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비 / 차꽃 곽성숙
구중궁궐 아씨,
한복 치마 끌며 몇 날을 서성이던 발길
끝내 감추지 못하고
담장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뜨거운 햇살도 무섭지 않다
온 몸 펼쳐 기다림을 알리건만,
이제나 오시는지요?
오늘은 오시려나요?
차가운 빗줄기만이 후두두둑 소리치며
흥건한 눈물로 젖게 하는 야속함이라니
귀 멀고 눈 멀어도 끌어안는 소화의 그리움은,
뜨거운 햇살도 말리지 못할 지병이었다
내 님이 아니시거든
이 몸 만지지 마라
그 님 아니시거든
내 마음 탐하지 마라
담 밖으로 내민 얼굴 거두고 온 몸 앓다
찬 비에 송두리 채 지고마는 소화 아씨,
살핌없는 님을 향한 지순한 연정이
한 여름 장맛비에 속절없이 가는구나.
기와 담장 너머로,
소나무들 사이에
능소화가 곱게 피었습니다.
시가 있는 풍경
순창 고추장마을 능소화입니다.(2024년 7월 6일)
담장 아래 어디서나 장독이 보이던 곳,
소나무들 사이 사이에
능소화 활짝 핀 모습에 발걸음을 멈춥니다
고운 빛으로 오시는..
담장 너머의 그리움..
군데군데 피어있는 능소화들
담장을 따라서 피어 있기도 하구요
지붕을 향해 오르기도 합니다
떨어진 꽃도 아름다운..
솟대와 능소화
마지막으로 순창 고추장 마을 풍경 한 장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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