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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화엄 연못가에 세들어 살고 싶은 욕심이 절로 생기는 명옥헌 원림

 

 

 

처음 찾아가 보지 못하고 온 곳이 있습니다.

바로 이곳이 그렇습니다.

명옥헌 원림을 찾아 갔던 날....

입구의 주차장에 차를 대고 그 언저리를 맴돌다, 멀리 뒤쪽으로 보이는 정자가 명옥헌인가?

너무 아닌데.. 하는 실망을 안고 돌아섰던 곳을 다시 찾습니다.(2010년 9월 24일)

 

함께 간 언니는 이곳을 1년이면 50번쯤 찾아 온다고 합니다.

나희덕 시인처럼 방을 얻으려고도 해보았다고 합니다.

이곳에 앉아 물 속에 비친 제 모습을 보며, 저도 이 화엄연못 가에 세들어 살고 싶다는 터무니없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ㅎㅎ

 

 

 

 

 

원래 담양 주변에는 배롱나무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지요.

배롱나무가 많기도 하였구요.

그 많던 배롱나무는 광주호를 만들면서 다 사라졌으나, 다행히 이곳 명옥헌 주변에는 20여 그루의 배롱나무가 남아 있습니다.

 

오래된 배롱나무의 아름다운 모습...

 

 

 

 

명옥헌 원림은 아래쪽에 주차장이 있습니다.

그 주차장을 지나 마을을 지나면 이 연못가에 차를 댈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몇대 정도?)

하지만, 제가 추천하고 싶은 것은 이 연못까지 차를 가지고 오지 마시고

아래쪽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천천히 걸어서 마을을 지나 이곳에 오시기를...

좁은 골목길들 사이로 어깨를 마주대고 있는 집들을 지나 만나게 될 이곳의 모습....

 

붉은 빛 꽃무릇이 연못가에 수줍게 피어 있습니다.

 

 

 

 

연못 둘레로 꽃무릇들이 피어 눈길을 끕니다.

 

 

 

 

명옥헌에서 연못을 앞에 두고 왼편, 오른편으로 난 길을 따라 갈 수 있습니다.

왼편으로 들어가서 오른편으로 나오기로 합니다.

 

 

 

 

물속에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물속에 해가 있고, 노송들이 있고, 배롱나무가 있고, 꽃무릇이 피어 있고..

그 길을 사람들이 걸어갑니다.

아이들은 웃고 재잘되고, 뛰어다닙니다.

 

 

 

 

명옥헌 정자 바로 앞의 아름다운 배롱나무..

사실 이곳이 가장 아름다운 때는 배롱나무 만개할 때라고들 하지요.

20여 그루의 배롱나무가 활짝 피어 붉은 빛을 연못에 드리울 때...

한여름 무더위가 절정일 때, 이곳을 찾으면, 그 모습을 볼 수 있을테지요.

하지만...

배롱나무 꽃이 지고 얼마 남지 않은 요즈음이지만...

이곳은 이미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제게는 넘치게 아름다운 곳입니다.

 

 

 

 

배롱나무 꽃 너머로 명옥헌 정자가 보입니다.

이제 명옥헌에 대한 소개를 해야할 때이지요?

 

이곳은 오희도(1583-1623)의 넷째 아들 오이정(1619-1655)이 부친의 뒤를 이어 이곳에서 글을 읽고 많은 저술을 남긴 별장터입니다.

우암 송시열은 그의 제자 오기석(1651-1702)을 아끼는 마음에 명옥헌이라 이름짓고 계곡 바위에 새겼습니다.

계곡 사이로 수량이 풍부했을 때에 <물이 흐르면 옥구슬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하여 이름을 얻었다 합니다.

이후 오기석의 손자 오대경(1689-1761)이 연못을 파고 정자를 세워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정자의 앞뒤에 네모난 연못을 파고 주위에는 적송과 배롱나무를 심었습니다.

 

인조는 왕위에 오르기 전 전국의 인재를 찾아 호남지방을 방문할 때, 후산(명옥헌이 위치한 곳이 담양군 고서면 산덕리 후산마을 입니다) 에

머물고 있는 오희도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이때 인조는 오희도를 등용하기 위해 세 번 찾아왔다고 하지요.

