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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파도 그리고 기다림...

 

침묵

 

여자만이 보이는 고흥 바닷가에서 폐선을 보았다

무연하게 배를 내려다보는 절벽 뒤로

막 피어난 연분홍빛 진달래는 햇살에 눈부시다

낡아 쓸모없음은 얼마나 서글픈 것인가

 

산산한 아침이다

작은 바닷가 길 쪽으로 밀려난 모래 위에서

할 일을 마친 낡은 배는 웅크리고 있다

 

눈물도 말라 바스락대는

그의 기다림으로 바다는 사무치다

 

나를 떠나던 그의 길도 좁고 어두웠다

다행히 길은 하도 좁아 비껴날리 없으니

얼마든지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아무리 늦어도 꼭 들어오는 그였다

하염없이 기다리면서도

전혀 지치거나 불안하지 않은 좁은 길, 

이렇게 안전한 기다림이란, 

얼마나 누릴만한 슬픔인 것인가

 

웅크린 배의 기다림이 그러하기를, 

사무친 침묵이 봄빛처럼 요란하기를, 

 

-차꽃 곽성숙님의 시입니다. 

 

 

 

 

사진 한장을 보냈습니다. 

시인은 반나절만에 시를 써서 보내주셨습니다. 

시를 받아들고 나니, 

사진이 오히려 부족한 듯 느껴져, 

다시 담아 시와 함께 올리리라 생각을 하였지요. 

하지만, 주말에 물 때가 맞지 않으니

우선 사진과 시를 올려봅니다. 

 

시간, 

파도

그리고 기다림.... 

고흥 폐선 장노출입니다. (2023년 3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