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라북도

시인과 함께 떠나는 섬여행-군산 선유도

 

 

물 위에 뜬 선유도보다
물 속에 가라앉은 선유도에 반할 때가 있다
그때 물을 퍼내고 선유도를 건지려 하면
선유도는 없다
그만큼 선유도는 신비의 섬
설사 선유도를 건졌다 해도
선유도는 두 개일 수 없다
언제고 하나이면서 둘인 것은
네가 선유도에 사로잡힌 때문이다

 

-이생진 선생님의 선유도.물 속의 선유도/ 섬마다 그리움이 59쪽/동천사 1992년-

 

이생진 선생님과 함께 떠나는 섬 여행..

지난 3월 2일부터 3월 4일까지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군산 선유도, 무녀도, 장자도를 다녀왔습니다.

 

사진은 선유도의 북쪽 끝에 우뚝 솟은 바위산인 망주봉의 모습입니다.

물 속에 가라앉은 선유도..

그 모습에 반해 오래 바라보았던 모습이지요.  

 

 

 

 

이제 선유도로  출발해 볼까요?

 

예전에는 선유도를 가기 위해서는 군산 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해야겠지만,

이제는 새만금 방조제가 생기면서

야미도, 신시도가 섬이 아닌 섬들이 되어 차로도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군산 여객터미널에서 정기 여객선을 이용하여 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날은 신시도까지 차로 이동하여

신시도에서 작은 낚시배를 타고 선유도로 향합니다.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 배가 출렁일 때마다

여행자의 마음도 출렁입니다.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

외로이 서 있는 등대에게도 인사를 건네며 가는 길..

 

배는 어느새 선유도 선착장에 도착합니다.

 

 

 

 

선착장에서 숙소로 향하는 길..

넓은 모래사장, 그 너머의 작은 섬, 물이 빠진 길

그 위를 오가는 사람들,

 

이 모두가 하나의 풍경이 되어 여행자를 맞이해줍니다.

 

 

 

 

그리고 드디어 만나 뵌 이생진 선생님~

전날 군산으로 내려오셔서 오전 배로 선유도에 미리 들어와 계셨던 선생님과 반가운 만남^^

 

선생님과 함께 선유도를 한바퀴 둘러봅니다.

 

 

 

 

카카오톡 talk /이생진

 

스티브 잡스』* 를 읽다가 컴퓨터 앞에 앉은 잡스의 사진을 본다

사진 밑에 이런 말이 있다

피카소는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라 는 말을 했습니다.

우리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을 부끄러워한 적이 없습니다” 라는 말

 

나도 그 말을 훔친다

인근에 CCTV가 없길 다행이다

잡스에 끌려 애플 속으로 들어가다가

갤럭시 앞에서 서성댄다

카카오톡을 치면 톡톡 튀는 깨알

나는 잡스가 좋아

나는 갤럭시가 좋아

나는 낯 모르는 네가 좋아

톡톡 치면 치는 대로 파닥이는 팔등신

나는 해뜨는 내일보다

해지는 오늘이 좋아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고 계신 선생님~

핸드폰으로 그림도 그리시고, 사진 촬영도 하시고,

너무나 멋지신 선생님이십니다.

 

 

 

 

그리고 저녁 시간..

 

현승엽 선생님의 음악이 흐르고,

이생진 선생님의 목소리로 들려주시는 "시인과 바다" "이중섭의 독백"

 

함께 한 차꽃 언니의 말을 빌자면

"감미로운 시간" 이었답니다^^

 

이번 섬 여행길에는 이생진 선생님과 가수이신 현승엽 선생님,

서울에서 내려오신 김숨님, 대전에 사시는 바람님(곽재승님)

군산 시립실버합창단 지휘자이신 안단테님(정수희님)

군산 뮤직4U 멤버이셨던 스테파노님(최영훈님)

군산에 사시는 회초리님(곽오열님- 차꽃님의 둘째 오라버니이시며 이 모임이 가능하게 하셨던 분이지요)

그리고 '이생진, 바람이 시가 되어'의 주인장이신 차꽃 언니가 함께 하였습니다.

아~ 여행자가 빠졌습니다.

저 하늬바람 김연선까지 모두 9명이 함께 한 즐거운 섬여행이었습니다.

 

김숨님의 대금 연주와 북 연주,

현선생님의 기타 연주와 노래,    스테파노 선생님의 기타 연주와 노래,

그리고 안단테님의 소프라노로 듣는 노래,

선생님의 시 낭송까지..

