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같은 사랑
눈으로 들어온 사랑은
눈을 감아도 보이고
입으로 들어온 사랑은
입을 닫아도 달다
가슴으로 들어온 사랑은
밖에 서리가 차도 따뜻하여
사람은 사랑으로
사람도 낳고 그림도 낳는다
하지만 사랑은
그림보다 간직하기 어렵더라
-이생진 선생님의 골뱅이@ 이야기 37쪽/우리글 2012년 간행-
담양 소쇄원에서 시작된 이생진 선생님과 떠나는 가을 소풍..
소풍은 고창 힐링카운티로 이어집니다.
다음날 아침 9시 어청도로 향하는 배를 타기 전,
편안한 곳에서 하룻밤, 좋은 시간들 만들어 가기 위해 고창 힐링카운티로 출발합니다. (2012년 10월 19일)
시와 음악이 하나가 되는 밤,
이생진 시인과 떠난 가을 소풍 그 두번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사진은 고창 힐링카운티의 산책로에서 바라본 정자입니다.
소쇄원에서 고창으로 향하는 길,
이생진 선생님의 팬이시라는 설광태님이 하시는 커피 스타에 들릅니다.
소쇄원 가는 길가에 자리한 커피 스타
커피 맛이 좋아 소쇄원 가는 길에 들르고,
소쇄원에서 나오는 길에도 들르게 된 곳입니다^^
설광태님에게 싸인을 해주시는 선생님~
팬이 많으신 이생진 선생님이십니다^^
덕분에 맛난 커피도 한잔씩 얻어 마십니다.ㅎㅎ
담양 지나 도착한 고창 힐링카운티..
오르는 길가에는 들국화와 강아지 풀이 오후의 햇살에 환하게 빛나는 곳이었답니다.
들국화 핀 길의 끝에는 멋진 소나무들에 둘러싸인 잘생긴 정자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다른 곳에 자리하고 있던 오래된 정자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라고 하더군요.
오랜 세월의 흔적들을 품고 있는 정자..
그 세월의 흔적을 손끝으로 가만히 만져봅니다.
저수지 가에는 정자가 자리하고 있고
그 위에는 고창 힐링카운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바로 아래쪽에는 석정 휴스파가 있어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바람 패밀리들이 하룻밤 묵어갈 곳..
황토로 만들어졌다는 널찍한 실내에서 보낸 하룻밤,
그 이야기를 들어보실래요? ㅎ
바람 패밀리의 정윤천 시인은 고창까지 함께 오셔서
술빚는 마을 뽕주 한박스를 내려 놓으시고
갑자기 일이 있으셔서 광주로 다시 가시고..
함께 하지못해 많이 아쉬웠습니다.
바람 패밀리들은 덕분에 빛깔 좋은 술로 기분 좋은 밤이 되었지만요. ㅎㅎ
바람이 시가 되어 카페지기인 차꽃 언니는
이생진 선생님의 오래된 시집들을 가지고 와 싸인을 받으십니다.
젊은 선생님의 얼굴, 참 반갑습니다^^
어청도를 함께 갈 바람 패밀리들이 아직 다 모이지 않은 때였지만
몇명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노래를 듣고,
선생님의 시 낭송을 듣는 시간..
참 고운 시간입니다.
현선생님은 이어도 사나를 들려주시구요.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어머니의 숨비소리
죽어서 이어도로 가겠다는 한 맺힌 소리에
파랑도에서 떠도는 아버지가 고개를 든다
이어도에 시추대가 올라올 때
아버지를 만난 듯 반가웠는데
시샘하는 시비에 금방 몸서리친다
하지만 이어도가 물 밖으로 나온 것은
어머니의 힘
올라와야 한다 물 위로 올라와
수천만 년 물에 잠긴 서러움을 씻고
하늘을 보며 살아나야 한다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현선생님이 부르시는 <이어도 사나>를 감명깊게 들으시는 차꽃 언니
선생님의 시낭송이 이어집니다.
