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
이름을 불러놓고 나선 한참을 머뭇거리게 됩니다.
가을날의 노란 은행나무 길들을 떠올려야 하고
올라가는 길가의 빨갛게 익은 사과나무들을 떠올려야 하니 말입니다.
거기다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서 바라보는 장쾌한 산들의 풍경까지..
부석사..
가고 또 가고, 가을만 되면 가보고 싶은 절집입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쓰신 유홍준 교수님은
부석사를 소개하면서 제목을
'사무치는 마음으로 가고 또 가고' 라고 적어 두셨더군요.
여행자의 마음과 딱 맞은 말이지요.
사무치는 마음으로 가고 또 가는 절집
영주 부석사입니다. (2014년 4월 22일)
사진은 무량수전 앞 하얀 배꽃이 활짝 핀 부석사의 봄날 풍경입니다.
봄날의 부석사..
늘 가을날의 부석사만 떠올렸는데
이 계절에 처음 찾은 부석사입니다.
입구에는 붉은 철쭉이 활짝 피어 있네요.
갖가지 나물을 파시는 분들
가을에는 사과를 파시느라 분주하시더니
봄날은 또 다른 풍경이로군요
입구에서 일주문으로 향하는 길...
가을날이면 노란 은행잎들 수북히 깔린 길이지요
연초록의 빛깔도 좋은 봄날입니다
태백산 부석사라 적힌 일주문
그리고 사과꽃을 만납니다.
가을이면 늘 탐스러운 사과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나무들
사과꽃 피는 계절에 한번 와보자고 하였던 곳인데
몇 해만에 사과꽃 피는 계절에 찾아오게 되었네요.
탱자나무도 하얀 꽃을 피운 길
이 기둥은 통일신라시대 당간지주로 높이는 428cm입니다.
양 기둑 꼭대기에는 내면상단에서 외면으로 내려오면서 호선을 그리며 외부로 깎여있는데 1단의 굴곡을 두었습니다.
당간지주 사이에는 연꽃잎을 장식한 원형의 간대석이 놓여져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소박하고 아름다우며 간결하고 단아한 수법으로 보아 부석사 창건과 함께 7세기 경에 세워진 것으로 추측됩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간대석을 지나치기가 쉽습니다.
* 당간은 절에서 불교 의식이 있을 때, 불(佛), 보살의 공덕을 기리거나 마귀를 물리칠 목적으로 달았던 '당'이라는 깃발의 깃대를 말하며
이 깃대를 고정시켜 주기 위해 세우는 돌기둥을 당간지주라고 합니다.
일주문 지나 천왕문을 오릅니다
부석사 아랫마을 북지리에서 이제 절집의 일주문을 들어가
천왕문, 요사채, 범종각, 안양루를 거쳐 무량수전에 이르고
여기서 다시 조사당과 웅진전까지 순례하는 길을 걷게 되면
순례자는 필연적으로 서로 성격을 달리하는 세 종류의 길을 걷게끔 되어 있다.
절 입구에서 일주문을 거쳐 천왕문에 이르는 돌 반, 흙 반의 비탈길은
자연과 인공의 행복한 조화로움을 보여준다.
-유홍준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중에서-
자연과 인공의 행복한 조화로움..
고개를 끄덕거리게 합니다.
오르다 돌아보며 큰 호흡을 해봅니다.
양쪽에는 단아한 3층 석탑이 마주보고 서 있고
누각과 전각들이 자리하고 있는 부석사 경내입니다.
부석사 3층석탑
이 탑은 통일신라 후기 3층석탑으로 쌍탑입니다.
높이는 동탑이 360cm, 서탑은 377cm으로 두 탑의 크기와 양식이 거의 같습니다.
이중기단위에 3층의 몸돌을 올린 것으로 무량수전의 동쪽에 있는 석탑과 같은 형식입니다.
전체적으로 짜임새가 있고 정제된 모습으로 신라 석탑 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단과 탑신부의 몸돌에는 기둥을 본 떠 새겼는데, 기단은 각 면의 모서리와 가운데에 조각을 두었고 몸돌은 모서리에만 두었습니다.
몸돌을 덮고 있는 각 층의 지붕돌은 밑면에 4단씩의 받침을 두었습니다.
윗부분은 없어졌는데, 지금 놓여져 있는 것은 뒤에 보충한 것입니다.
오르다 돌아보고 다시 오르고..
천왕문에서 요사채를 거쳐 무량수전에 이르는 부석사의 본채는
정연한 돌축대와 돌계단이라는 인공의 길이다.
