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겠지요
후회할테지요
후회할겁니다
이미 후회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당신이 그립습니다
사랑 44/차꽃 곽성숙
시와 바람, 모꼬지..
매달 한 번씩 함께 모여 시를 이야기 하고,
음악을 노래하고, 웃고 울고, 서로 사랑하고 나누는 자리,
차꽃 언니가 광주에서 시작한지 벌써 50회가 넘었다고 합니다.
11월은 그리운 바다 성산포의 시인, 이생진 선생님을 모시고
인생은 90부터, 시와 살다란 주제로
시와 바람 모꼬지를 하였습니다.(2019년 11월 11일)
사진은 55회 시와 바람 모꼬지를 진행하는
차꽃 곽성숙 언니입니다.
여는 연주로 김지숙님의 오카리나를,
그리고 이춘숙 맑은 바람님의 시 낭송이 있었습니다.
좀 늦어 앞의 두 분의 순서를 놓쳤습니다. ㅠ
그 사람을 사랑한 이유
여기서는 실명이 좋겠다
그녀가 사랑한 남자는 백석白石이고
백석이 사랑했던 여자는 김영한金英韓이라고
한데 백석은 그녀를 자야子夜라고 불렀지
이들이 만난 것은 20대 초
백석은 시 쓰는 영어 선생이었고
자야는 춤추고 노래하는 기생이었다
그들은 죽자사자 사랑한 후
백석은 만주땅을 헤매다 북한에서 죽었고
자야는 남한에서 무진 돈을 벌어
길상사에 시주했다
자야가 죽기 열흘 전
기운 없이 누워 있는 노령의 여사에게
젊은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천억을 내놓고 후회되지 않으세요?
무슨 후회?
그 사람 생각 언제 많이 하셨나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데 때가 있나?
기자는 어리둥절했다
천금을 내놨으니 이제 만복을 받으셔야죠 '
그게 무슨 소용있어 '
기자는 또 한번 어리둥절했다
다시 태어나신다면?
' 어디서? 한국에서?
에! 한국?
나 한국에서 태어나기 싫어
영국쯤에서 태어나서 문학 할거야'
그 사람 어디가 그렇게 좋았어요?
' 1000억이 그 사람 시 한 줄만 못해
다시 태어나면 나도 시 쓸 거야 '
이번엔 내가 어리둥절했다
사랑을 간직하는데 시 밖에 없다는 말에
시 쓰는 내가 어리둥절했다
이생진 시인의 그 사람 내게로 오네(시로 읽은 황진이)119~120쪽/우리 글/ 2004
맑은 바람님이 낭송하셨다는 그 사람을 사랑한 이유입니다.
전에 서울 길상사를 이생진 선생님과 돌아보면서 낭송하였던 시입니다.
다음 순서는 천승현님의 시노래 섬묘지입니다.
이생진 선생님의 모습도 살며시 모셔와 봅니다.
천승현님의 시노래를 핸드폰으로 담고 계신 월야 김미경님,
시와 바람 모꼬지의 음향을 책임져 주시는 박제광님~
천승현님 박애정님 함께 하는
"내가 백석이 되어"
박애정님이 시낭송을 하시다
천승현님이 시노래를 하시고~
내가 백석白石이 되어
- 백석과 자야 · 2
나는 갔다
백석白石이 되어 찔레꽃 꺾어 들고 갔다
간밤에 하얀 까치가 물어다 준 신발을 신고 갔다
그리운 사람을 찾아가는데 길을 몰라도
찾아갈 수 있다는 신비한 신발을 신고 갔다
성북동 언덕길을 지나
길상사吉祥寺 넓은 마당 느티나무 아래서
젊은 여인들은 날 알아채지 못하고
차를 마시며 부처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까치는 내가 온다고 반기며 자야子夜*에게 달려갔고
나는 극락전極樂殿 마당 모래를 밟으며 갔다
눈 오는 날 재로 뿌려달라던 흰 유언을 밟고 갔다
참나무 밑에서 달을 보던 자야가 나를 반겼다
느티나무 밑은 대낮인데
참나무 밑은 우리 둘만의 밤이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울었다
죽어서 만나는 설움이 무슨 기쁨이냐고 울었다
한참 울다 보니
그것은 장발張勃**이 그려놓고 간 그녀의 스무 살 때 치마였다
나는 찔레꽃을 그녀의 치마에 내려놓고 울었다
죽어서도 눈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손수건으로 닦지 못하고
울었다
나는 말을 못했다
찾아오라던 그녀의 집을 죽은 뒤에 찾아와서도
말을 못했다
찔레꽃 향기처럼 속이 타 들어갔다는 말을 못했다
* 자야子夜: 시인백석은 젊었을 때 김영환을 '자야'라고 불렀다.
