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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기권

두물머리가 내려다 보이는 곳, 마음까지 평화로워지는 풍경을 만나러 오르다-운길산 수종사

 

 

 

험한 돌길 담쟁이 우거지고

절간으로 드는 길 분명치 않은데

응달엔 묵은 눈 쌓여 있고

물가엔 아침 안개 흩어지네

샘물 돌구멍에서 솟아오르고

종소리 숲 속에 울려 퍼지네

유람길 예서부터 두루 밟지만

돌아올 기약 어찌 다시 그르치랴

 

다산 정약용 선생이 14세에 수종사에 올라 썼다는 ‘수종사에 노닐며(游水鐘寺)'입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곳에 자리한 운길산 수종사

정약용 선생의 시처럼 이른 아침 안개가 흩어지는 것을 사진에 담으러 오르곤 하던 곳이었지요.

오랫만에 수종사를 다시 찾았습니다.

 

이른 아침은 아니었지만,

해지는 시간의 수종사도 충분히 아름다웠지요.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쳐지는 두물머리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곳, 

마음까지 평화로워지는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

운길산 수종사입니다. (2012년 11월 29일)

 


 

 

수종사로 오르는 길..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릅니다.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남한강과 북한강의 모습을 바라보며서 말입니다.

 

주차장에서 내리니,

찬바람이 오소소~ 여행자의 코끝을 스치며 지나가고

바라보는 풍경들은

어느새 깊은 겨울속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입구에 선 석조불상이

자애로운 표정으로 오가는 여행객들을 내려다 보고 있는 곳입니다.

 

 

 

 

넓은 유리창을 가진 수종사를

아래에서 올라다보며 천천히 걸어 오릅니다.

 

 

 

 

불이문을 지나

 

 

 

 

이어지는 돌계단길..

한발 한발 내딛으며 걷는 걸음들,

 

 

 

 

물 맑은 수종사에 빈 마음으로 오릅니다.

 

 

 

 

계단 끝에 오르면, 산자락에 평평한 터에 자리한 수종사를 만납니다.

높은 곳에 자리한 절집이기에

절집을 오르내리는 짐차가 독특한 모습으로 여행자를 맞이해줍니다.

 

 

 

 

말씀은 가만가만

걸음은 조용조용..

 

이곳뿐만 아니라, 절집에 가실 때는 아시지요?

가만가만, 조용조용..

 

 

 

 

기와불사를 보면 늘 마음이 덜컹 내려앉는 여행자입니다.

이 고즈넉한 절집은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하련가? 하는 마음이 먼저 드는 까닭입니다.

 

 

 

 

절집 앞 마당에 서면 눈에 들어오는 풍경..

두물머리와 남한강, 북한강을 둘러싼 풍경들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두물머리 풍경은 어디서든지 아름답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참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조선 초기 판서를 지낸 서거정이 수종사를

‘동방에서 제일의 전망을 가진 사찰’이라 하여 남긴 시가 있다고 하지요.

 

그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모두가 이곳에서 서서 떠날 줄 모르게 되는 곳입니다.

 

 

 

 

가만히 바라보고 서 있으면

마음까지 평화로워지는 풍경..

 

 

 

 

대웅전 바로 옆에 보물로 지정된 부도내유물(浮屠內遺物)과 오층석탑이 보존되어 있습니다.

 

 

 

 

손때묻은 단청이 아름다운 대웅전..

 

 

 

 

오래된 것들에게 자꾸 마음이 가는 것은

나이듦일까요?

 

옛것에 대한 그리움일까요?

 

 

 

 

물확에 비친 대웅전 처마도 여행자의 시선을 붙드는 곳입니다.

 

 

 

 

수종사의 유래를 보면

피부병으로 고생하던 세조는 전국의 물 좋은 곳을 찾아다녔다고 하지요. 

그가 오대산 상원사의 약수로 목욕을 하고 돌아오면서 이곳 운길산 아래 마을에 머무른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날 밤 세조는 신비롭다 해야 할 만큼 청아한 종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세조는 신하들을 시켜서 소리의 정체를 알아보라고 합니다.

 

신하들은 “운길산 중턱에 폐허가 된 천년 고찰이 있는데, 그 터의 한쪽 바위 굴에 열여덟 나한이 줄지어 앉아 있다.”며

“신비로운 종소리는 그 바위 굴 옆의 큰 바위 틈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라고 아뢰었다지요.


 

 

 

 

물소리의 신비를 지키고 싶었던 세조는 옛 절을 다시 고쳐 세우라고 지시하면서

그 절의 이름을 손수 물 수(水)와 쇠북 종(鐘)을 써서 수종사라 했습니다.

1459년의 일이지요.

 

 

 

 

절집이 완공되자 세조는 몸소 가파른 산길을 올라

종소리를 내는 샘물을 다시 찾아보고는 절집 마당 한켠에 은행나무를 심었다고 합니다.

 

 

 

 

바로 이 나무이지요.

강이 내려다보이고, 산을 품고 있는 풍경을 고요히 바라보고 있는 나무..

 

 

 

 

때가 정확하니 나무의 나이도 정확하게 553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옛 임금의 손길을 말없이 증거하는 나무인 셈이지요.

 

 

 

 

가을에 오면, 새싹이 나는 푸르른 은행나무가 그립고

봄에 오면, 노랗게 황금빛이 나는 가을 은행나무가 그리운 여행자였지요.

 

다 내어주고, 텅빈 가지로 남아 있는 겨울 나무는

그대로도 충분히 좋습니다.

 

비어있음으로 그 안에 봄도, 가을도 모두 품고 있는 듯 보이는 은행나무..

그 아래를 한참 서성이다 옵니다.

 

 

 

 

늘 수종사에 오를 때마다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삼정헌에서 차 한잔 마시고 와야지' 입니다.

 

한데 늘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거나..

 

이날도 너무 늦거나입니다.

해지는 시간이 가까워지니 문밖에 '문 닫았다'는 팻말이 내걸렸습니다.

사진을 찍는 사이에 일어난 일입니다. ㅎ

 

삼정헌 댓돌에 얌전히 놓인 검정 고무신 두컬레에

마음을 내려놓습니다.

 

차를 마시지 못하면 어떠한가?

이대로도 좋지 아니한가? 하는 마음까지도 말입니다^^

 

 

 

 

다시 왔던 길 돌아 내려오니

입구의 찻집은 굴뚝에서 연기를 피워올리고 있습니다.

 

마당 한켠에 쌓인 장작들이

겨울을 이야기하고 있는 곳이로군요.

 

지나치며 바라보는 풍경들이

모두 한걸음씩 느리게 다가오는 곳,

참 평화로운 마음이 저절로 드는 수종사입니다.

 

 

수종사 찾아가는 길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송촌리 1060.

 

대중교통: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중앙선 전철로 운길산역-운길산역 앞 삼거리에서 강변으로 이어진 국도 45호선의 청평 방면으로 800m쯤

-보건소 삼거리에서 수종사 입구를 알리는 안내판- 300m쯤 가서 오른쪽 길로 약 1.5㎞ 오르면 수종사에 닿습니다.

 

승용차 : 6번국도- 팔당터널 지나-신양수대교- 국도 45호선 청평방면- 보건소 삼거리에서 수종사 입구를 알리는 안내판-

300m쯤 가서 오른쪽 길로 약 1.5㎞ 오르면 수종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