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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일본의 국보로 지정된 성당- 나가사키 오우라 천주당

 

 

 

나가사키 항 근처는 개항 당시 막부가 급하게 조성한 외국인 거류지였습니다.

그래서 과거 네덜란드인이 거주했던 흔적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먼저 소개해드렸던 글로버 정원이 그러했지요.

 

글로버 정원에서 조금 아래쪽으로 내려오면, 일본에서 유일하게 서양식 건축이 국보로 지정되었다는 오우라 성당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2010년 10월 9일)

 

옛 조선에서 그러했듯이 서양 문물이 들어오면서 나가사키 사람들에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천주교의 전파였습니다.

현재 일본의 천주교 인구는 약 40만명 정도로 전체 인구의 0.4%가 채 되지 않습니다.

그중의 1/10이 나가사키 현에 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우라 성당은 1597년에 순교한 순교자 26명을 기리기 위해 1864년에 세워졌습니다.

그들은 일본 최초의 순교자들이었지요.

이곳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고딕양식의 성당으로,  정식 명칭은 <일본 26성인 순교 성당> 입니다.

 

성당 아래쪽에서 표를 구입하고, 긴 계단들을 올라가면, 그 계단 끝에 오우라 성당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오우라 성당을 둘러보기 전에 일본 천주교의 가슴 아픈 역사를 잠깐 소개해 보지요.

 

나가사키 개항 이후, 천주교가 전파되었지만, 1614년 금교령이 내려집니다.

그때부터 이곳에선 <가쿠레 기리시탄(잠복 그리스도인)> 이라는 독특한 비밀공동체가 형성이 됩니다.

일본에서 천주교도를 뜻하는 기리시탄은 포르투갈어 크리스타오(christao) 에서 유래한 것으로, 한자로 '절지단'이라고 씁니다.

오우라 천주당은 250여년간 숨어서 신앙생활을 하던 기리시탄이 그 존재를 처음 알린 곳입니다.

 

한국 천주교의 역사 못지 않은 모진 시간을 지낸 일본의 기리시탄들..

1592년 교토와 오사카에서 붙잡힌 기리시탄은 주민 대부분이 천주교를 믿고 있는 나가사키로 끌려와 처형당합니다.

공식 기록에 의하면, 최초의 26명이 순교한 이후에, 이 일대에서 550여명이 순교했다고 전해집니다.

 

 

 

 

이곳은 프랑스 신부님이 만들었는데 일본에 기리시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가사키에 성당을 짓기 시작합니다.

성당을 지어 놓으면, 숨어 있는 기리시탄들이 찾아 오리라 생각했는데, 찾아오질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산타 마리아'가 있다는 소문이 조금씩 퍼지고, 어느날 한 여인이 신부님을 찾아와 "우리는 당신과 같은 마음입니다"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다시 물으니 그 여인이 "산타 마리아는 어디에 있습니까?" 라고 물었습니다.

신부님은 그녀를 성당 안으로 데리고가 성모상을 보여주며 "당신이 찾는 산타마리아가 이것입니다"라고 답했다고 하지요.

 

이것은 250여년 전 순교한 한 선교사가 죽기 전 '7대 후에 배를 타고 외국인이 들어와 신앙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한 말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250여년이 흘러 서양 선박이 사제를 태우고 이곳으로 온 것이지요.

사제도 없이, 신앙을 지켜온 기리시탄의 모습이 우리네 천주교의 역사와도 많이 닮아 있습니다.

 

오우라 성당을 올라가다 보면, 계단 중간쯤에 성당의 앞마당에 위치한 성당 벽화..

신부님과 숨은 기리시탄의 만남을 벽화로 표현한 것입니다.

신부님이 기리시탄들에게 성모상(산타마리아)를 보여주시는 장면입니다.

 

 

 

 

성당의 마당이 왼편에 위치하고 있다면, 오른편으로 보면, 1864년 성당을 건축할 즈음에 지어졌을 서양식 목조 주택들을 볼 수 있습니다.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보도블럭들..

 

 

 

 

예전에는 신학교로 사용되었다는 건물인데, 지금은 카톨릭 자료실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시 계단을 올라 성당으로 향합니다.

천주당이라고 적혀 있는...

단순하고 소박한 외관..

 

 

 

 

산타마리아가 있다고 전해지던 성당이기에 입구에 성모상이 자리하고 있는 듯 합니다.

 

 

 

 

내부 정면의 제대에 십자가의 예수님이 스테인드글라스로 되어 있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름다운 성당이었지요.

내부는 사진촬영 금지~

제대만 살짜기 한장 찍고..

기도하시는 분들이 많아 방해될까하여 잠시 머물다 다시 나옵니다.

 

 

 

 

오우라 성당에서 나오는 길..

일본에서 신사나 절집을 찾아가는 길들이 이러하지요.

길 양편에 자리한 눈길을 끄는 상점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가야한다는.. ㅎ

나가사키에서 유명한 나가사키의 명물 카스테라도 맛보고..

 

 

 

 

양쪽에 늘어선 건물들 사이에 신사가 자리하고 있군요.

신사의 입구임을 알리는 붉은 표지...

우리네 동네에 교회나 성당이 자리한 것과 같은 이치로 봐야겠지요?

 

 

 

 

근처의 항구의 모습..

이곳에서 역사가 시작되었겠지요?

그 세월들을 안고 물은 유유히 흐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