그것은 엄격한 체계와 가지런한 질서를 담고 있으며
그 정상에 무량수전이 모셔져 있다.
-유홍준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중에서
범종루..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저 나무 기둥들
부석사에는 2개의 누각이 있지요.
이 범종각과 안양루입니다.
안양루는 문의 성격을 겸하고 있는 누각이라면, 범종루는 대석축단과 안양루 석축으로 구분되는 공간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지반에 견고하게 버티고 선 안정감 있는 건물입니다.
부석사는 우리나라 화엄종의 본찰로 의상 대사가 676년 창건한 곳입니다.
이 범종각은 그 건물의 방향이 여느 건물과는 달리 측면으로 앉아 있습니다.
건물의 지붕은 한쪽은 맞배지붕을 하고 있고, 다른 한쪽은 팔작지붕을 하고 있는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가 쉽다고 합니다.
팔작지붕을 한쪽이 정면을 향하고 있고 맞배지붕이 뒤쪽을 향하고 있습니다.
부석사가 소백산맥을 향하여 날아갈 듯이 앉아 있는데 범종각이 정면을 향하고 있으면 건물이 전반적으로 무거워 보이게 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범종각을 옆으로 앉혀놓고 뒷쪽을 맞배로 처리하여 건물이 전박적으로 비상하는 느낌을 주고 답답해 보이지 않기 위함이라고 하지요.
유홍준님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남한땅의 5대 명찰을 이야기하고 있지요.
춘삼월 양지바른 댓돌 위에서 서당개가 턱을 앞발에 묻고
한가로이 낮잠자는 듯한 절은 서산 개심사이다.
한여름 온 식구가 김매러 간 사이 대청에서 낮잠자던 어린애가 잠이 깨어
엄마를 찾으려고 두리번거리는 듯한 절은 강진 무위사이다.
늦가을 해질녘 할머니가 툇마루에 앉아 반가운 손님이 올 리도 없건만
산마루 넘어오는 장꾼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듯한 절은 부안 내소사이다.
한겨울 폭설이 내린 산골 한 아낙네가 솔밭에서 바람이 부는 대로
굴러가는 솔방울을 줍고 있는 듯한 절은 청도 운문사이다.
몇날 며칠을 두고 비만 내리는 지루한 장마 끝에 홀연히 먹구름이 가시면서
밝은 햇살이 쨍쨍 내리쬐는 듯한 절은 영풍 부석사이다.
-유홍준 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중에서-
읽으면서 자꾸 고개를 끄덕거리게 되네요.
이 절집들에서 하나를 꼽으라면 여행자는 단연 부석사를 꼽아봅니다.
서늘한 기운 감도는 새벽녘 안양루
비 맞은 뒤 청산은 씻은 듯이 선명하네
멀리 안개 속에 동네 인가 잡힐 듯하고
동남 하늘 구름은 바다처럼 연이었네
먼 하늘 아득히 나는 새 바라보고
스산한 가을 정취 매미소리 듣네
만고의 명승지 나그네 발걸음
올해 중속 밝은 달도 활처럼 기우네
성언근(成彦根, 1740~1818)선생이 쓴 시‘안양루(安養樓)’ 를 떠올리며 극락의 세계로 오릅니다.
난간 아랫부분에 걸린 편액은 '안양문'이라 되어 있고, 위층 마당 쪽에는 '안양루'라고 씌여 있습니다.
안양은 극락이므로 안양문은 극락 세계에 이르는 입구를 상징합니다.
따라서 극락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지나면 바로 극락인 무량수전이 위치한 구조로 만들어진 곳입니다.
부석사 무량수전 앞의 석등 사이로 무량수전 현판을 바라보며
보고 싶었던 무량수전을 제 눈에 실컷 담아 봅니다.
부석사의 석등은 통일신라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석등으로,
빼어난 조각 솜씨로 비례의 조화가 아름답고 화려하면서도 기품이 있는 석등입니다.
안양루 옆에 서서 시원스런 조망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달리 말이 필요없는 무량수전..
부석사에는 많은 국보와 보물들이 있습니다.
일일이 열거해보자면..
무량수전(국보 18호), 무량수전 앞 석등(국보 17호), 소조여래좌상(국보 45호), 조사당 벽화(국보 46호),
당간지주(보물 255호), 고려 각판(보물 735호)
조사당 (국보 19호), 북지리 석조여래좌상(보물 220호), 삼층석탑(보물 249호)
그중에서도 부석사의 지존~
무량수전...
