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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여행

별을 보면 시가 보인다-가거도의 별/가거도 여행 4

 

 

 

하늘을 못 보는 불행, 이것은 심각한 불행이다.

서울에서 맑은 하늘을 못 보는 불행은 심각한 문제다.

하늘이 없는 서울에서 별을 본다는 것은 동화 속의 이야기 같다.

 별을 못 보는 가슴에서 무슨 정서가 나올 것인가.

..... (중략)

 

사람이 많은 서울에서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도 무엇인가 잘못된 일이다.

그렇게 많은 교육비를 들여가면서도 담임 선생님 이름이 잘 외워지지 않는 것도 어딘가 잘못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밤에 별을 못 보는 데서 온 정서결핍증이다.

자기 가슴에 키우는 별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시에 인간 상실과 인간 부제가 속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섬에 오면 그렇지 않다.

별이 보이고 사람이 보이고 꽃이 보이고 곤충이 보이고 새가 보인다.

그것은 하늘에 별이 있기 때문이다.

 

별을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

공기가 맑아서 보인다고 하겠지만 하늘이 맑으면 사람의 마음도 맑아지기 때문에

어머니의 얼굴도 아버지의 얼굴도 누나의 얼굴도 맑게 보이는 것이다.

 

그리운 사람의 얼굴이 반갑다.

그리운 사람의 얼굴이 보이는 사람의 눈에는 시가 보인다.

별이 보이는 자의 눈에는 시가 보인다.

 

이생진 선생님의 아무도 섬에 오라고 하지 않았다/별을 보면 시가 보인다 중에서/작가정신 1997년

 

머리 위로 쏟아질 듯 반짝이던 수많은 별들..

가거도의 밤은 여행자의 가슴을 설레이게 하는 밤이었습니다.

 

별을 보면 시가 보인다 라고 말씀하신 선생님..

그 선생님이 들려주시는 시 낭송과 함께 깊어가는 가거도의 밤입니다. (2013년 6월 4일)

 

사진은 가거도 섬등반도에 올라 바라본 밤 하늘입니다.

 

 

 

 

해는 지고..

민박집 마당에 앉아 바라보니 하늘도 바다도 푸르름을 품고 있습니다.

 

 

 

 

독실산 위쪽으로는 별이 반짝반짝..

 

 

 

 

그 별빛 아래서 음악회가 열립니다.

현선생님이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를 들려주시고..

 

 

 

 

이생진 선생님의 시낭송이 이어집니다.

한데 가거도의 밤하늘에 반하신 선생님,

많은 시들을 한꺼번에 낭송해 주십니다^^

 

17 수많은 태양

 

아침 여섯 시

어느 동쪽에서도

그만한 태양은 솟는 법인데

유독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다고 부산필 거야

 

아침 여섯 시

태양은 수만 개

유독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나와서 해를 보라

하나밖에 없다고 착각해 온

해를 보라

 

 

65 낮에서 밤으로

 

일출봉에 올라 해를 본다

아무 생각 없이 해를 본다

해도 그렇게 나를 보다가

바다에 눕는다

일출봉에서 해를 보고 나니

달이 오른다

달도 그렇게 날 보더니

바다에 눕는다

해도 달도 바다에 눕고 나니

밤이 된다

하는 수 없이 나도

바다에 누워서

밤이 되어 버린다

 

 

2 설교하는 바다

 

성산포에서는

설교는 바다가 하고

목사를 바다를 듣는다

기도보다 더 잔잔한 바다

꽃보다 더 섬세한 바다

성산포에서는

사람보다 바다가 더

잘 산다

 

 

 

 

11 절망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절망을 만들고

바다는 절망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절망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절망을 듣는다

 

 

 

 

47 섬 묘지

 

살아서 무더웠던 사람

죽어서 시원하라고

산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술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놔두었다

 

 

 

 

9 생사

 

가장 살기 좋은 곳은

가장 죽기 좋은 곳

성산포에서는

생과 사가 손을 놓지 않아

서로 떨어질 수 없다

 

 

 

 

67 풀 되리라

 

풀 되리라

어머니 구천에 빌어

나 용 되어도

나 다시 구천에 빌어

풀 되리라

 

흙 가까이 살다

죽음을 만나도

아무렇지도 않은

풀 되리라

 

물 가까이 살다

물을 만나도

아무렇지도 않은

풀 되리라

 

아버지 날 공부시켜

편한 사람 되어도

나 다시 공부해서

풀 되리라

 

이생진 선생님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 중에서/우리글

 

 

 

 

이 많은 시들을 모두 들려주십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시낭송 끝에 현선생님이 노래로 풀 되리라를 들려주시는 밤입니다.

 

 

 

 

가거도의 잠 못드는 밤입니다.

이 수많은 별들을 놓고 잠을 쿨쿨 잘 수는 없는 일입니다. ㅎㅎ

 

 

 

 

이날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도 만났답니다.

물론 소원도 빌었구요. ㅎ

 

 

 

 

가거도 독실산 위로 빛나는 별들을 한장의 사진에 담아 봅니다.

별이 너무 많으니 별이 지나는 길들이 좀 어지럽습니다^^

 

어안의 왜곡도 좀 아쉽구요.

14mm 광각렌즈 아니 가지고 가서 많이 후회한 밤입니다.

 

이생진 선생님의 글 중에서

외로운 것들끼리 만나고 싶으면 섬으로 가라 고 하신 말씀이 있지요.

그 말이 이해되는 가거도의 밤입니다.

 

 

가거도 찾아가는 길

구분구간운행시간소요시간요금
쾌속선
(남해고속, 동양고속)
목포 →흑산도 07시 50분
08시 10분
01시간 50분      요금 : 31,300 원

                                                    흑산도 -> 가거도    10시 00분

                                                                      10시 20분               2시간              요금: 28,200원

 

  • ※ 동양고속 (061-243-2111), 남해고속 (061-244-9915)
  • 해상의 기상상태에 따라 소요시간 변동 가능
  • 쾌속선에 차량은 싣지 못하므로 여객선터미널 주변에 주차
  •  

    목포에서 출발하여 가거도를 가시려면

    비금도, 도초도, 흑산도, 상태도, 하태도를 거쳐 가거도로 갑니다

     

    신안군 문화관광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신안군의 섬여행에 관한 안내가 잘 되어 있더군요

    그밖에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클릭해 보세요

    http://tour.shinan.go.kr/

     

     

    앞선 가거도 포스팅을 아직 보지 못하셨다면 클릭해 보세요

    나그네를 품안으로 끌어들이는 섬, 가거도 가는 길-가거도 여행 http://blog.daum.net/sunny38/11776569

     

    숲의 매력과 길의 매력을 따라 오르는 길-독실산 산행/가거도 여행 2  http://blog.daum.net/sunny38/11776570

     

    외로움에 눌려 바위가 된 섬, 가거도에서 만난 해넘이/가거도 여행 3 http://blog.daum.net/sunny38/11776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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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서해의 보석 같은 섬을 찾아가는 길-흑산도, 가거도, 만재도 여행 http://blog.daum.net/sunny38/11776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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