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충청북도

비오는 날 찾은 이야기가 있는 한옥-보은 선병국가옥

 

 

 

흙, 나무, 종이가 만나 이루어진 아름다움..

장인이 이 재료들을 모아 다듬고,

바람과 햇살이 천지음양의 기운을 불어넣어 만드는 것..

 

무엇을 이야기 함일까?   궁금해지시나요?

우리 한옥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우리 한옥을 만나면 늘 즐거워지지요.

거기다 이야기가 있는 한옥이라면 더한 기쁨이 따르게 되구요.

 

보은의 99칸 대궐 집으로 알려진 '선병국 가옥'을 찾았습니다.

속리산에서부터 발원한 삼가천이 흐르는 곳에 연화부수형,

즉 말 그대로 물위에 뜬 연꽃 모양의 길지(吉地)인 곳에 지어진 가옥입니다

 

사진은 선병국 가옥의 사랑채 전경입니다.(2011년 9월 29일) 

 

 

 

 

선병국 가옥은 맛있는 장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이곳은 햇살 좋고, 바람 좋은 곳..

소나무 숲 가까이에 너른 장독대를 두었더군요.

 

가지런한 장독대 보기만 하여도 참 좋습니다.

 

 

 

 

이제 선병국 가옥을 찬찬히 소개해 볼까요?

 

조선시대 초기인 세종 때 가옥을 지을 때 신분별로 차등을 두었는데

서민은 10칸, 대군은 60칸 이상을 넘으면 안되었습니다.

이러한 규제는 조선시대 말에 이르러 무너지고

신분과 재력에 의해 집의 규모가 결정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선병국 가옥도 이러한 환경 속에서 지어졌고,

지을 당시 내로라하는 목수들을 뽑아 후하게 대접하며 지었다고 합니다.

 

1919~1921년 보성 선씨 참의공파 19손인 선정훈씨가

당대 최고의 목수 등에게 맡겨 안채와 사랑채를 포함해 99칸 규모로 지은 전통가옥입니다.

 

 

 

 

그러나 정작 선병국 가옥이 사랑스러운 것은 단지 집의 외형이 아니라

집에 담긴 사람의 마음 때문입니다.

 

‘위선최락(爲善最樂·선을 행하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을 가풍으로 삼았던 이 집의 주인은

99칸에 33칸을 덧대어 ‘관선정(觀善亭)’이란 이름의 서당을 열고

방방곡곡의 인재들을 모아 무료로 가르쳤다고 하지요.

 

뿐만 아니라 가문에 딸린 소작농들에게 아낌없이 선정을 베풀어

마을사람들이 그 은덕을 기리는 시혜비를 세우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인재를 모아 가르치던 전통은 고스란히 이어져

곳간채를 개조한 고시원이 지금껏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 집을 거쳐간 고시생이 1000여명에 이르고

사법고시 합격자만 50명을 넘는다고 합니다.

 

 

 

 

 

사랑채를 나오니 멀리 행랑채가 보입니다.

 

이날 가을비가 많이 오던 날이라

사진 상태가 그리 좋질 못하네요.

 

렌즈에 계속 빗방울이 묻어 닦아내고, 또 닦아낸 기억이 나네요. ㅠㅠ

 

 

 

 

이 집의 안채 또한 사랑채처럼  'H'형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랑채와 한쌍을 이루고 있는 구조인 듯 합니다.

 

 

 

 

사당 앞에는 꽃이 가득하고..

단청조차하지 않은 사당이 정겹기까지 한 곳입니다.

 

 

 

 

집은 안채와 사랑채, 사당을 기본으로 대문채, 행랑채 등 부속건물을 갖추고 있습니다.

 

 

 

 

장독대의 단지들은 저마다 제주도 단지, 전라도 단지.. 하고

이름표를 붙이고 서서 여행자를 맞이합니다.

 

이곳의 간장은 몇년 전에 장안의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대대로 내려오는 집안의 씨간장을 부어 만든 덧간장 1ℓ가 ‘350년 묵은 간장’이라 하여

한국골동식품예술전에 초대되었다가 한 대기업 회장집에 무려 500만원에 팔려나갔기도 하였답니다.


 

 

 

그래서 요즘 이곳에서는 전통 장류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답니다.

여행자는 이날 고추장 만들기에 도전해보기로 합니다.

 

먼저 준비물~

찹쌀풀과 고추가루 그외 등등..

 

 

 

 

이곳의 종부께서 하루 전부터 체험을 위해 미리 준비를 해놓셨습니다.

 

미리 7-10시간 정도 고아놓은 엿기름입니다.

찹쌀 1 : 엿기름 1 : 물 3의 비율로 넣고 고은 것이랍니다.

 

큰 양푼에 엿기름을 넣고..

 

 

 

 

고추가루 25% : 메주가루 9-15% : 소금 10-12% 의 비율로 섞은 가루를 엿기름 위에 넣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모두 골고루 섞어야 하는데,

그냥 휘저으면 안되구요.

 

 

 

 

이렇게 으깨듯이, 누르면서 저어주어야 한답니다.

 

보성선씨 영흥공파 21대 종부 김정옥님이 직접 시범을 보여주십니다.

너무나 고우신 분입니다.

좋은 곳에서, 좋은 것들에 둘러싸여 사셔서 이리 고우신 듯 합니다^^

 

 

 

 

완성된 고추장을 각자 통에 담습니다.

 

 

 

 

나중에 넘칠지 모르니 95% 정도만 담아야 한다는데

욕심많은 여행자 가득가득 담았습니다^^

 

 

 

 

뚜껑을 닫아 일주일 정도 실온에 두었다가

냉장고에 보관하면 맛난 고추장을 맛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한옥의 문틀 위에 완성된 고추장을 올려놓아 봅니다.

이쁜 그림이 되는 듯 하지요?

 

 

 

 

집을 두른 흙돌담..

그 위에 자라는 담쟁이 덩쿨..

 

비오는 날 한옥은 여행자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건네는 듯 합니다.

 

 

 

 

담장 아래 가득한 꽃들의 배웅을 받으며

다시 길 위로 나섭니다.

 

 

 

 

선병국 가옥에 있는 동안 비는 하염없이 내렸습니다.

분위기 때문인지, 선병국 가옥을 적시는 비는 시원하면서도 차분한 느낌을 그대로 전해주었고,

우산을 받쳐든 채 한동안 머뭇거리게 했습니다.

 

비오는 날의 한옥..

그윽한 정취로 여행자의 발걸음을 붙드는 곳입니다.

 

보은 선병국 가옥 찾아가는 길

 

위치: 충북 보은군 장안면 개안리 154

 

 청원상주 고속도로 속리산 ic - 상장교차로에서 속리산 방면으로 좌회전- 장내삼거리에서 서원리 방면으로 우회전 - 선병국가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