 

시인과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로 밤은 깊어갑니다.

 

 

 

 

음악과 시와 웃음이 어우러진 하룻밤이 지나고

새날이 밝았습니다.

 

전날 펜션 주인장께 여쭤보니

무녀도 쪽에서 일출을 볼 수 있다고 하여 길을 나섭니다.

 

무녀도 앞의 등대 환하게 불 밝히고 있는 새벽..

 

 

 

 

무녀도로 건너는 다리 위에서 바라보니

안개가 이 섬의 주인인 듯 합니다.

 

선유도, 무녀도, 장자도..

어찌된 섬일까? 궁금해 하시는 분들 계실테지요.

 

선유도를 중심으로 하여, 한쪽에는 무녀도, 다른 편에는 장자도와 대장도가 있구요.

이 섬들은 선유도와 다리로 연결되어 걸어서 들어 갈 수 있습니다.

 

무녀도로 건너가는 다리 위에서 보니,

멀리 선유도의 망주봉의 모습이 바라보입니다.

 

 

 

 

안개와 구름이 많았던 아침,

해님의 얼굴을 볼 수 있으려나? 하였는데,

구름 속에서 얼굴을 보여줍니다.

 

 

 

 

갈매기들 나란히 줄서기를 하고 있는 아침,

무녀도 앞 개펄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 중의 하나입니다.

 

 

 

 

갯펄에 발이 푹푹 빠지는 줄도 모르고,

아침 풍경들을 담기 위해 허둥대던 여행자가 만난 무녀도의 아침..

 

 

 

 

무녀도의 포구로 들어서니,

이른 아침부터 누군가 수고롭게 작업하신 굴이 한가득입니다.

 

이 굴을 따라 가보면~

 

 

 

 

25년째 이곳 무녀도에 살고 계시다는 어머니..

 

어떻게 25년이냐고 여쭤보니,

무녀도로 시집 온지 25년,

굴 까기도 25년 되었다 하십니다.

 

힘든 일을 하시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이

넉넉해 보이셨지요.

 

좋은 구경 많이 하고 가라고 당부하시는 것도 잊지 않으시구요.

 

 

 

 

무녀도를 한바퀴 돌아보고 다시 선유도로 돌아오는 길..

물 빠진 개펄에 닻을 내린 작은 배 한척.

전날 밤에 선생님께서 직접 들려주시던 "노인과 바다"가 귓가에 맴도는 듯 합니다.

 

노인과 바다 /이생진

 

 

우연히 TV에서 키웨스트*에 있는 헤밍웨이의 집과 바다를 보고

책꽂이에서『 노인과 바다』를 꺼낸다

『 노인과 바다』는

헤밍웨이의 배요

헤밍웨이의 돛대요

헤밍웨이의 항로다

 

 

첼로에

수영에

보트에

사냥에

낚시에

축구에

야구에

권투에

전투에

투우에

소설에

시에

사랑에

죽음에 이르기까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든 겁 없는 야성을 부러워하긴 했지만

헤밍웨이 그 자신이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사노라면 누구나 행복도 있고 불행도 있는 법

그 장단이 고르지 않아 그렇지

무엇인가 있기는 있다

인생에

역시 인생은 스스로가 지켜야 한다는 지론에 이의는 없지만

약한 의지력에서 그랬나 나는

열여섯에 죽지 않고 살아남았음을 고마워 하는데

시기적으로는 열여섯보다 21세가 적합했다

그땐 눈먼 수레바퀴 밑으로 빠져 나와

이상하게 살아남아서 시詩 시하며 시를 쓰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그것을 헤밍웨이에게 자랑하고 싶다

헤밍웨이는 갔다

나는 그의 『 노인과 바다』를 읽고 있고

그가 죽은 나이에 살아서 그의 소설을 읽는 것은 기적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기적이다

그것을 제 손으로 쏴 죽인다는 거

그건 숨막히는 죄악이다

그가 전쟁에 뛰어들어 취재하는 열정과 술 마시는 쾌락과

네 번의 결혼과 세 번의 이혼 그런 속성 아니면 또 무엇으로……

아니다 그는 이미 어쩔 수 없는 ‘살라오salao’에 이르렀던 것이다

‘살라오’란『 노인과 바다』첫 장에 나오는 ‘가장 운이 없는 사람’

