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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여행

조금은 쓸쓸한, 그러나 골목길이 즐거운 동네 산책-가거도 여행 7 섬에 있는 공중전화기- 섬사람들은 말이 없다. 아니 말은 고사하고 집밖으로 나오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러니 동네가 조용하고 쓸쓸할 수밖에 바깥에 나와 있는 것은 바람이요. 파도요. 제비요. 염소요, 등대요, 갈대요, 억새풀이다. 공중전화기가 밖에 나와 있다.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아.. 더보기
아무도 이 섬에 오라고 하지 않았다 /가거도 여행 6 도시의 높은 빌딩에서 악수를 하고 나오는 젊은 비즈니스맨도 알고 보면 불청객이고 외딴섬 풀밭에 앉아 땀을 씻는 나도 불청객이다. 아무도 이 섬에 오라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그렇게 오고 싶었을까, 민박집 마루에 배낭을 놓고 세숫대야에 물을 떠다 손발을 씻는다. 집에서는 아무.. 더보기
북아일랜드의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가거도 섬등반도-가거도 여행 5 공룡의 등뼈를 닮은 섬등반도가 바다 쪽으로 줄달음치고, 가파른 해안 절벽 아래로는 바다가 일렁입니다. 섬등반도에 오르면 항리마을과 오래된 폐교, 1구로 넘어가는 갈 지(之)자 형상의 구불구불한 도로가 한눈에 들어오고 푸르른 초원이 펼쳐집니다. 북아일랜드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 더보기
별을 보면 시가 보인다-가거도의 별/가거도 여행 4 하늘을 못 보는 불행, 이것은 심각한 불행이다. 서울에서 맑은 하늘을 못 보는 불행은 심각한 문제다. 하늘이 없는 서울에서 별을 본다는 것은 동화 속의 이야기 같다. 별을 못 보는 가슴에서 무슨 정서가 나올 것인가. ..... (중략) 사람이 많은 서울에서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도 무엇인가 .. 더보기
외로움에 눌려 바위가 된 섬, 가거도에서 만난 해넘이/가거도 여행 3 유배된 섬 -만재도 6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흑산도에 유배되었고 최익현 선생도 흑산도 진리에 유배되었다는데 여기 만재도는 섬 그 자체가 유배된 섬 흑산도에서 유배된 섬 가거도로 가고 가거도에서 유배된 섬 만재도로 가고 만재도에게 유배된 섬 '나' 내 섬엔 이름이 없다 '나'에게서 .. 더보기
숲의 매력과 길의 매력을 따라 오르는 길-독실산 산행/가거도 여행 2 가거도에는 긴 길이 있다. 1구(대리)에서 언덕에 올라서면 2구(항리)로 가는 길고 등대로 가는 길, 그리고 3구(대풍리)로 가는 길이 시원스럽게 뚫려 있다. 가다가다 뒤돌아보며 걷는다. 항리도 좋고 등대로 가는 길도 좋다. 가다가 앉아서 땀을 씻는 길, 후박나무 숲 속에서 나무껍질을 벗.. 더보기
나그네를 품안으로 끌어들이는 섬, 가거도 가는 길-가거도 여행 흑산도에 오면 흑산도에서 다시 가거도(可居島)로 가고 싶어진다. 왜 그럴까? 미지, 고독, 아니면 막연한 호기심? 이런 것들이 뇌리를 스쳐가는 것은 여행에 있어서의 필수다. 초행이 아닌 가거도의 매력은? 그것은 숲의 매력이요 길의 매력이다. 등대 쪽의 숲, 맑은 날에도 발을 들여놓을 .. 더보기
발걸음이 즐거워지는 아침산책-흑산도 여행 6 여행이 끝나자 길은 시작되었다 별이 빛나는 하늘을 보고 길을 찾을 수 있던 시대는 행복하였다 -게오르크 루카치- 별이 빛나는 하늘을 보고 길을 찾을 수 있던 시대.. 이제 그런 시대는 아니지만, 섬에서는 어쩌면 별을 보며 길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듭니다. 지난 밤, 밤 하늘.. 더보기
