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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전북여행] 소설 '혼불'의 문학적 배경이 된 곳, 그 여운을 따라 가는 길-혼불 문학관

 

 

 

하물며 인생이랴.

 

한나절 걷는 십 리 길도 아니요, 하루 해 꼽박 넘어가는 백 리 길만도 아니고,

한 열흘 혹은 보름 밤낮으로만 가면 되는 천 리 길도 아니다.

나서부터 지금까지 쉬임없이 걸어왔고,

이제부터도 쉬지 않고 몇 십 년을 걷고 걸어가야 마지막에 당도하는 길. 인생

 

그것이 과연 리(里)수로 몇 리일까.

 

-혼불 6권 22장 중에서-

 

우리는 지금 어디쯤 걷고 있을까요?

이제부터 얼마만큼을 걸어가야 할까요?

문학 속에서 만나는 삶은 늘 이렇게 여행자에게

많은 것들을 제 스스로 묻고 되돌아보게 합니다.

 

대하 소설 '혼불'

 

그다지 쾌청한 날씨는 아니었다" 로 시작해서

마지막 문장 "그 온몸에서 눈물이 차 오른다"로 끝나는 글, 

이 소설을 쓰는데 꼬박 17년이 걸렸다는 책

 

열권으로 묶어 펴낸 책을 오래 전에 읽었던 기억을 가지고

전라북도 남원시 사매면 노봉리에 위치한 혼불 문학관을 찾아 갑니다.

 

이곳 일대는 '혼불'의 무대가 되었던 서도역, 노봉마을, 노봉서원, 종가, 청호 저수지가 있어

소설 '혼불'의 문학적 배경이 된 곳입니다.

소설 속의 여운을 따라 가는 길,

혼불 문학관을 찾아 가는 날은 비가 내렸습니다. (2012년 4월 21일)

 

사진은 혼불의 무대 중의 하나인 청호 저수지의 비오는 봄날 풍경입니다.

 

 

 

 

혼불 문학관..

51년의 짧은 생애를 살다 간 작가 최명희..

 

여행자는 그녀를 전주의 한옥 마을의 "최명희 문학관"에서 먼저 만났었습니다.

그날도 봄날의 어느날이었지요.

 

남원의 사매면 노봉리에 위치한 이곳 혼불 문학관

문학관 뒤에는 노적봉이 굽어보고 있으며,

아래에는 노봉마을과 청호 저수지가 자리하고 있는 곳으로

이 너른 공간이 주는 넉넉함이 최명희 문학관과는 또 다른 느낌이로군요.

 

 

 

 

이번 봄에는 다른 곳 말고, 아직도 그 살구꽃 피는 집은 그대로 있는지,
무덤가 각시복숭아 꽃잎은 푸른 시냇물로 소리 없이 지고 있는지.
한 번 가보고 싶다.
그리고 학교 뒷산 양지쪽에 쑥 캐러 오던 아이들도 여전히 그대로 오고 있는지.

이 꽃피는 날에.

 

최명희님의 수필_꽃피는 봄날에는 중에서

 

 

그녀의 글 속의 많은 꽃들이 이곳 문학관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소살소살~

 

이야기를 나누고 '혼불'을 나눌 수 있는 공간..

너른 마루와 비오는 날 봄 풍경이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공간이로군요.

 

 

 

 

그 처마끝에 매달린 작은 풍경 하나..

바람이 불면, 어떤 소리를 들려줄까요?

 

 

 

 

소살소살..

 

그녀들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 중일까요?

 

 

 

 

풍채와 운치를 좀 보아라, 그야말로 용의 기품이 아니냐.

하늘로 솟구치는 그 기상하며 조금도 속기(俗氣)없는 몸통의 귀격은 속진(俗塵) 속의 군자로다.

거기다가, 사시사철 푸른 잎은 너훌거리고 않아서 점잖고,

바늘 같은 침엽은 그 결직(潔直)이 선비의 성품 그대로라,

감히 누가 흉내 낼 수 있으리오

 

-혼불 3권 5장 중에서-

 

멋진 소나무가 너른 마당에 자리하고 있는 문학관 건물과

 

 

 

 

좀전에 소개해드린 너른 마루의 소살소살과

그 뒤로 교육장과 쉼터를 품은 공간..

 

이 두곳이 문학관을 이루는 주요 공간입니다.

 

 

 

 

문학의 공간이 되기도하고, 쉼터가 되어 주기도 하는 사랑실..