나는 그것을 분석할 책임이 없다

그저 읽기만 하면 그만이다

그가 자기에게 쏜 엽총소리와

고흐의 권총소리를

감별할 의무도 없다

때로는 그들의 최후를 내가 반성해야 하기 때문에

그들의 마지막 순간처럼 어지러울 때가 있다

 

 

내가 고흐의 ‘까마귀 나는 밀밭’을 걸어놓고

헤밍웨이의 『해는 또 다시 떠오른다』

『무기여 잘 있거라 』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노인과 바다』

 

 

이 중에 나는 『 노인과 바다』를 제일 좋아한다

지금도 TV에서 키웨스트의 집과 바다가 나오기에 얼른

『 노인과 바다』를 뽑아 들었다

그리고 첫 장부터 다시 읽는다

『 노인과 바다』 어쩌면 그렇게 내게 알맞은 제목인가 하고

아바나의 소년에게서 커피를 얻어 마시는 기분으로 읽는다

오늘은 이상하게 푸른 바다가 노란 밀밭과 빨간 투우장으로 보인다

그들은 갔지만 그들의 승리를 위해

‘투우사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

 

*키웨스트 Key West:미국 본토에서 최남단으로 160km 떨어져 있으며 길이 5.1 km

너비 1.6km의 모래 산호섬에 있는 도시. 인구 24,832(1990).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살았던 집이 보존되어 있음.

 

 

 

 

아침의 햇살이 부드럽다면,

한낮의 햇살은 강렬합니다.

 

여행자의 발을 간지럽힐 듯 다가오는 파도 위에도,

 

 

 

 

그 파도를 따라 길게 늘어선 조개 껍질 위에도

선명한 빛깔들을 주는 햇살입니다.

 

 

 

 

언제부턴가 내 어깨에 걸머지고 다니는 가방이 있다.

그 가방에는 한 자루의 볼펜과 한 권의 노트와 한 권의 책이 들어 있다.

이 가방은 나의 휴대용 서재다. 나는 이런 모양새로 어디든지 간다.

결혼식장에도 가고 장례식장에도 간다.

그리고 오가는 시간에 책을 읽고, 눈에 띄는 것을 그리고, 떠오르는 것을 그 자리에서 적는다.

망설이다가는 그 순간을 영원히 놓치기 때문이다.

이런 버릇은 아주 젊어서부터 몸에 밴 버릇이다

 

-<문학의 문학> 2007 가을호에 실린 선생님의 글 중에서 모셔왔습니다-

 

 

 

시인은 그 가방을 어깨에 매고,

섬의 길을 따라 걷습니다.

 

가다 서다,

스케치북을 꺼내 그림을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습니다.

 

그 뒤를 따라가는 여행자,

혹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싶어 조심조심 걷게 됩니다.

 

 

 

 

카페 '이생진 바람이 시가 되어' 식구들은

선생님에 대해 잘 아시겠지만,

다른 분들을 위해 이생진 선생님에 대해 간략하게 적어 보겠습니다.

 

이생진 선생님의 고향은 충남 서산입니다.

섬에서 태어나지않았는데도 섬이 좋아 거의 평생동안 섬을 돌아다니고

섬에 관한 시집도 33권이나 낸 시인이십니다.

우리나라 섬 1,000개 이상을 다니신 ‘섬 시인’ 이십니다.

 

이생진(李生珍) 선생님 연보


1929년 충남 서산에서 출생
1949 서산농림학교 졸업
1951-1954 군복무
1965-1969 국제대학 영문학과 졸업
1954-1993 중고등학교 교사생활

 

<시집>
1955 산토끼
1956 녹벽(綠壁)
1957 동굴화
1958 이발사(理髮師)
1963 나의 부재
1972 바다에 오는 이유
1975 자기(自己)
1978 그리운 바다 성산포
1984 山에 오는 이유
1987 섬에 오는 이유
1987 시인의 사랑
1988 나를 버리고
1990 내 울음은 노래가 아니다
1992 섬마다 그리움이
1994 불행한 데가 닮았다
1994 서울 북한산
1995 동백꽃 피거든 홍도로 오라
1995 먼 섬에 가고 싶다
1997 일요일에 아름다운 여자
1997 하늘에 있는 섬
1998 거문도
1999 외로운 사람이 등대를 찾는다
2000 그리운 섬 우도에 가면
2001 혼자 사는 어머니
2001 개미와 베짱이 (곤충시집 『내 울음은 노래가 아니다』 증보판)
2003 그 사람 내게로 오네
2004 김삿갓, 시인아 바람아
2006 인사동
2007 독도로 가는 길
2008 반 고흐, ‘너도 미쳐라’

