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금수...
울릉팔경이 있습니다.
도동모범- 해질녘 출발하는 출어 행렬, 저동 어화- 오징어잡이 배의 화려한 어화, 장흥망월- 사동 하늘에 뜨는 달, 남양야설-겨울철 달밤 남야의 설경
태하낙조-사라지는 것들의 아름다움, 추산용수-용솟음치는 물의 힘찬 생명력, 알봉홍엽-알봉의 불타는 단풍, 그리고 나리금수...
울릉팔경중의 하나인 나리금수..
절경에 취하고 단풍에 반한다는 나리의 비단같은 단풍을 이르는 말이지요.
단풍은 조금 늦은 감이 있었지만, 산전체에 깔린 낙엽들은 나리의 단풍을 느끼게 하기에는 충분하였습니다. (2010년 11월 18일)
나리분지로 이르는 길..
이렇게 보기만 하여도 아찔한 길들이 굽이굽이 이어집니다.
흔들리는 차 안에서 찍은 사진이라 상태가 영.. ㅠ
분지로 이르는 길을 보여드리기 위해 올려봅니다.
나리분지..
구불구불한 길을 오르다, 갑자기 넓은 평야가 펼쳐집니다.
성인봉 북쪽의 칼데라 화구가 함몰해 형성된 화구원인 나리분지는 울릉도 유일의 넓은 평야지대입니다.
기반암은 현무암과 조면암이며, 그 위에 화산재, 화사사, 화산력 등의 분출물이 쌓여 이루어진 곳이랍니다.
집중호우 때는 물이 외부로 흘러나가지 못하고, 일시적인 호수를 형성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나리분지는 대부분 밭으로 이용되며, 우리나라에서 눈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겨울에는 3m이상의 눈이 쌓이기도 합니다.
나리분지는 울릉도의 지붕으로 이곳에서 머금은 빗물은 숲속 곳곳으로 흘러 계곡을 이루고, 크고 작은 폭포를 만들기도 합니다.
나리분지에서 성인봉까지 오를 수 있는 길이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우리 일행은 성인봉까지는 다음을 기약하고, 나리분지의 숲을 느낄 수 있는 신령수까지의 2.5km만 다녀오기로 합니다.
신령수까지 다녀오는 길은 평평한 평지, 낙엽이 가득가득 쌓인 오솔길로 왕복 5km의 길이 내내 축복같은 길입니다.
이 가득 쌓인 낙엽들 보이시지요?
이 낙엽쌓인 길을 밟고 갑니다.
낙엽을 밟을 때마다 나는 소리들이 제 뒤를 따라 옵니다.
길을 걷다 옆을 바라보면, 숲은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이 글을 제목을 걷기 여행의 천국인 울릉도라고 하였지요?
나리분지에서 신령수에 이르는 이길을 걷고 나서, 저는 주저없이 울릉도를 걷기 여행의 천국이라 이름붙여 봅니다.
먼저 소개했던, 내수전옛길, 도동에서 저동해안으로 이르는 길을 보아도 산책하듯이 걷는 길들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지요.
이날 걸었던 나리분지의 숲길은 오르락, 내리락조차 없이, 평지를 그저 산책하듯이 걸을 수 있습니다.
참 울릉도의 걷기 좋은 길들에 태하령 옛길, 대풍감 해안길들이 더 있습니다.
이번 울릉도 여행에서는 가보질 못했으니, 다음을 기약하기로 합니다.
울릉도 섬단풍이 아직 남아 여행자의 얼굴을 환하게 해줍니다.
알봉이라 이름붙여진 봉우리..
울릉팔경 중의 하나인 알봉홍엽~
쪽빛 하늘을 배경으로 선홍색으로 불타는 단풍이라고 하는데, 알봉홍엽은 보지 못하지만,
아래 쪽에는 아직 단풍이 남아 섭섭한 여행자의 마음을 달래줍니다.
울릉도 나리 산 44-1 외 13
이곳 울릉도 원시림 보호구역의 번지입니다.
우산 고로쇠, 너도밤나무, 산마늘, 섬노루귀, 삼백초 등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숲길을 따라 천천히 걷습니다.
길가의 커다란 나무를 타고 오르는 담쟁이 덩쿨에게도 인사를 건네고..
햇살 받은 붉디 붉은 열매에게도 눈맞춤을 하고...
낙엽 위에 드리워진 나무의 긴 그림자에게도 인사를 건넵니다.
누군가 올려놓은 작은 소망에게도 인사를 건네며 걷습니다.
갑자기 가을 억새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햇살을 환하게 받은 억새는 울릉도의 산봉우리들 아래에 펼쳐져 있습니다.
어디가 성인봉일까? 여쭤보니 이곳에서는 성인봉이 보이질 않는다고 합니다.
억새밭 건너편에는 투막집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낮은 울타리와 낮은 지붕...
낮은 울타리 사이로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이 집은 울릉도 개척 당시(1882)에 있던 울릉도 재래의 집 형태를 간직하고 있는 투막집으로 1945년전후에 건축한 집입니다.
