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일주도로는 44.2km라고 하지요.
1963년 도로공사를 시작하였지만, 아직 다 완공되지 않아 차로 다닐 수 없는 구간이 있습니다.
바로 내수전에서 섬목에 이르는 구간 4.4km....
그렇다고 길이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닙니다.
차 없이 걸어 넘을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내수전에서 섬목까지 3.4km 를 걷는 울릉숲길이 있습니다.(2010년 11월 17일)
울창한 숲 사이로 난 걷기 좋은 길, 울릉도의 비경을 만날 수 있는 길, 울릉숲길을 소개합니다.
내수전 옛길의 시작은 내수전 일출전망대 아래 주차장에서 시작됩니다.
울릉숲길은 현재 저동에서 시작하여, 내수전 전망대, 석포, 죽암에서 천부까지 이어지는 숲길로
폭풍우로 출항이 불가능할 때 저동으로 통하는 옛길이었으며 총 길이는 25km에 이릅니다.
그 길을 다 걸을 수는 없으니, 내수전 전망대에서 석포에 이르는 구간을 걸으며
울릉숲길을 느껴보는 것입니다.
내수전 일출전망대 주차장을 지나 석포로 향합니다.
단풍이 절정에서 조금 지났다고 하는데도, 단풍빛깔이 곱기만 합니다.
죽도의 모습을 오른쪽에 끼고 걷습니다.
내수전 전망대 주차장에서 처음 내려가는 길..
왼편에는 울릉도의 산, 오른편에는 울릉도의 바다..
멋진 시간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섬목과 관음도의 모습도 보입니다.
저곳 어디쯤이 우리의 종착지가 될테지요.
길가에 섬초롱꽃이 피어 있습니다.
지고 있는데, 운좋게 아직 꽃송이들이 남아 있습니다.
낙엽깔린 숲길의 시작입니다.
시작부터 오르막이냐구요?
아닙니다. 사실 내리막이 이어집니다.
산비탈을 타고 도는 길은 내내 내리막이서 편히 걸을 수 있습니다.
걷다가 돌아보니, 석포쪽에서 내수전으로 향하시는 분이 계셔셔 찍어본 것이라 오르막처럼 느껴집니다.
저분이 등에 매신 배낭.. 아무래도 울릉숲길을 도동에서 천부까지 전부 걸으시는 분은 아닌지...
고개를 들어보면, 하늘 높이 솟은 나무들..
그 나무를 타고 오르는 담쟁이 덩굴들..
산비탈은 푸르른 고비나 양치류들로 뒤덮여 있습니다.
그만큼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다는 의미라고 하는군요.
나무 생김새가 희한한 나무들이 많이 보입니다.
마치 앙코르와트의 타프롬 사원의 나무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척박한 바위를 뚫지 못하니 악착같이 매달려 자라다보니, 뿌리가 툭 튀어나와 이리저리 꼬인 것입니다.
단풍잎이 깔린 길...
밟으면 서걱대는 소리에 길은 한층 더 즐거워집니다.
쉬엄쉬엄 걷습니다.
쉬엄쉬엄 걷다보면 도착하는 정매화곡 쉼터..
여행자에게 시원한 물도 마실 수 있게 해주고..
위를 올려다보니, 축대 위에 정자가 있어 다리쉼을 하고 가게 합니다.
정매화곡 쉼터란 이름이 붙은 것은 정매화라는 사람이 살던 터이기 때문입니다.
울릉도에는 이렇게 주민들의 이름이 지명이 된 곳들이 있습니다.
내수전은 김내수란 사람이 살던 땅. 정매화곡은 정매화란 사람이 살던 터... 이렇게 말입니다.
이 터를 마지막까지 지켰던 사람은 이효영이란 분입니다.
19년간 살다가 1981년에 이사를 갔다고 합니다.
이효영씨 부부는 이곳에 살면서 겨울철에 시도 때도 없이 내리던 폭설에 갇힌 조난자 300여명을 구조했다고 합니다.
주민들의 간청으로 육지로의 이사도 포기하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82년에 부부는 선행군민으로 선정되어 표창을 받기도 하였다고 적혀 있습니다.
육지에서는 보기 힘든 섬 단풍나무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섬 단풍은 육지의 단풍나무의 잎이 5-7개인 것과 달리, 잎이 11-14개까지 갈라진다고 합니다.
다 죽은 나무등치의 나무껍질을 타고 오르는 식물의 강인함..
정화매곡 쉼터를 지나면서 700-800m 가량의 오르막이 이어집니다.
일행들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가는 일도 숨이 찹니다.
이곳에서도 동백나무를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이렇게 독특한 줄기를 가진 녀석들도 많습니다.
동백나무 숲길을 지나고..
울릉도 동백꽃은 어디 피었을까요?
잠시 다리쉼을 하는 사이 올려다본 하늘..
어~ 단풍빛깔이...
노오란 단풍잎 끝에 붉은 단풍잎이 매달려 있습니다.
어쩌다 저런 녀석이 나온걸까요?
울릉숲길은 숲이 웊창하여 햇살이 잘 들어오지 않기도 하지만,
이렇게 시야가 열리면서 탁 트인 기분을 느끼게 하는 곳도 있습니다.
처음 출발지였던 내수전 일출 전망대와 전망대 주차장에서 걸어 내려오던 길이 지그재그로 나 있는 것이 보입니다.
처음에 제목을 제주의 올레길이 있다면, 울릉도에는 울릉숲길이 있다고 표현했지요.
이 울릉숲길은 제주의 올레길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입니다.
더 손때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길이라는 느낌이 납니다.
지리산의 둘레길과도 전혀 다른 느낌이구요.
조금 더 걷다보니 섬목과 관음도가 오른편에 가깝게 보입니다.
석포에 가까이 간 듯 합니다.
골짜기를 따라 내려간 시선이 다시 섬목에 가 닿고...
이 골짜기는 봄과 가을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듯하네요.
잘 생긴 소나무들이 보이면 숲의 끝자락입니다.
숲을 벗어나면 석포입니다.
석포 전망대까지는 이런 시멘트 포장 길이 이어집니다.
저희 일행은 석포 전망대까지 걷지 않고, 차로 이동하기로 합니다.
입구에 세워진 울릉숲길 안내판
저는 내수전 전망대에서 석포까지 걸었지만, 길은 현포항까지 이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길은 때로 잊혀지기도 합니다.
그 잊혀진 길이 태고의 신비를 갖고 다시 우리 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곳,
혼자여도 좋고, 둘이여도 좋을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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