앞에밤새 붉은 꽃이 피었어요 무슨 꽃인지는 모르겠더라고요밤새 당신이 피우신 것이라고믿기로 하는 내 마음조차 모르겠더라고요꽃 앞에 쪼그리고 앉아 찔끔찔끔물을 주다 훅 눈물이 떨어졌어요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아홍심我紅心, 불러보아요꽃의 이름을 그렇게 붙여 주었어요 나의 붉은 마음을 모르겠더라고요천둥치는 붉은 내 마음을그가 왜 모르는지 진정 모르겠더라고요.  곽성숙 제2시집 박공널의 시옷이 되어에 실린 시입니다.      순천향교 가는 길, 붉은 꽃들이 피어 있습니다.        올해 여름 내내 마음이 가서자꾸만 찾아다녔던 꽃,        능소화가 비 속에,        담장 위에 피어 있습니다                    .. 더보기
시가 있는 풍경-순창 고추장마을 능소화 찬비 / 차꽃 곽성숙 구중궁궐 아씨, 한복 치마 끌며 몇 날을 서성이던 발길끝내 감추지 못하고담장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뜨거운 햇살도 무섭지 않다온 몸 펼쳐 기다림을 알리건만,  이제나 오시는지요? 오늘은 오시려나요?  차가운 빗줄기만이 후두두둑 소리치며흥건한 눈물로 젖게 하는 야속함이라니 귀 멀고 눈 멀어도 끌어안는 소화의 그리움은, 뜨거운 햇살도 말리지 못할 지병이었다 내 님이 아니시거든이 몸 만지지 마라그 님 아니시거든내 마음 탐하지 마라 담 밖으로 내민 얼굴 거두고 온 몸 앓다찬 비에 송두리 채 지고마는 소화 아씨,  살핌없는 님을 향한 지순한 연정이한 여름 장맛비에 속절없이 가는구나.        기와 담장 너머로,         소나무들 사이에능소화가 곱게 피었습니다.  시가 있는 풍경순창 고.. 더보기
시가 있는 풍경-아버지의 마당 아버지의 마당/차꽃 곽성숙 능소화가 피는 우리집 다무락은 낮고 평평했다담 윗부분은 유독 넓고 두툼해서 노을이 질 때 나는 거기 올라가음악을 듣고 차를 마신다 능소화도 함께 걸터 쉰다우리는 별이 된 아버지를 그리워 했다우리는 그의 마당을 사랑했다 능소화를 아끼는 아버지가 떠난 해는무슨 일인지 꽃이 피지 안했다능소화 올라오는 다무락을 사랑하던 아버지 마당은 지는 해에 순하고 둥그렇다 흙마당의 꽃밭에는 모르는 꽃이름 투성이다알았다가 잊어버린 이름, 시간이 가도 친근한 이름들이 항꾸네 지낸다 아버지는 지금도 밤마다 별빛으로 내려와 마당을 어루만지고 꽃들을 돌보신다                                            요즘 차꽃 언니가 능소화에 대한 시를 자꾸 보내옵니다. 저는 그 시에 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