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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붉은 당신께 갑니다-하동송림 꽃무릇

 

바짝 물큰 반짝

 

섬진강에도 추석이 머지 않았어요

벚꽃 잎도 강물결에 고향 찾아가는 그 시간, 

엄니는 정성껏 채비를 마쳤습니다

 

어여 앞장 서라

 

큰며느리 뒷손을 바짝 잡고

붉은 당신을 보러 갑니다

섬진강 물비늘도 그리움이 삭는 그 시간, 

 

엄니, 파마도 잘 나왔어요

엄니, 목도리도 무척 곱고요

 

물줄기 따라 꽃길을 두근두근 나풀나풀 걷습니다

그녀는 꽃밭보다 붉습니다

그녀는 붉음보다 더 환합니다

물비린내가 물큰 몰려와도

 

반짝 물비늘이 가을 햇살에 답하는 그 시간, 

묵묵히 건너온 삶을 안고 붉은 당신께 갑니다

 

거기 그대로 계세요

다 왔습니다. 

 

-차꽃 곽성숙님의 시입니다. 

 

지난 토요일(2023년 9월 23일)

하동송림 꽃무릇을 보러 다녀왔습니다. 

 

붉은 꽃무릇보다 더 눈길을 끌던 

고우신 모습의 두 분... 

 

사진 한 장으로 남겨 봅니다. 

 

차꽃언니에게 사진을 보냈더니

이리 시가 왔습니다. 

 

함께 그 자리에 있었던 것도 아닌데, 

제 마음에 꼭 드는 시를 적어 보내셨네요. 

 

추석 인사를 이 시와 사진으로 대신해 봅니다. 

 

안전하게 고향 가셔서

엄니 손 잡고, 

붉은 꽃도 보러 가시구요. 

커다란 보름달에 함께 소원도 빌어 보시구요. 

가족과 함께 넉넉한 웃음과 푸근한 정을 나누는 

즐겁고 행복한 한가위 보내시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