깊고 푸른 섬, 흑산도의 밤, 별은 빛나고-흑산도 여행 5 떠오르고 지워지고 -만재도 64 너는 섬에서 떠오르고 섬은 안개에서 떠오르고 나그네는 수평선에서 떠오르고 섬은 안개 속에서 지워지고 너는 세월 속에서 지워지고 나그네는 산너머 길에서 지워지고 -이생진 선생님의 하늘에 있는 섬/작가정신 1997년 섬은 안개 속에서 지워져 가고 해는 .. 더보기
유배의 땅, 흑산도.. 그곳에 가면 더 고독해진다-흑산도 여행 4 어디 가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섬에 간다고 하면 왜 가느냐고 한다. 고독해서 간다고 하면 섬은 더 고독할 텐데 한다. 옳은 말이다. 섬에 가면 더 고독하다. 그러나 그 고독이 내게 힘이 된다는 말은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다. 고독은 힘만 줄 뿐 아니라 나를 슬프게도 하고 나를 가난하.. 더보기
섬에 와 있어도 섬에 가고 싶다-흑산도 여행3 초등학교 작문시간에 떠오른 것은 등대와 등대지기. 작문은 왜 외롭게 쓰고 싶었을까. 그래서 가보지도 않은 등대를 떠올린 것일까? 왜 생각은 외로운가. 그 외로움의 대표가 무엇인가. 섬과 등대지기 그 생각이 들어맞은 것이다. 나는 그 작문시간에 떠오른 외로움을 만나보고 싶었다. .. 더보기
기암괴석과 숲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섬, 흑산도 여행 2 수평선 맨 먼저 나는 수평선에 눈을 베었다 그리고 워럭 달려든 파도에 귀를 찢기고 그래도 할 말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저 바다만의 세상 하면서 당하고 있었다 내 눈이 그렇게 유쾌하게 베인 적은 없었다 내 귀가 그렇게 유쾌하게 찢긴 적은 없었다 이생진 선생님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 .. 더보기
아름다운 서해의 보석 같은 섬을 찾아가는 길-흑산도, 가거도, 만재도 여행 목포에서 아침 열 시에 배를 탔다. 배표를 살 적에는 버스표나 기차표를 살 때와 다른 것이 있다. 여객선 여행 신고라는 것이 그것이다. 이름을 쓰고 성별표를 하고 주소와 주민등록번호에 직업까지 기입해서 주민등록증과 함께 제출하는 일 그것이 뜻하지 않은 죽음을 잠시 생각하게 한.. 더보기
걷다가 마주치는 모두가 그림같은 풍경인 곳-거문도 녹산 등대/거문도 여행7 녹산 등대로 가는 길 3 외로운 사람이 외로운 사람을 찾는다 등대를 찾는 사람은 등대같이 외로운 사람이다 무인등대가 햇빛을 자급자족하듯 외로움을 자급자족한다 햇볕을 받아 햇볕으로 바위를 구워 먹고 밤새 햇볕을 토해내는 고독한 토악질 소풍 온 아이들이 제 이름을 써놓고 돌아.. 더보기
가다가 하늘을 보고, 가다가 바다를 보며 찾아가는 거문도 등대/거문도 여행6 거문도 등대로 가는 길 1 숲속을 나와 다시 숲속으로 나는 천국에서 걷는 걸음을 모르지만 이런 길은 이렇게 걸을 거다 가다가 하늘을 보고 가다가 꽃을 보고 가다가 새를 보고 머리로 생각하지 않아도 머리로 고민하지 않아도 웬일로 나를 나무가 꽃이 새가혹은 벌레가 아직 살아 있는 .. 더보기
가슴 탁 트이는 시원하고 아름다운 조망을 바라보며 걷다-거문도 불탄봉~보로봉산행/거문도 여행5 신선바위로 가는 길 1 유림백사 흰 모래밭에 내 발자국 새겨놓고 네 발자국 떠오르길 기다린다 여린 나그네를 구름이 내려다보고 코웃음 친다 안팎 노루섬 날 따라오다가 둑에 걸려 멍청히 서 있고 나만 보로봉 숲길을 기어오른다 개미도 그렇게 기어오르다 헤어지고 어둠은 기어오르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