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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시詩, 아리랑

 

홀로 시詩, 아리랑

 

시를 쓰다가

불연 사랑할 사람을 만난다

불쑥 그리운 사람을 만난다

돌연 헤어질 사람을 찾는다

 

시가 그래서 고맙지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도

홀로 사랑해서 행복하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없어도

홀로 기다리며 서럽고

헤어질 사람 없어도

홀로 이별하며 아플 수 있는 시

 

하여 내가 사랑을 

시를 영영 떠나지 못 할 테니 고마운 거지

어느 한 쪽 부족하고 허방해도

시의 자음에 몸을 의지하고

시의 모음에 마음을 기대니 기꺼운 거지. 

 

-박공널의 시옷이 되어 

곽성숙 차꽃 언니의 시집 중에서

 

2022년 우리글에서 펴냄. 

 

 

 

 

 

 

 

개망초 꽃을 보면 

어릴 적 계란 후라이 꽃이라 부르던 생각이 납니다. 

 

 

 

 

개망초 꽃을 보면 

이 꽃을 좋아하는 차꽃 언니 생각이 납니다. 

 

 

 

 

 

풀약 쳐줄게

 

드뎌 파란 대문을 밀고 들어섭니다

할매보다 더 먼저 보이는 양철 분무기통과

파란 고무 슬리퍼에 빨간 보자기를 쓴 밑으로

얼깃얼깃 흰머리가 서붓서붓 기웃댑니다

 

풀약 남았응게 화단에 약쳐주께 잉

하이고 엄니, 괜찮은디요 

제가 싸목싸목 뽑을게요

날 뜨겅게 내가 휘익 금새 뿌려줄게

오메, 심등게 안그러셔도 되어요

이 까징게 모가 심들당가 일도 아녀

약이 남아서 그래 암시랑토 안해

거 시원한 박카스나 한병 까주소

죄송해서 어쩌까요 고오맙습니다

약이 남아서 근당게 어여 일 봐

 

날만큼이나 뜨거운 할매 인심에

개망초 하얀 별이 내 안에 무더기로 뜹니다. 

 

-박공널의 시옷이 되어

곽성숙 차꽃 언니의 시집 중에서

 

2022년 우리글에서 펴냄. 

 

 

 

 

 

날마다 시를 쓰는 차꽃 언니, 

제1시집 날마다 결혼하는 여자를 내고, 

제 2시집 박공널의 시옷이 되어를 발간하였습니다. 

 

 

 

 

 

 

 

 

몰입 한다는 것은

몸과 마음을 다 기울여

끝없이 향하는 일이다. 

해가 뜨고 이울 때 서쪽 하늘이 틈도 없이 붉게 스며들 듯

너에게 집중하는 것 또한 그렇다. 

수줍고, 강렬하게, 온전히, 

詩, 너를 향하는 것이다. 

 

깊이 가라앉던 것들이

싹이 트듯이 올라온다. 

 

못내 그리운 것들

아픈 것들

잃어버린 것들

내 안에서 떠나지 않는 

결코 떠나지 않을

이것들은

그것들은

돌. 아. 보. 니. 

모두 사랑이다. 

 

2022년 4월 봄

차꽃 곽성숙

 

-박공널의 시옷이 되어 

작가의 말을 옮겨봅니다. 

 

지난 5월 봄, 

박공널의 시옷이 되어

제 2시집을 출간한 차꽃 언니~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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