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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공연

다섯번째 봄, 잊지 않겠습니다.



이별/차꽃

아가, 너를 만나지 못해도
어치케든 또 살아는 지긋제야
아가 아가 내 아가,
너를 보지 못해도 안지 못해도
어치케든 숨은 또 쉬어 지긋제야
어둡고 춥고 흐리고 눈비 와도
어치케든 오늘이 가고 어제도 갔단다
그리고, 내일도 올테지야

그러나 아가,
너 없는 세상은 순간순간이 도무지 견딜 수 없는 어둠이란다
아가아가 노란 별이 된 내 아가야


304명의 사람들이 별이 된지,

벌써 다섯해...

올해도 4월 16일은 돌아왔습니다.

50회 '시와 바람' 모꼬지는

세월호 5주기 추모 모꼬지로 열렸습니다.(2019년 4월 16일)


다섯번째 봄,

잊지 않겠습니다.





4월 모꼬지의 주제는 별, 달...

이정남 선생님이 만들어 오신 노란 꽃들..

노란 별인 듯, 노란 달인 듯...





이 모꼬지를 50회까지 이끌어 오신 차꽃 언니...





여는 영상은 2018년 7월에 박제광님이 담아 오신 영상,

서양화가이시면서 행위 예술가이신 임택준 선생님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차꽃 언니의 인사말이 있고,





여는 연주로 오카리나를 하시는 김지숙님~





처음엔 별이,

새벽강,





그리고 앙코르 곡으로 '벚꽃 내리는 밤'을 연주해 주십니다.





그리고 여는 시로는 서훈희님이 '열일곱 꽃잎들'을 낭송해 주십니다.


열일곱 꽃잎들/차꽃 곽성숙


금요일에 돌아오겠다는

팽목항의 어린 세월아,

성난 고래는 사흘째 피를 뿜어내고 있었다.

커다란 푸른 몸체,

제발 물속으로 숨지 말아라

겨우 핀 열일곱 꽃잎들을

제발 삼키지 말아라

아직 피지 못한 아름답고 뜨거운 꿈들을

빼앗아 너 어딜 가버리려 하느냐


세월아세월아

젊은 피와, 햇살 같은 웃음,

뜨거운 꿈은 너의 것이 아니니

꽃 같은 이땅의 품에 돌려주고

너는 푸른 물살로 거침없이 자거라

그들은 이땅의 사랑스런 자녀들,

이제 겨우 피어나는 열일곱 꽃잎들,


아, 너희들을 잊지 않겠다.





이어지는 순서는 안미정님의 '인문학 강의'





타인의 고통에 대한 연민은 쉽게 무력해진다.

그래서 우리는 연민 대신 특권을 누리는

우리와 고통을 받는 그들이

똑같은 지도상에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의 특권이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 중에서-





세월호는 한편에서는

한국 국가 시스템이 형편없다는 것을 드러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삶의 허무함과 마주치게 하였다.

그 허무함은 실존적 허무함이기도 하지만

'지금처럼 사는 삶'에 대한 허무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질문과 만나게 된다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던 대로 사는 것이 망각이라며

이 질문을 시작하는 것이야말로

기억의 출발점이다.


기억이란 희생자를 기억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넘어서는 일이어야 한다.

너로 인해 나의 삶이.

'우리'의 삶이 이렇게 돌이킬 수 없게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지 않는 한,

그것은 아직 기억이 아닌 것이다.


-엄기호-


그리고 권터 뎀니히의 '걸림돌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들..

20년 간 53000개의 돌을 새긴 프로젝트,

살던 곳에서 끌려간 유대인들, 스러져간 사람들,

그들은 돌에 새겨져 마침내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가 여기 살았다는 문장으로 새겨진 한사람의 삶..






모꼬지는 시를 나누고, 음악을 나누고,

슬픔도 나누고, 기쁨도 나누는 자리입니다.


모두들 기다리던, '성숙이를 이겨라' 시간입니다.





차꽃 언니 손에 든 탐나는 선물들,

오늘은 이분이 주인공이시네요.











선물이 이어집니다.

나누는 기쁨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차꽃 언니~











박제광님의 '이름을 불러 주세요'





별이 된 사람들, 304명의 이름 한명 한명,

노래로 불러주는 시간,





박제광님,











창밖에는 벚꽃이 떨어져 내리고,





언니를 잃은 슬픔이, 오빠를 잃은 슬픔이

저 슬픔들 위에 얹혀지는 시간들...





그림책, 이정남님의 낭독으로 듣는 '노란 달이 뜰거야'











그림책 낭독 뒤에 직접 접어 보는 나비들,











나비에 이야기들을 적어서





한자리에 모아 봅니다.





또 다시 '성숙이를 이겨라'












차꽃 언니를 이기고도 믿기지 않아하는 얼굴입니다^ ^

















닫는 시는 박애정님이 낭송하시는 '숨쉬기도 미안한 4월'





숨쉬기도 미안한 4월/함민복


배가 더 기울까 봐 끝까지

솟아 오르는 쪽을 누르고 있으려

옷장에 매달려서도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을 믿으며

나 혼자를 버리고

다 같이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갈등을 물리쳤을, 공포를 견디었을

바보같이 착한 생명들아! 이학년들아!


그대들 앞에

이런 어처구니 없음을 가능케 한

우리 모두는…….

우리들의 시간은, 우리들의 세월은

침묵도, 반성도 부끄러운

죄다


쏟아져 들어 오는 깜깜한 물을 밀어냈을

가녀린 손가락들

나는 괜찮다고 바깥 세상을 안심시켜 주던

가족들 목소리가 여운으로 남은

핸드폰을 다급히 품고

물 속에서 마지막으로 불러 보았을

공기방울 글씨

엄마,

아빠,

사랑해!


아, 이 공기, 숨 쉬기도 미안한 사월





그리고 이어지는 '수선화' 시 낭송...





박은영님의 '우리, 함께 해요!'





바람이 불어오는 곳,

당신에게서 꽃내음이 나네요.

다함께 불러보는 노래로 모꼬지를 마칩니다.





매회 모꼬지마다 사진을 담아

기록을 남겨 주시는 문미연님,

사진에 살짝 모셔와 봅니다.





시간은 흘러흘러 갑니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기억하고 기도하는 일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