툇마루에 앉아 일어날 줄 모르게 되던 산사
붉은 연등만 아니 달려 있었다면 절집인지 그저 잘 지어진 한옥인지 분간이 잘 되지 않았을 산사..
안동 봉정사 영산암을 찾았을 때의 느낌이 그러했습니다.
유홍준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영산암에 관한 글을 옮겨 적어보자면
-나는 이렇게 감정의 표정을 많이 담은 마당을 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이것이 요사스럽거나 번잡스럽게 느껴지지 않으니 그것이 참으로 신기 할 뿐이다.
봉정사에서 기도처인 대웅전, 극락전의 앞마당은 정연한데,
수도처인 영산암 앞마당은 일상의 편안함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이 일상의 편안함이 깃들어 있는 앞마당을 바라보고 앉아 있노라면
마음까지 편안해지던 산사..
마음을 내려놓고 오는 산사
안동 봉정사 영산암입니다. (2014년 4월 22일)
영산암에서는 작은 것들 하나도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더군요
그중에서도 마당 한켠에 자리한 작은 석등
그 소박하고 단아한 아름다움에 자꾸만 시선이 가더군요.
봉정사를 둘러보고 요사채 뒤쪽 산자락에 자리잡은 영산암으로 향합니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는 산자락
그 계단 위에 자리한 암자
영산암의 첫 얼굴은 낡고 낡은 누마루인 우화루입니다.
부처가 설법할 때면 꽃이 비처럼 쏟아진다는 뜻의 우화루..
그 우화루 아래쪽을 통해 암자 안으로 들어서게 되어 있는 곳입니다.
굵고 곧은 나무만이 기둥이 되고 문지방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문지방입니다.
우화루 아래 서면 눈높이에 마당이 펼쳐집니다.
마당에 오르면 양편에 요사채가 있고,
단을 높인 안쪽에 법당인 응진전과 삼성각이 자리하고 있어
마당은 그리 넓지도 않지만, 고요가 내려앉아 있는 곳입니다.
요사채 마루에서 보면 한단 높여진 곳에 반송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반송 아래 가 서봅니다.
낡은 암자의 세월이 느껴지는 흔적들을 바라봅니다
소나무 아래는 작은 기도들이 모여 작은 탑을 이루고
빛바랜 단청..
흐릿해진 그림들...
발소리도 없이 나타나신 스님은
우화루 누각에 올라 한참을 저리 서 계시더군요
아늑하다...
요사채 마루에 앉아 있으니 그런 마음이 들더군요.
낡고 오래된 것들을 가만히 손 대어 보면
많은 이야기들을 건네는 것만 같은 그런 곳이더군요
단순하면서도 아름답다는 것은 이런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요사채와 우화루 처마 아래 걸어놓은 붉은 연등도
이 고요하고 아늑한 곳의 분위기를 헤치지는 못하는 듯 합니다.
이 고요함 속으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불자 두분이 오셔서 합장을 합니다.
그 소리를 피해 뒤란으로 가보니
이 절집에 어울리는 낮은 굴뚝
절 뒷마당에도 붉은 꽃들 노란 꽃들 피어 있습니다.
말간 느낌의 툇마루
그곳에 다시 앉아 오후의 햇살이 내려오는 것을 바라봅니다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이란 영화를 이곳에서 촬영했다고 하지요.
작지만 아름다운 절집이기에 그러했을테지요.
오후의 햇살이 내려앉는 영산암을 뒤로 하고
다시 길 위로 나섭니다.
앞서 이야기한 봉정사를 아직 보지 못하셨다면 클릭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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