 

 

 

 

어떻게 차(茶)에서 이런 향이 난단 말인가.
그것은 저 아득한 상고 시절의 악기 음색을 연상시켰다.
황토를 빚어서 만들었다 하는 그 악기를 불면 맑고도 부드러우면서
우주평화의 한가운데 고요히 앉아 있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는데,
차의 향기에서 그 소리가 들렸다.

 

작가 최명희 강연록 _ 나의 혼, 나의 문학 중에서

 

차의 향기가 느껴지시나요?

 


 

 

1996년 12월 한길사를 통해 전 10권으로 출간된 후 140만 부가 팔렸으며

교보문고에서 선정한 ‘90년대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던 혼불..

 

요즘은 노란 겉표지를 가지고 있나봅니다.

여행자는 왼편의 옛 책들을 가지고 있는데 말입니다.


 

 

 

쉼터 바깥에는 문학관과 그 주변에 대한 안내가 되어 있습니다.

검은 기와에 적힌 안내글들..

눈길을 끄는군요.

 

혼불 문학관까지 오는 버스 시간표가 잘 보이질 않네요.

옮겨 적어보자면,

 

남원에서 혼불마을(노봉마을)

남원에서 08:00, 11:00, 15:15, 18:30 에 출발하고

혼불마을에서는 08:50, 11:45, 16:00, 19:15 분 출발이로군요.

 

 

 

 

이제 여행자의 발걸음은 혼불 문학관으로 향합니다.

 

문학관 바깥 벽에는 1930년대를 살아왔던 선조들의 삶이

사진으로 걸려 있습니다.

 

 

 

 

문학관 문을 열고 들어서자

검은색 옷차림의 최명희님이 미소로 여행자를 반겨줍니다.

 

 

 

 

나는 원고를 쓸 때면,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그것은 얼마나 어리석고도 간절한 일이랴.
날렵한 끌이나 기능 좋은 쇠붙이를 가지지 못한 나는,
그저 온마음을 사무치게 갈아서 손끝에 모으고, 생애를 기울여 한 마디 한 마디, 파나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세월이 가고 시대가 바뀌어도 풍화마모되지 않는 모국어 몇 모금을 그 자리에 고이게 할 수만 있다면
그리하여 우리 정신의 기둥 하나 세울 수 있다면..

 

 

 

 

무엇보다 나를 황홀하게 사로잡는 것은 만년필의 촉끝이다.
글씨를 쓰면서도, 흘리어 순간순간 그 파랗게 번뜩이는 인광에 숨을 죽이곤 하는 촉끝은,
한밤중에도 눈 뜨고 새파란 불을 밝힌다.
그 비현실적인 금속성 광채가 얼마나 신비롭고 휘황한지.
나는 때때로 내가 본 이 세상의 모든 것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것이, 이 만년필 눈 아닌가,
찬탄을 금치 못한다.

 

최명희님 칼럼 _「 만년필을 쓰는 기쁨 」 중


그녀가 평소 사용했던 만년필과 잉크병, 교정 원고..

 

그녀는 글을 쓰기 위해 절대 새 원고지를 쓰지 않았다고 하지요

원고지를 구입하면 몇 년 숙성시켜 사용한다고 합니다.


 

 

 

작가 최명희님에 관한 것들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입니다.

 

작가 최명희님의 생애를 요약해보자면,

 

전주 풍남동(당시 화원동)에서 태어난 작가는 풍남초등학교(1960년 졸)와 전주사범학교 병설여자중학교(1963년 졸),

기전여자고등학교(1966년 졸)를 거친 뒤, 2년간의 공백기를 가진 다음 1968년 영생대학(현 전주대학교) 야간부 가정과에 입학하여 2학년을 수료했다.
이 기간 중 작가는 모교인 기전여고에서 서무직에 종사하기도 했다.

 

1970년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3학년에 편입해 1972년 졸업과 동시에 기전여고에 교사로 부임하여

서울 보성여고로 옮기기까지 2년 동안 국어교사로 재직했다.

1996년 『혼불』 출간

이후, 1997년 전북대학교에서 명예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98년 12월 11일 몹시도 차고 매운 날, 지병인 난소암으로 영면(永眠),

<전주시민의 장>으로 장례 후 모교인 전북대학교 부지 건지산 중턱에 안장됐다.

 

-최명희 문학관에서 모셔온 글입니다-

 

 

 

 

작품을 구상하며 종가 친척들의 집안 이야기를 담았을 듯한 노란색 표지의 소재록..