목조구조 기술의 정수라고 불리우는 배흘림 기둥으로 건축미의 극치를 보여준다 평가되고 있지요.
우리나라 목조 건물 중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정면 5칸, 측면 3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심포 양식으로 간결하면서도 웅장한 느낌을 주는 건축입니다.
무량수전, 석등, 안양루...
늘 가을날 오른 여행자
그리 부석사를 많이 오르고도
무량수전 앞 이 나무가 이리 꽃을 피우는 나무인 줄 몰랐네요.
하얀 꽃을 환하게 꽃피우고 있는 나무
바람이 불면 꽃잎들 날리고...
나무 아래서 많은 이들이 이게 무슨 꽃일까? 궁금해하며 저마다 한마디씩 하고 가더군요.
나중에 부석사 근처에 사진과 안내가 있었는데 부석사 무량수전 앞 배꽃이라고 적혀 있더군요.
함께 간 친구는 절대 배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긴 하지만요.
무량수전의 왼편에 위치한 부석이라 적힌 바위
아래 위가 붙지 않고 떠 있다 하여 뜬돌, 곧 <부석>이란 이름이 붙여 있습니다.
부석사의 창건에 얽힌 당나라 처녀 선묘와의 애틋한 사연이 깃든 바위이지요.
다시 무량수전으로 향해봅니다
무량수전은 부석사의 주불전으로 아미타여래를 모신 전각입니다.
아미타여래는 끝없는 지혜와 무한한 생명을 지녔으므로 무량수불로도 불리는데
'무량수'라는 말은 이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
꽃창살 하나 없는 가람의 문과 소박한 기둥이 어우러져 천년 고찰을 실감케 합니다.
이맘때쯤 다른 절집을 가보면 절집 마당에 연등이 내걸려
대웅전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게 해놓았던데
이곳은 전각 내에만 연등을 걸어 놓았네요.
이 아름다운 가람을 한눈에 이리 볼 수 있게 해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어느 가을 새벽,
이곳에 서서 해가 뜨는 걸 기다리며 세시간도 넘게 서성이던 날도 있었지요.
부석사의 절정인 무량수전은 그 건축의 아름다움보다도 무량수전이 내려다보고 있는 경관이 장관이다.
바로 이 장쾌한 경관이 한눈에 들어오기에 무량수전을 여기에 건립한 것이며
앞마당 끝에 안양루를 세운 것도 이 경관을 바라보기 위함이다.
안양루에 오르면 발 아래로는 부석사 당우들이 낮게 내려앉아 마치도 저마다 독경을 하고 있는 듯한 자세인데,
저 멀리 산은 멀어지면서 태백산맥 연봉들이 남쪽으로 치달리는 산세가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이 웅대한 스케일, 태백산맥 전체가 무량수전의 앞마당인 것처럼 끌어안은 것이다.
이것은 현세에서 감지할 수 있는 극락의 장엄인지도 모른다.
-유홍준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에서-
어느 것 하나 놓치기 아까운 부석사입니다.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시원해지는 풍경들이지요
이제 선비화를 보러 오릅니다.
조사당은 무량수전에서 동북쪽으로 100m
조사당에는 의상대사의 진영을 모시고 있습니다.
1918년 발견된 상량문에 의하면 1377년(고려 우왕3년)에 지어진 순수한 고려 건축 양식을 잘 보존하고 있습니다.
조사당 벽면에는 6점의 벽화가 그려져 있었는데, 조사당 벽화라 불리웁니다.
현재는 벽면 전체를 떼어 유리상자에 담아 현재는 따로 보관하고 있다고 합니다.
조사당 처마 아래 자라고 있는 선비화
이제 꽃망울을 피우고 있더군요
절집을 돌아보고 다시 내려오는 길..
김삿갓 시인이 부석사에 올라 남겼다는 시를 마지막으로 올리며 글을 마무리 합니다.
평생에 여가 없어 이름난 곳 못왔더니
백발이 다 된 오늘에야 안양루에 올랐구나
그림같은 강산은 동남으로 벌려 있고
천지는 부평같이 밤낮으로 떠 있구나
지나간 모든 일이 말 타고 달려오듯
우주간에 내 한몸이 오리마냥 헤엄치네
인간 백세에 몇번이나 이런 경관보겠는가
세월이 무정하네, 나는 벌써 늙어있네
부석사 찾아 가는 길
주소 : 경상북도 영주시 부석면 북지리 148
중앙고속도로 풍기 ic - 931번 국도로 부석사, 소수소원 방면 - 부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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