집은 4칸 일자집으로 지붕을 새로 이었으며, 집 주위를 새로 엮은 우대기로 둘러쳤습니다.
집 주위를 둘러놓은 것이 우대기인가 봅니다.
투막집은 바람과 폭설에 대비해 만든 이중벽 구조로 만들어진 집입니다.
집안으로 들어서 봅니다.
머릿방
큰방과 머리방은 귀틀로 되었고, 정지를 사이에 두고 마구간도 귀틀로 설치하였습니다.
머릿방 내부
천정이 낮게 되어 있습니다.
일부 벽에는 통나무 사이에 흙을 채우지 않아 틈 사이로 들여다 보기 좋고, 통풍도 잘 되게 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운데 소화전이 보이는 곳이 정지이며, 그 옆에 마구간이 있습니다.
마구간도 집 안에 들여놓았습니다.
정지는 바닥을 낮게하여 부뚜막을 설치하고 내굴로 구들을 놓았습니다.
투막집 앞에 서니 송곳봉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성불사에서 보았던 송곳봉에 한층 더 가까워진 듯 합니다.
본래 나리분지에는 고대 우산국 시절부터 사람이 살았으나 왜적의 침입을 피하기 위해 조선시대 공도 정책을 펴서 수백년 동안 비워져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1882년 고종의 개쳑령에 따라 나리분지에 93가구 500여명의 개척민들이 들어와 이 투막집을 짓고 살았다고 합니다.
즉 이곳 나리분지는 개척당시 주민 500명이 거주한 적이 있는 울릉도 제1의 집단촌입니다.
투막집을 지나 조금 더 오르니 신령수가 지라히고 있습니다.
한잔 마시니 목 넘김이 부드러운 물입니다.
울릉도는 전체적으로 물이 좋지만(세수만 하여도 알겠더군요. 얼굴이 매끈매끈해집니다. ㅎ) 특히 나리분지의 물은 최상으로 친다고 합니다.
신령수 옆을 보니, 돌틈 사이에 이끼와 낙엽이 가득하여, 깊어가는 가을을 알려줍니다.
신령수 앞에는 이렇게 족욕을 할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성인봉 등산을 하고 내려오는 길에 시원하게 발 담그고 그날의 피로를 풀 수 있을 듯 하네요.
울릉도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뿌리가 드러난 나무들...
이곳을 지나서 가면, 성인봉을 향해 이르는 길..
우리의 여정은 여기까지입니다.
성인봉을 향해 이르는 오솔길을 아쉬움을 담아 바라보다 돌아서 내려옵니다.
다시 낙엽쌓인 길을 밟으며, 내려 오는 길..
올라가며 지나쳤던 울릉국화와 섬백리향 군락지를 들릅니다.
천연기념물로 주변에 펜스가 쳐져 있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살며시 카메라에 모셔옵니다.
울릉국화는 들국화의 일종으로 줄기에 광택이 나고, 잎이 비교적 두꺼우며 두 갈래로 깊이 찢어진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매년 9-10월경에 설상형의 흰꽃이 핍니다.
울릉도에만 서식하는 특산식물로 꽃과 잎이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천연기념물 섬백리향
육지의 높은 산에 나는 백리향을 닮았으나 잎과 꽃이 크고 울릉도에서만 자생하여 섬백리향이라 합니다.
꽃은 6-8월에 자색 또는 홍자색으로 피며 그 향기가 100리까지 갈 정도라 합니다.
옛날 뱃사람들은 이 꽃향기로 방향을 알았다고 하니 그 향기를 짐작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나무가 우거진 곳을 피하여 작은 순군락을 형성한다고 합니다.
다시 걸음을 재촉하여..
나리분지에 다다릅니다.
나리라는 이름은 이곳 사람들이 섬말나리 뿌리를 캐어 먹고 살았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원래는 나리골이라 불렸는데, 최근에는 나리분지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밭에서는 주로 울릉도의 산약초들이 재배되고 있는데,
더덕을 채취하고 남은 더덕줄기들..
모아서 태워서 다시 거름으로 쓴다고 하네요.
나리분지내의 길들은 농가와 농가 사이로 이어지고...
비옥한 토양을 만들기 위해 오랫동안 공을 들였을 나리분지...
고개를 들어 본 먼 산에는 케이블카가 오르내립니다.
관광용은 아니고, 군인들을 위한 케이블카라고 하네요.
성인봉 등산 안내도..
다음을 위해서 올려봅니다.
나리 분지를 말할 때, 울릉도 섬 안의 또 다른 섬이라고 하지요.
울릉도의 신비한 자연과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곳...
울릉도의 깊은 속살을 만날 수 있는 곳..
천천히.. 느리게, 느리게 걷는 곳..
나리분지였습니다~
나리분지 찾아 가는 길
도동 - 사동- 통구미- 남양 - 구암- 학포- 현포- 추산 - 천부 - 나리분지 약 1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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