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보세요
목포에서 세 시간 반
우이도 돈목
갔다 오면 다시 가고 싶은 곳
다시 가도 외로움은 여전히 남아 있고
발자국은 이미 지워지고 없는데
그사람이 그리운 거 있잖아요
다시 가서 발자국을 찾아보세요
그리움은 땅속에 묻혀도 보인다구요
대나무로 보이고
메꽃으로 보이고
순비기나무로 보이고
통보리사초로 보이다가
금방 모래밭에 파묻힌다구요
-이생진 시인의 우이도로 가야지 13쪽/우리글 2010년
섬 시인이신 이생진 선생님의 우이도 사랑,
선생님의 시집 <우이도로 가야지>를 읽어보면 저절로 알 수 있습니다.
1988년 7월 25일부터 다니기 시작하신 우이도
올해까지 20년이 넘게 해마다 다녀오시는 곳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우이도,
그 우이도로 향합니다.
바람과 모래의 섬, 우이도
파란만장한 섬여행기 지금 시작해봅니다. (2013년 10월 16일)
도초도에서 우이도로 향하는 배는 하루에 두번
도초도 출발 아침 6시
그리고 도초도 출발 오후 2시 10분
아침 6시배는 풍랑으로 인해 여전히 결항
다행히 오후 2시 10분 배는 출발한다고 합니다.
우이도 가는 승선권 사진으로 한장 담아봅니다.
분명히 승선권에는 도초도.편도-우이2구 라고 적혀 있습니다.
여행자와 일행을 우이도까지 데려다 줄 섬사랑 3호
도초도 화도선착장은 목포로 나가는 배,
흑산도, 홍도 들어가는 배
오가는 배들로 분주한 곳입니다.
드디어 우이도로 출발!
비금도와 도초도를 이어주는 연도교를 뒤로하고 갑니다.
한데 출발한지 얼마안되서 배의 선원이 오더니
우이도를 가긴 가는데, 1구에 내려준다고 합니다
파도가 심해서 2구에 접안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파란만장 섬여행..
역시 추억거리를 많이 만들어 줄 모양입니다.
우이도로 향하는 배는 수많은 서해의 섬들을 지나쳐 갑니다.
사진 몇 장 찍고 선실로 들어가 여행자가 한일은
짐 속의 막걸리 마시기, 무거운 배 깎아먹기.. ㅎ
이유는 한가지입니다.
여행자의 최종목적지는 우이2구
한데 배는 우이1구까지만 들어간다고 하니
우이 1구에서 우이2구까지 4km가 넘는 산길을 무거운 짐을 메고 가야한다는 것~
무거운 먹거리들 짐을 줄이기 위해 먹어치우는 것! ㅎㅎ
소요유님 가지고 온 지리산 밤
배안에서 만난 우이도 주민께도 나눠드리고..
배는 어쨌든 우이도로 열심히 향합니다.
무인도처럼 보이는 섬들 바다위에 점점이 떠있는 곳..
바위끝에 자라는 소나무
신기하여 한참을 보았습니다
정말 대단한 생명력이지요.
배가 지나가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섬들입니다.
목포에서 64km..
도초도에서 17km 거리에 자리한 섬, 우이도..
드디어 우이도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빨간등대, 하얀등대 사이좋게 나란히 서서 여행자들을 맞이해 주는 곳입니다.
우이1구, 진리마을에 여행자와 일행을 내려놓고
배는 무심히 떠나갑니다.
배가 사라지도록 한참을 서서 바라봅니다.
진리마을을 들어서자 독특하게 생긴 포구가 보입니다.
우이도 진리 옛 선창입니다.
진리마을 입구에 자리한 이 선창은 조선시대 1745년(영조 21) 3월에 만들어진 시설로
배를 닿는 포구시설과 방파제, 그리고 배를 수리하고 짓는 선소의 기능을 했던 곳이라고 합니다.
'우이선창'이라 불렸던 선창의 현재 규모는 긴 쪽이 63.3m, 높이 2-3m, 폭 1.6m이며
형태는 산 경사면에 반하여 타원형을 취하고 있습니다.
