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이 넘은 이발소가 있다고 했습니다. 40년이 넘게 그 자리를 지켜오신 분이 계시다고 했습니다.
봄이 오고 있던 3월의 어느 날, 서울 만리동 고개에 위치해 있다는 성우 이용원을 찾아가 보았습니다.(2009년 3월 28일)
슬레이트 지붕과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입구의 문..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진 창틀.. 세월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안으로 들어서니, 주인장께서 반갑게 인사를 하십니다. 섬세한 손놀림으로 이발을 하십니다.
주인장은 이남열씨(60). 외할아버지인 서재덕씨(작고), 아버지인 이성순씨(작고)에 이어 18세부터 가위질을 시작했다고 하십니다.
40년이 넘게 이발을 하셨습니다.
40년이 넘은 가위..
130년이 되었다는 스페인산 칼을 보여주십니다.
소중하게 꽁꽁 감춰두신 것을 보여주십니다.
이분은 이곳의 오래된 단골이시라고 하십니다.
주인장께서는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이발사는 이미 씨가 말랐다"며 "아마 내 이후로 대가 끊길 것 같다"고 하십니다.
기본 기술만 익히는데 7년 이상 걸리는데, 칼을 제대로 갈려고 하면, 30년 이상은 배워야하는데, 그 일을 누가 하겠냐면서.
요즘은 반년만 익히면 독립하려 한다면서 씁쓸하게 웃으십니다.
주인장께서는 하루에 손님을 10명 정도만 받는 ‘이발장인’입니다.
정성껏 가위질을 하고 물을 끓이고 거품을 내어 면도까지 마치고 나면 손님들은 장인의 손길에 감동 받으실 듯 합니다.
면도를 하시기 전에 거품을 내고...
언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는 물통 가에는 손때 묻은 물뿌리개가 올려져 있습니다.
이발소의 나이만큼 되었을 듯 한 철제 난로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세면대
30년을 썼다는 빗, 요즘은 나오지도 않는 헤어 드라이기, 언제 만들어졌는지 가늠하기 힘든 선풍기, '지직'거리며 돌아갈 것 같은 레코드 턴테이블 등 실내는 살아있는 박물관입니다.
20년된 이발소 의자,
본인이 직접 그리셨다는 젊을 적 초상화, 이밖에도 빈라덴의 초상화도 보여주시고..
손으로 일을 하시는 분이라 손재주가 좋으신 듯 합니다.
가위를 들어 실을 잘랐을 때, 이렇게 잘려져야 좋은 가위라는 걸 설명해주시려고, 직접 시범을 보여주십니다.
값싸고 빨리 깎아주는 체인형 이발소가 대세를 이룬 요즘,
오로지 가위로만 머리를 깎는 이발소는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뭐든지 빨리 만들고 빨리 버리는 인스턴트 사회
빠른 세상에서 한 발 물러나 여유로움을 느끼고 싶다면 '성우이용원'에 가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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