이때 명옥헌 뒤에 인조의 말을 맸던 오동나무가 있어, 인조대왕 계마행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현재 이 나무는 고사하여 없어졌다고 합니다.

 

 

 

 

명옥헌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입니다.

무채색의 기둥과 마루... 그 옆의 작은 굴뚝..

굴뚝은 이제 막 생일을 지나고 있었습니다.(만들어진 때가 적혀 있었는데, 9월 21일인가가 적혀 있더라구요.)

정자는 배롱나무와 커다란 나무와 숲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넓은 마루는 제 몸을 누구에게나 순하게 내어 줍니다.

아이들에게도, 지친 어르신들에게도,

그리고 제게도 말입니다.

 

 

 

 

정자 위에 오르니 또 다른 풍광입니다.

이곳은 위의 연못과 아래 연못이 있는데, 정자 위에서는 아래 연못이 보입니다.

 

명옥헌 원림..

여기서 원림은 정원과 비슷한 말이지만 인공적인 의미가 배제되어 있습니다.

즉 숲을 그대로 두고, 적절한 곳에 집이나 정자를 배치한 것입니다.

명옥헌의 설명을 보면, <주변의 자연경관을 차경(借景)으로 도입한 정사 중심의 자연순응적인 전통 정원양식> 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자연경치를 경관의 일부로 빌려온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자 안으로 배롱나무가 들어오고, 꽃무릇이 들어오고..

푸른 하늘이 들어섭니다.

 

 

 

 

정자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액자가 되는 순간입니다.

 

 

 

 

명옥헌은 사각형의 작은 위 연못(바라봤을 때, 오른편)과 사다리꼴 모양의 아래 연못으로 이루어져있고, 그 사이에 정자를 세웠습니다.

정자 위에선는 두 연못이 다 보이고, 그 사이로 난 길로 정자를 오르게 되어 있습니다.

소쇄원과는 또 다른 맛이 나는 곳입니다.

 

 

 

 

아직 몇송이 남은 붉은 백일홍(배롱나무는 목 백일홍이라고 부르지요)과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꽃무릇의 어우러짐...

 

 

 

 

물속에 비친 꽃무릇과 배롱나무에 할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물속에 비친 세상을 찍습니다.

사진을 180도로 회전시켜 보니, 또 다른 아름다운 세상이 그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 속에 제 모습도 보입니다.

마치 손 내밀면 잡힐 듯한 생각이 듭니다.

물결이 흔들리면, 흔들리는 세상...

그리고 잠시 뒤 아무일 없었다는 듯 제 모습을 찾는 세상..

 

 

 

 

물속으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면..

어디로 가게 될까요?

 

 

 

 

물속에는 80년대 황지우 시인이 살면서 집필실로 썼다는 창넓은 토담집도 있습니다.

 

다섯 그루의 노송과 스물여덟 그루의 자미나무가

나의 화엄연못, 지상에 붙들고 있네.

 

이제는 아름다운 것, 보는 것도 지겹지만

화산재처럼 떨어지는 자미꽃들, 내 발등에 남기고

공중에 뜬 나의 화엄 연못, 이륙하려 하네

 

           - 황지우 시인의 물 빠진 연못 중에서-

 

* 참고로 여기서 자미나무는 배롱나무의 다른 이름입니다.

 

 

 

 

 

 

 

 

 

 

돌아나오는 길..

그새 더욱 순해진 햇살을 따라

이곳은 또 다른 빛깔을 띕니다.

 

 

 

 

명옥헌 원림의 입구에는 또 다른 백일홍이 피어 있습니다.

아쉬워, 아쉬워..

자꾸 돌아보는 느린 발걸음으로

돌아서 나옵니다.

배롱나무 불게 피는 때, 다시 가볼일입니다.

 

명옥헌 원림 찾아가는 길

 

주소 : 전남 담양군 고서면 산덕리 513번지

 

호남고속도로 창평 ic - 60번 지방도를 따라 고서 방향- 명옥헌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 - 명옥헌 원림

입장료, 주차료 모두 무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