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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꽃등

 

 

꽃등/차꽃 곽성숙

 

나무의 새순에, 고목의 매화에, 꽃들의 꽃그늘에, 

달콤한 저녁노을에, 저녁노을의 풀꽃에, 

풀꽃을 어루만지는 바람에도 

사랑이 꽃처럼 늘어나는 봄날입니다

순자씨는 이른 저녁을 먹고 동무의 손에

굽은 허리를 의지하며 꽃길을 갑니다.

 

순자야, 꽃보러 가자

 

참꽃 피면 흙담장에서 부르던 내 동무, 

그립습니다

 

수만 송이 꽃등을 밝힌 꽃길이 환합니다

꽃이 나이고 내가 꽃이 되는 순간입니다

 

화전 짓던 동무들과 꽃길에 앉아, 

당신이 눈을 깜박일 때마다

꽃등이 켜지는 것을 나는 보았습니다. 

 

 

한 장의 사진이 아름다운 시가 되는 순간입니다. 

수만 송이 꽃등이 밝힌 꽃길... 

걸으시는 봄날 되시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