그 사람을 사랑한 이유/이생진
여기서는 실명이 좋겠다
그녀가 사랑한 남자는 백석白石이고
백석이 사랑했던 여자는 김영한金英韓이라고
한데 백석은 그녀를 자야子夜라고 불렀지
이들이 만난 것은 20대 초
백석은 시 쓰는 영어 선생이었고
자야는 춤추고 노래하는 기생이었다
그들은 죽자사자 사랑한 후
백석은 만주땅을 헤매다 북한에서 죽었고
자야는 남한에서 무진 돈을 벌어
길상사에 시주했다
자야가 죽기 열흘 전
기운 없이 누워 있는 노령의 여사에게
젊은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천억을 내놓고 후회되지 않으세요?
무슨 후회?
그 사람 생각 언제 많이 하셨나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데 때가 있나?
기자는 어리둥절했다
천금을 내놨으니 이제 만복을 받으셔야죠 '
그게 무슨 소용있어 '
기자는 또 한번 어리둥절했다
다시 태어나신다면?
' 어디서? 한국에서?
에! 한국?
나 한국에서 태어나기 싫어
영국쯤에서 태어나서 문학 할거야'
그 사람 어디가 그렇게 좋았어요?
' 1000억이 그 사람 시 한 줄만 못해
다시 태어나면 나도 시 쓸 거야 '
이번엔 내가 어리둥절했다
사랑을 간직하는데 시 밖에 없다는 말에
시 쓰는 내가 어리둥절했다
(그 사람 내게로 오네(시로 읽은 황진이)119~120쪽/우리 글/ 2004)
*핸드폰에 녹음을 하고 있는데 카톡 알림 소리가 함께 녹음 되었네요. ㅠㅠ
선생님의 시 낭송이 너무 좋아 그대로 올려봅니다.
내가 백석白石이 되어
- 백석과 자야 · 2
나는 갔다
백석白石이 되어 찔레꽃 꺾어 들고 갔다
간밤에 하얀 까치가 물어다 준 신발을 신고 갔다
그리운 사람을 찾아가는데 길을 몰라도
찾아갈 수 있다는 신비한 신발을 신고 갔다
성북동 언덕길을 지나
길상사吉祥寺 넓은 마당 느티나무 아래서
젊은 여인들은 날 알아채지 못하고
차를 마시며 부처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까치는 내가 온다고 반기며 자야子夜*에게 달려갔고
나는 극락전極樂殿 마당 모래를 밟으며 갔다
눈 오는 날 재로 뿌려달라던 흰 유언을 밟고 갔다
참나무 밑에서 달을 보던 자야가 나를 반겼다
느티나무 밑은 대낮인데
참나무 밑은 우리 둘만의 밤이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울었다
죽어서 만나는 설움이 무슨 기쁨이냐고 울었다
한참 울다 보니
그것은 장발張勃**이 그려놓고 간 그녀의 스무 살 때 치마였다
나는 찔레꽃을 그녀의 치마에 내려놓고 울었다
죽어서도 눈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손수건으로 닦지 못하고
울었다
나는 말을 못했다
찾아오라던 그녀의 집을 죽은 뒤에 찾아와서도
말을 못했다
찔레꽃 향기처럼 속이 타 들어갔다는 말을 못했다
* 자야子夜: 시인백석은 젊었을 때 김영환을 '자야'라고 불렀다.
** 장발張勃(1901-2001) : 서양화가, 호는 우석雨石. 서울대 미대 초대 학장을 지냈으며,
대표적으로 김대건 신부상, 명동성당 제단 벽화가 있다.
그는 자야의 20세 때 모습을 초상화로 그렸다.
(그 사람 내게로 오네 122~123쪽 / 우리글/ 2003)
카페 '이생진 바람이 시가 되어' 식구들은
선생님에 대해 잘 아시겠지만,
다른 분들을 위해 이생진 선생님에 대해 간략하게 적어 보겠습니다.
이생진 선생님의 고향은 충남 서산입니다.
섬에서 태어나지않았는데도 섬이 좋아 거의 평생동안 섬을 돌아다니고
섬에 관한 시집도 30권이상 내신 시인이십니다.