2009 서귀포 칠십리길

2010 우이도로 가야지

2011 실미도, 꿩 우는 소리

2012 기다림, 詩가 가고 그림이 오다

 

<시선집>
1999 詩人과 갈매기
2004 저 별도 이 섬에 올 거다

 

<시화집>
1997 숲속의 사랑(시:이생진/사진:김영갑)
2002 제주, 그리고 오름(시:이생진/그림:임현자)
2012 시가 가고 그림이 오다(시:이생진/ 그림:박정민)


<수필집 및 편저>
1962 아름다운 天才들
1963 나는 나의 길로 가련다
1997 아무도 섬에 오라고 하지 않았다
2000 걸어다니는 물고기

 

<<추천.수상>
1969『현대문학』을 통해 김현승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
1996 윤동주 문학상 수상
2001 제주도 명예도민이 됨
2002 상화(尙火)시인상 수상

 

▷ 홈페이지 : www.poet.or.kr/sj www.islandpoet.com

 

사진은 선유도에서 장자도로 이어지는 다리 위에서 바라본 장자도의 모습입니다.

 

 

 

선유도..

면적 2.13㎢, 해안선 길이 12.8㎞

 

걸어서 둘러보기에 좋은 곳이지요.

걷기에 힘드시다는 분은 이런 전기 카트를 타고 둘러보셔도 좋구요.

 

이생진 선생님은 걸어서 섬을 둘러보러 먼저 가시고

다른 이들을 북이며, 기타를 싣고 장자도로 향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이동수단~

바람님이 자전거로 차꽃 언니를 배달(?) 중입니다^^

 

차꽃 언니를 어디로 모셔 가고 있는 중일까요? ㅎㅎ

 

 

 

 

선유도 옆의 또 다른 섬, 장자도로 향하는 길..

 

하얀 진도개 한마리 따라 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란 프로에 길 안내 해주는 진도개가 출연했다던데,

혹 그 진도개가 아닐련지..

 

여행자의 뒤를 따라오는 걸로 보아 맞는 듯도 싶습니다^^

 

 

 

 

겨우내 누군가를 따스하게 해주었을 내복이

바닷가에 펄럭이고 있는 섬, 장자도..

 

그래서인지 장자도는 더 따스하게 느껴지는 섬이었답니다.

 

 

 

 

장자도의 산봉우리를 오르니

시원스런 풍경이 펼쳐집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상에 앉아 있으니

여행자도 그만 선생님 시 속의 닭의장풀처럼

이 자리에 뿌리 내리고 싶어집니다.

 

 

장자도 · 닭의장풀

 

아침 이슬에 젖으며 선착장으로 나가는데

닭의장풀 그것도 따라 나서려 한다

알고보니 그놈도 바다가 좋아 가출한 놈

나는 오늘 돌아가려 하는데

그놈은 그 자리에 뿌리박고 있다

 

(섬마다 그리움이 54쪽/동천사/1992)

 

 

 

 

선유도의 명사십리 해수욕장..

백사장은 망주봉을 안고, 그림처럼 펼쳐져 있는 곳..

 

 

 

 

바다를 끼고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일,

보는 이들에게도 시원스러움을 느끼게 합니다.

 

 

 

 

명태가 나란히나란히 햇살에 제 몸을 말리고 있는 시간,

 

선생님과 함께 산책에 나선이들은

기념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포구에 세워진 액젓을 담는 빈 통을 두드리면서도

신나게 리듬을 타고, 웃을 수 있는 시간..

 

 

 

 

오후의 햇살 아래에서 막걸리 잔을 나누고,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고,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 시간..

 

참으로 귀한 시간은 어찌 이리 물처럼 빨리 흐르는지요.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가려 할 때에

다시 선유도의 명사십리로 향합니다.

 

 

 

 

해는 지고, 물 빠진 섬을 향해 서성이는 사람들..

 

 

 

 

시간과 바람과 파도를 한장의 사진으로 남깁니다.

"이대로 멈춤"

 

바람도 파도도 시간도 숨 죽이는 시간..

 

 

 

 

장자도에 불이 하나 둘씩 켜지고,

선유도에는 밤이 찾아 옵니다.

 

 

 

 

시인과 함께 떠나는 섬여행

여행자의 안내가 어떠셨는지요?

 

이 글의 마무리는 "1박 2일" 이 아닌 "2박 3일"을 외치며,

한바탕 신나게 웃으며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