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긴 세월 구비구비 수많은 인생들을 실어 날라온 철길..
부산에서 포항까지 141.2km,
동해남부선..
덜컹거리며 수많은 세월을 달려온 그 길,
며칠전 12월 1일을 마지막으로 이제는 달리지않는 기차,
지난 추억과 지난 시간들에게 이별을 고하기 위해
그 동해남부선을 따라 마지막 추억여행을 떠나봅니다. (2013년 11월 21일-22일)
느리게 가는 낭만의 기차여행,
그 길을 따라 가보는 마지막 추억여행, 동해남부선입니다.
동해남부선은 1934년 일제가 남동해안 자원 수송을 위해
부산 부산진구에서 경북 포항시까지 141.2㎞ 구간에 걸쳐 건설했습니다.
동해바다를 따라 남쪽지방을 달리는 기차길이지요.
하지만 단선이라 속도가 느리고 지연 운행이 잦아 복선화 선로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지난 12월 2일 부전에서 기장구간을 먼저 개통하였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바다를 보며 달리던 기차는 추억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길 위에서 많은 사람들을 실고 달리던 기차,
사라지기전에 마지막 기록을 남겨봅니다.
동해남부선의 출발역인 부전역
무궁화호 완행열차가 출발하는 곳입니다.
고층빌딩이 즐비한 곳에 자리한 부전역
역사의 창을 통해 바라본 부산풍경이 따스하게 느껴지던 11월의 어느날입니다.
역사의 긴통로를 소리내며 걸어봅니다.
동해남부선 운행선 변경에 따른 신역사 이전 안내
2013년 12월 2일 5시부터 새길로 다닌다고 안내되어 있습니다.
동해남부선 열차시간표도 한장 남겨봅니다
이제는 열차시간표도 바뀌었을테지요.
평일인데도 플래폼에 제법 많은 분들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분들 중 많은 분들이 추억여행을 떠나는 듯 하더군요.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추억과 향수는
모두를 길 위로 나서게 하는 듯 합니다.
기차를 기다리며 플랫폼에 서 있는 시간,
이 시간마저도 언젠가는 추억하게 될테지요.
부전-동래-해운대-송정-기장-좌천-월내-서생-남창-덕하-태화강역-호계-불국사-경주 그리고 포항까지..
기차는 덜컹거리며 가다 서다를 반복해온 세월이었을테지요.
부전에서 월내까지
부전에서 출발하여 중간에 몇군데 역을 들렀다
다시 기차를 타고 경주까지 가는 것으로,
그리고 다음날 차를 타고 몇군데 간이역들을 더 들러보는 것으로
1박 2일의 동해남부선 추억여행 계획을 세워봅니다.
그래서 사진이 첫날 담은 사진과 둘째날 담은 사진이 섞여 있습니다
부전역에서 출발한 여정에 따라 순서대로 올려봅니다.
전남 순천에서 경북 포항까지 가는 무궁화호 열차가 들어옵니다.
하루 한차례 순천발 06시 포항까지가는 열차입니다.
이 기차는 다시 포항발 오후 4시 10분 순천까지 가는 열차가 한번 더 있다고 하지요.
열차에 올라탑니다.
기차는 기적소리를 울리며 곧 출발하고
다른 두칸은 빈좌석이 없을정도로 북적이더니
여행자가 앉은 곳은 조용한 곳이로군요
기차는 동래역으로 들어섭니다.
동래역은 경주역·불국사역·포항역과 함께 동해남부선의 철도기념물로 지정, 보존한다고 하는 곳이랍니다.
우리나라 철도 역사 가운데 유일한 팔각형 구조를 하고 있는 해운대역
이곳 또한 이제는 기차가 다니지 않는 역이 되었겠네요.
해운대역을 빠져나오자 바다가 기차를 따라옵니다.
해운대 지나 미포에서 언뜻 보이기 시작하던 바다가
이리 넓게 펼쳐지니 기차를 타고 있던 이들은 저절로 탄성을 지릅니다.
기차의 맨 마지막 칸에 서서
지나온 철로를 바라보는 일..
