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꽃 / 차꽃 곽성숙
그리움은 도무지 흩어질 줄 모르고 우르르르 몰려다녀요
그리움은 참으로 길을 잃는 법이 없다니까요
언제든 어디서든 어떻게든 찾아오잖아요
너무 힘들고 지쳐 꼬구라지기 전에 모든 기다림이 서로 만나기를 기도해요부디
아무리 반복해도 도무지 익숙해질 수 없어 사무치기만 하는 것들이 있어요
기다림, 보고픔, 그리움들 말이예요
슬픔과도 비슷한 농도의 질척대는 반죽이 싫어요
그대는 끝내 만날 수 없는 형벌에도 하염없이
그리도 환한 웃음을 짓는군요
아이 입술 빛으로 한 철을 살겠군요
노을빛으로 아슴아슴 살아가는군요
백 날을 어긋나고 비껴간,
그래도 그럼에도 그러니 그래서,
다시 너일 것만 같았던 날들을
선명하게 기억하게 하는군요
고마워요 백양꽃
너무 힘들고 지쳐 꼬구라지기 전에
모든 기다림이 서로 만나기를 기도해요부디...
이 시구를 다시 반복해서 말해보는 아침,
여전히 더운 아침이지만,
가을은 와 있다고 말해보는 아침이기도 합니다.
백양꽃이 이리 피었는데
가을이 온 것이 맞을테니까요.
고운 빛으로 물들이며 오는 가을,
백양사 백양꽃입니다.(2024년 9월 7일)
백양사 백양꽃..
그 빛깔에 반해 가을이면
늘 길 나서게 되지요.
주차장에서 백양사로 오르는 길,
물 속에 비친 모습들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무리지어 핀 백양꽃들
가을이 깊어지면서
고운 빛으로 물들어 갈 단풍잎들..
연초록빛도 참 좋습니다
상사화가 물 속에도 있고
물 가에도 피어 있습니다
비가 오다가 그친 오후
꽃들은 아직 빗방울을 품고 있습니다
백양사 절집으로 올라 한바퀴 돌아봅니다
백학봉에는 구름이 드나드는 오후..
백양사 고불매도 눈맞춤하고 옵니다
절집 돌담 아래 핀 백양꽃도 만납니다
기온은 한여름이지만,
꽃들은
나뭇잎들은 가을이로군요
2년 전에 올 때도 보았던 수탉이
여전히 온 사방을 돌아다니고 있네요^^
멋진 녀석이네요
추석 명절은 잘 보내셨지요?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날,
좀 바쁜 하루가 될 듯 합니다.
고운 날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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