우리나라 섬 1,000개 이상을 다니신 ‘섬 시인’ 이십니다.
최근에는 <골뱅이@이야기> 란 시집을 출간하신
80이 넘으신 연세에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는 시인이십니다.
1978년에 출간하신 선생님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시집이자 스테디셀러이지요.
이생진 선생님의 홈페이지는요
www.poet.or.kr/sj www.islandpoet.com
고창의 밤은 깊어가고,
군산에서 안단테님이 오셨습니다.
이날 공연이 있었는데, 공연을 마치자마자
바람 패밀리들을 보기 위해 와 주었지요.
공연에서 입었던 드레스를 입고서
멋진 음악을 들려주는 시간
멋진 가곡들을 불러주십니다.
한쪽에서는 현선생님 장미꽃 한다발을 품에 안고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십니다.
아무래도 안단테님이 <살짜기 옵서예>를 불러주실려나 봅니다. ㅎㅎ
바람 패밀리들의 모임 때마다 늘 맛난 음식들 해주시는
엄마같은 존재이신 큰언니도
모처럼 편안한 시간이시네요.
눈 감고 음악 경청 중이시구요.
그사이에 모기에 물린 차꽃 언니는
얼굴에 파스를 잘라 붙이고도 환한 웃음^^
당신 생각에 부풀은 이 가슴
살짜기 살짜기 살짜기 옵서예~
안단테님의 살짜기 옵서예가 시작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바람 패밀리 모임의 단골 노래가 될 듯 합니다.
달 밝은 밤에도 어두운 밤에도
살짜기 살짜기 살짜기 옵서예
바람이 불거나 눈비가 오거나
살짜기 살짜기 살짜기 옵서예
꿈에도 못 잊을 그리운 님이여
살짜기 살짜기 살짜기 옵서예
노래가 끝나고 선생님과 정다웁게 사진 한장씩 찍는 시간~
서울에서 바쁘게 내려온 회초리님도 함께~
이 이쁜 처자들은? ㅎ
이번에 처음 선생님과의 소풍에 동행한 무니언니와 홍예랍니다.
바람 패밀리들의 신청곡을 받아 노래를 부르시는 현선생님~
음
됐어
바다가 보이면 됐어
서귀포 칠십리
어느 틈으로든
바다가 보이면 됐어
시가 밥처럼 씹히는 날
곁에 바다가 있다는 건
죽어서도 어머니 곁이라는 거
나는 쉽게 바다에 물들어서 좋아
음
됐어
바다가 보이면 됐어
이생진 선생님의 서귀포 칠십리를 불러주시기도 하시구요.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웨이도 불러주시고~
회초리 오라버니는 또 열심 분위기를 띄워주시고 계시는 중입니다^^
꽃한단을 손에 들고 모두에게 한송이씩 나눠주시기도 하시구요. ㅎ
시와 음악이 하나가 되는 밤,
마무리는 이생진 선생님께서 하십니다.
오빤 강남스타일 강남스타일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여자
커피 한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 있는 여자..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낭송해 주십니다. ㅎㅎ
다음 모임에서는 선생님의 강남 스타일 노래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봅니다^^
이제 여행은 어청도로 이어집니다.
아직 사진을 정리 전인데,
사진 열어보는 것부터 기대되는 여행자입니다^^
*혹 이모임이 궁금하신 분은 다음 카페 <이생진, 바람이 시가 되어>로 발길 옮겨보셔도 좋습니다.
이생진 선생님과 함께 한 섬 여행과 시낭송회, 그리고 가을 소풍 이야기를 더 보시려면 클릭해 보세요~
이생진 시인과 함께 떠난 소쇄원 가을 소풍/담양 여행 http://blog.daum.net/sunny38/11776331
시인과 함께 떠나는 섬여행-군산 선유도 http://blog.daum.net/sunny38/11776001
뜨거운 여름 밤, 시와 함께 놀자!-이생진 시인과 함께하는 인사동 시 낭송 모꼬지 http://blog.daum.net/sunny38/11776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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