길 위에 서 있음을 더욱 실감케 하는 일이지요.
바다와 나란히 달리는 철길..
참 정겨운 풍경인데 이제 볼 수 없다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리고 기차는 고층빌딩이 늘어선 역으로 들어섭니다.
송정역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1940년대 건축양식을 가지고 있는 곳이지요.
이곳 또한 이제 기차가 다니지 않는 역이 되었답니다.
송정역은 나중에 따로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송정지나 기장
기장을 지나서도 계속 기차는 달려
좌천역에 이르릅니다.
동해남부선 역사 중에 가장 아름답다는 좌천역..
해운대역과 송정역은 보존하기로 하였다지만
복선화가 끝나고 나면 사라져 갈 역들이지요.
좌천역을 지나 기차는 긴 경적을 울리며 갑니다.
단선화 철도는 이리 기차역 내에서 서로 비켜가곤 합니다.
땡땡땡~
차단기가 내려오고 기차가 들어옵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건널목..
관리인이 상주하지 않는 무인역..
바다를 끼고 달리는 자전거 타시는 분들,
저분들은 다시 저 길을 달릴테지만
기차는 언젠가 다시 이 길을 달리지 못할테지요.
건널목에 서서 기차가 들어오길 기다려봅니다.
바다는 푸른 빛으로 일렁이고
기차는 바퀴를 구르며 힘차게 앞으로 나아갑니다.
바다를 끼고 달리던 기차는 이제 월내역으로 들어섭니다.
달을 맞이한다는 뜻의 소박한 어촌마을, 월내..
갈매기 날고 낚시를 하는 강태공들이 모습에서 마음이 넉넉해지는 곳입니다.
월내에서 내려 두시간..
역 주변을 돌아보고 다시 태화강역으로 향합니다.
여행자를 태화강으로 데려다 줄 기차가 월내역으로 들어섭니다.
이제는 기차도 서지않고 기차역도 사라진 서생역
기차길 옆의 집들만이 외로이 역사를 지키고 있던 곳이지요.
서생역을 지나 도착한 곳은 태화강역
한적한 시골길을 달려온 기차는
우리나라 최대의 산업단지에 여행자를 내려줍니다.
태화강역 지나 호계역
새벽 도깨비 시장으로 시작하여 100년동안 자리를 지킨 유서깊은 시장이 있는 곳이지요.
호계역에서 다시 경주까지..
불국사역..
이역도 언젠가 기억 너머로 사라져 갈 역입니다.
불국사역 지나 평야가 펼쳐지나 했더니
기차는 경주역으로 들어섭니다.
사랑의 자물쇠 역사에 가득 매달려 있는 경주역이로군요
부전역에서 아침을 시작한 여행자
어느새 해가 늬엿늬엿지려고 하는 시간에 경주역에 서 있습니다.
기차는 때로 멈추고 때론 덜컹거리며 달려
여행자를 다시 길 위에 세워 놓았습니다.
이때 지나가는 기차 하나,
태화강역에서 출발한 자동차를 가득실은 기차
유일하게 동해남부선에나 볼 수 있는 풍경 중의 하나라지요.
날도 어두워지고
이제 경주에서 부전까지 논스톱으로 달려봅니다.
여행은 더 충실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라고 하였던가요?
이제 일상으로 다시 데려다 줄 기차가 플랫폼 안으로 들어섭니다.
저녁 기차는 한낮의 기차와는 사뭇 다른 풍경입니다.
다들 지치고 피곤한 얼굴들을 하고
지나치는 간이역들을 무심한 얼굴로 바라보게 되지요.
사라져가는 것들은 애틋하고
애틋한 것들은 기억하고 싶어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지요.
풍경과 사람을 기억하며 느리게 달려본 동해남부선..
많은이들이 이 기차가 달리면서 품은 풍경과 사람들을 기억한다면
동해남부선은 우리 기억속에서 살아남을테지요.
동해남부선 역들 중에서 송정역, 좌천역, 월내역, 서생역, 호계역에 관한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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