작품을 연재했던 신문들의 스크랩

 

그리고 혼불..

 

 

 

 

그녀의 학창시절과 그녀의 지난 시절들..

만년필로 원고지에 글을 써내려가는 그녀..

 

나는 일필휘지란 걸 믿지 않는다. 원고지 한 칸마다 나 자신을 조금씩 덜어 넣듯이 글을 써내려갔다

그녀는 생전에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하지요.

 

 

 

 

쓰지 않고 사는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

때때로 나는 엎드려 울었다.

도망다니는 사람처럼 항상 불안하고 외로웠다.

좀처럼 일을 시작하지 못하고 모아놓은 자료만을 어지럽게 쌓아둔채 

핑계만 있으면 안 써보려고 일부러 한눈을 팔던 처음과 달리

거의 안타까운 심정으로 쓰기 시작한 이야기 <혼불>은

드디어 나도 어쩌지 못할 불길로 나를 사로잡고 말았다

 

 

 

 

문학관 뜰이 환히 내다보이는 그녀의 집필실..

그 책상 위를 밝혀주는 노란빛에 어쩐지 그녀가 머물고 있는 듯도 느껴집니다.

 

 

 

 

환하게 트인 공간, 어쩐지 그녀도 좋아할 것만 같습니다.

 

 

 

 

혼불의 가계도 및 사건 연보

 

소설 <혼불>은 최명희님이 1980년 4월부터 1996년 12월까지 17년 동안 혼신을 바친 대하소설로,

20세기 말 한국문학의 새 지평을 연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 사매면 매원 이씨 양반가를 지키려는 3대의 며느리들과

거멍굴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선조들의 숨결과 손길,

염원과 애증을 우리말의 아름다운 가락으로 생생하게 복원하여 형상화하였습니다.

 

소리 내어 읽으면서 우리말의 묘미를 맛볼 수 있다고도 평해집니다.

 

사실, 혼불을 처음 읽었을 때,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우리말들이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다시 읽을수록 우리말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책,

그것이 혼불이 아닌가 싶습니다.


 

 

 

'소꿉놀이하는 강모와 강실', '액막이연 날리기',

'강수의 명혼식', '춘복이의 달맞이', '청암부인 장례식' 등

소설의 주요한 장면을 담은 디오라마들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사진속의 디오라마는 혼례식 장면입니다.

 

 

 

 

"혼불 하나면 됩니다.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참으로 잘 살고 갑니다."

라는 그녀의 마지막 말을 뒤로하고 문학관을 나옵니다.

 

 

 

 

발소리만.
그저 다만 발소리만이라도 들었으면.
그냥 지나가 버려도 좋으니, 왔다는 기척만이라도 들렸으면.
마음의 깊은 골짜기 아무도 짐작할 수 없는 곳에,
그네는 귀 하나를 심어 놓고 날마다 기르면서,
할머니 청암부인의 출상을 앞둔 저녁 어스름 속에서,
또 새해가 다가서는 섣달 그믐날의 오밤중에,
그리고 아까 그렇게 달 뜨는 한밤에,
오직 발소리 몇 점을 기다리면서 전신을 기울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네의 온몸은 어느새 귀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혼불5권 2장 중 

 

청호 저수지가에 선 여행자,

이 물가에 서니 갑자기 그리움이란 단어가 떠오릅니다.


 

 

기다림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솟대가 둘러선 청호 저수지..

 

소설 혼불은 어느새 여행자 앞에 어떤 형상을 갖고 서 있는 듯 느껴집니다.

과연 실재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어쩌면 문학관 지붕 위로 훌렁훌렁 떠오르며 너훌너훌 날아가는 퍼런 불덩어리를.

이씨 가문의 버팀목 청암부인의 혼불을...

어느 날은 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 최명희님의 또 다른 문학관인 최명희 문학관을 아직 보지 못하셨다면 클릭해 보세요.

작가가 다시 세상에 살러 온 집- 최명희 문학관 http://blog.daum.net/sunny38/11775018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혼불문학관 바로가기를 누르세요~

http://www.honbul.go.kr

 

 

혼불 문학관 찾아가는 길

순천 완주 고속도로 북남원ic - 사매방면으로 좌회전 후 4.4km - 혼불로에서 오수 방면으로 죄회전- 혼불 문학관 이정표- 혼불 문학관

 

 

 

2012 전북 방문의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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