선창은 배만 정박했던 곳이 아니라 우이도 인근 야산에서 굵은 소나무를 베어 배를 건조하였으며
방파제 역할도 하여 태풍 때 마을 배들과 외지의 배들이 피항했다고 전해진다고 합니다.
선창 뒤쪽으로 보이는 마을이 우이1구, 진리마을입니다.
선창 안 중앙에는 계주석(벼리목)이 설치되어 배를 줄로 묶어 두도록 하였습니다.
우이도 선창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옛 선창이며
형태가 잘 남아 있는 유일한 포구시설로
섬사람들의 생활문화자료, 해운관련 문화유산으로 가치가 높은 것이라고 합니다.
선창을 지나 마을로 들어가는 길,
담쟁이 덩쿨로 뒤덮힌 집이 보입니다.
섬 곳곳에 빈집들 참 많이 보이더군요.
진리마을 앞 풍경 참 평화롭습니다.
한데 이생진 선생님 걱정이 많으신 얼굴입니다.
이유는 우이2구 돈목까지 넘어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우이도에서 이틀 밤을 머무르기로 하였는데
우이 2구를 가야 이생진 선생님께서 늘 머무르시는 민박집도 있고
그 앞에 돈목해변도 펼쳐져 있으니 가긴 가야하는데 말입니다.
진리선착장에서 마을까지 480m, 진리마을에서 우이2구 돈목까지 3.5km
4km에 이르는 거리를 짐을 들고 넘어가야 합니다.
마을에서 마을까지 이어주는 길이
산을 넘는 산길과 배를 타고 가는 방법 밖에 없다니..
우이도는 전체면적이 10.7㎢, 해안선의 길이는 21㎞..
그리 크지도 않은 섬인데
섬 사람들 살아가는 일이 참 불편할 듯 합니다.
우이도1구 이정표 한장 사진으로 남겨봅니다.
섬의 서쪽 양단에 돌출한 2개의 반도가
소의 귀 모양과 비슷하여 우이(牛耳)라고 불리우는 섬입니다.
우이1구 표지석 뒤에는 열녀비가 세워져 있는데
옛비석은 어디로 가고, 새 비석이 세워져 있네요.
가야할 길..
처음 500m 정도는 포장이 된 길입니다.
이번에 정말 고생을 많이하신 지리산 청년 소요유님~
배낭 위에 배낭, 양손에 짐가방 하나씩
여행자는 카메라 가방과 삼각대 거기다 여행가방까지 들고나니
더이상 여력이 없어서 도와드리지도 못했답니다.
한 젊은이.1
-손대기
그는 항상 20킬로 짜리 배낭을 메고 다닌다
나와 처음 만난 것은 2008년 초가을
그는 30전후이고
나는 80전후 그것만 짐작하지
확실한 나이는 서로 밝히지 않았다
나이가 필요 없이
만재도 가는 배에서 만났다
그는 모자를 쓰지 않고 다닌다
그는 책을 읽는 청년인데
글을 쓰지 않는다
그는 나보다 일찍 라마나 마하리쉬를 알았고
우이도 돈목에서는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읽고 있었다
그건 내가 먼저 읽은 책이다
그 책 이야기를 하다가 별을 보다가
나는 방으로 들어왔고
그는 그대로 노숙했다
그는 책 읽는 노숙자다
-이생진 시인의 우이도로 가야지 97쪽/우리글 2010년
손대기 소요유님은 이 시에서 언급된 것처럼
2008년 만재도로 가는 배 위에서 이생진 선생님을 처음 만났다지요
그리고 지금까지 선생님을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시며 선생님을 모시고 다니고 계시는 분이시랍니다.
걷다가 돌아보니 진리마을과 바다가 바라보입니다.
이생진 선생님도 본인의 짐을 짊어지고 묵묵히 걸어 가십니다.
노트북이 들어있어 제법 무겁던 선생님의 배낭..
우이도는 정약전 선생이 9년간 유배살이를 했던 곳.