** 장발張勃(1901-2001) : 서양화가, 호는 우석雨石. 서울대 미대 초대 학장을 지냈으며,
대표적으로 김대건 신부상, 명동성당 제단 벽화가 있다.
그는 자야의 20세 때 모습을 초상화로 그렸다.
이생진 시인의 그 사람 내게로 오네 122~123쪽 / 우리글/ 2003
바이얼린을 하시는 한인지님을 차꽃 언니가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인지님의 바이얼린 연주~
모두들 사진으로 남기고,
동영상으로 남기느라 분주한 시간입니다.
많은 분들이 기다리시던 시간!
성숙이를 이겨라!!
오늘은 이생진 선생님의 오래된 시집이
선물이로군요.
월야 김미경님이 행운의 주인공이시네요.
이생진 시인의 문학 콘서트
이날 한켠에 전시되어 있던 차꽃 언니가 가지고 있는 시집 중에서
이생진 선생님 자신의 시집 녹벽을 들어 보이고 계시네요.
선생님은 이 시절에는 시집을 만들 때
등사기로 한장씩 시집을 인쇄해서
스템플러로 찍어서 만들었다고 하시네요.
때로 삽화를 한장씩 그려 넣기도 하셨다고 합니다.
산토끼,1955
녹벽,1956
동굴화,1957
이발사,1958
나의 부채,1963
아주 오래 된 선생님의 시집들,
차꽃 언니는 이생진 선생님의 시집을 모두 가지고 계신다고 하네요.
딱 한권만 빼고요.
오히려 이생진 선생님보다 시집을 더 많이 가지고 계십니다.
이생진 선생님은 나이가 들어서도
글을 써야 한다, 강조를 하시네요.
이생진 선생님과 좌 승엽, 우 승현이라고 차꽃 언니가 소개를 하시더군요.
현승엽 선생님과 천승현님이 양쪽에 서서
선생님의 시에 음악을 더해 주시네요.
나이 90에도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은
걷는 일과 글을 쓰는 일이라고 하시네요.
몇 년만에 뵌 선생님이신데
여전히 건강하시고 활기가 넘치시네요.
현선생님의 단독 연주도 시작됩니다.
섬여행을 갈 때면 늘 음악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시는 현선생님이시지요.
오래 된 선생님의 시집들
이렇게 나들이를 한번 할 때면
책들이 떨어지기도 하고
비닐이 떨어지기도 한다 설명하시는 차꽃 언니
모두와 함께 나누는 일은 언니에게 행복인가 봅니다.
다시 한번, 성숙이를 이겨라!
모꼬지에 열심히 출석하시는 분들이 말하길,
차꽃 언니의 가위 바위 보의 패턴은 늘 똑같다고 하네요.
그 패턴을 알면 이길 수 있다고 하네요.
이 말에 웃음보 터진 차꽃 언니입니다 ^ ^
마지막은 박은영 선생님과 함께하는 음악 아카데미
동백 아가씨도 부르고,
칠갑산도 부르고
다함께 열창해 봅니다.
당신은 우리 모두의
시이며 바다이며 벗이며
아버지이고 스승이십니다.
그런 당신의 미수를 축하드리며
한결같은 강건함과 평화를 기도합니다.
전에 이생진 선생님의 미수연에 만들었던 동영상이네요.
선생님의 지나온 길들,
지난 시집들,
한결같은 강건함과 평화를 기도해봅니다.
이날 마지막 사진은
이곳 시와 바람 모꼬지를 50회가 넘게 해 오신 차꽃 언니와
이생진 선생님께서 한자리에 앉아 봅니다.
언제 보아도 늘 반가운 얼굴,
늘 그리운 얼굴입니다.
두 분 모두 강건하시길, 평안하시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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