자산어보(玆山魚譜)' 초고를 이곳에서 만들었다고 하지요.
정약전 선생은 1801년 신유박해 때 흑산도로 유배를 당해
흑산도와 우이도에서 살다가 1816년 이곳 우이도에서 생을 마쳤습니다.
우이1구에서 2구로 넘어가는 길가에 정약전 선생 서당터가 남아 있습니다.
이곳은 서당골이라 불리는 곳으로 이곳에서 서당을 열고 아이들을 가르쳤다고 합니다.
억새 흐드러지게 핀 가을 우이도의 길을 걷습니다.
힘들게 오르다 돌아본 풍경은 참 평화롭기만 합니다.
우이도에는 이런 저수지가 2곳이 있습니다
이곳은 진리마을 위쪽에 자리한 저수지
이제 포장된 길이 끝나고 산길이 시작됩니다.
붉은 열매도 보고, 길가에 핀 들국화도 보면서
쉬엄쉬엄 걸어 오릅니다.
진리고개(몰랑)
진리삼거리에 1km를 올랐네요.
그 무거운 짐들을 지고 이곳까지 올랐다는 것을
스스로 대견해하며 인증샷 남겨 봅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오후의 햇살이 살며시 놀러온 숲길을 걷습니다.
다시 오르막.
다 허물어져가는 빈집이 보이는가 싶더니 우물도 보입니다.
대초리 우물입니다.
우이도 상산봉에서 발원한 맑은 물줄기를 품고 있는 우물이라고 하는데
마을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이생진 선생님 우이도에 오셔서 너무 기분이 좋으신가 봅니다^^
이 오르막을 오르시면서 '아! 가을인가~! 를 부르시고
'이어도 사나' 시낭송을 하시네요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어머니의 숨비소리
죽어서 이어도로 가겠다는 한 맺힌 소리에
파랑도*에서 떠도는 아버지가 고개를 든다
이어도에 시추대가 올라올 때
아버지를 만난 듯 반가웠는데
시샘하는 시비에 금방 몸서리친다
하지만 이어도가 물 밖으로 나온 것은
어머니의 힘
올라와야 한다 물 위로 올라와
수천만 년 물에 잠긴 서러움을 씻고
하늘을 보며 살아나야 한다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파랑도波浪島: 이어도
이생진 선생님의 홈페이지에 2012년 3월 26일에 올려놓으신 시입니다.
걷다가 돌아보면 이런 풍경이 바라보입니다.
대초리고개(몰랑)에 앉아 무거운 배낭 속 짐(?)을 마시고 있는 중이랍니다^^
두번째 고개까지 올랐으니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답니다.
드디어 전신주들 너머로 우이도 돈목해변의 모습이 바라보입니다.
돈목해변에 내려와 지나온 길을 바라봅니다.
힘겨웠지만 지나고나니 모두가 추억이 되는 시간들입니다.
우이도 돈목해변이 오후의 햇살아래 출렁이고 있습니다.
반갑다~ 돈목해변!!
우이도 안내지도
현위치라 표시된 진리해변에서 빨간표시가 된 길을 따라 돈목까지 걸어 넘어 왔습니다.
풍랑때문에 뜨지않는 배 때문에 이틀째 진리와 돈목을 넘어 다니신 분들도 계시더군요.
가끔 여행으로 가는 여행자와는 다르게
이곳에 사시는 분들은 불편하신게 많을 듯 합니다.
우이도 찾아가는 길
목포-안좌-비금-우이도 방면
즉 우이도를 가기 위해서는 전날 비금도나 도초를 둘러보고 도초도에서 하룻밤 자고 아침 6시 우이도로 향하는 배를 타거나 목포에서 11시 40분에 출발하는 배를 타고 우이도까지 가시면 됩니다. 우이도에서 목포까지 나가려면 아침 7시 10분 배를 타고 나와야 합니다.
배시간에 관한 자세한 문의는 061-224-9915-6 또는 남해고속 홈페이지를 http://www.namhaegosok.co.kr/ 에 문의하시면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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