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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

느티나무가 있는 황금 벌판-원정리

 

 임한리에서 자동차로 10여분을 달리면 만날 수 있는 마로면 원정리.

안개와 노랗게 익은 벼가 연출해내는 자연의 수묵화를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이러한 풍경을 볼 수 있는 날이 많지는 않다고 합니다. 1년에 몇 일~

안개는 10월 8일경 즉 절기상 찬 이슬이 맺힌다는 '한로'를 즈음해서 절정에 이르고, 노랗게 익은 벼는 10월 중순 경에 베기 시작한다니, 잠깐이면 사라지는 풍경인 셈이지요. 이날도 넓게 펼쳐진 논의 일부는 이미 벼 베기가 끝나 있었지요.

 

 안개에 젖은 벼는 햇살 받은 한 낮의 느낌과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가을의 풍요로움보다는 벼가 심어져서 이렇게 익도록 돌봐준 햇살, 바람, 땅의 고마움, 농부의 수고로움.. 등등에 대해 생각하게 해줍니다.

 느티나무는 오래도록 저 자리에 서서 벼들이 익어가고, 베어지고.. 다시 벼들이 심어지고, 익어가고, 베어지고..

반복되는 성장과 소멸을 지켜보았겠지요.

 

 돌아서서 나오는 길.. 길 가에 들국화가 피었습니다.

 안개 속에 들판은 더욱 흐릿해지고... 이슬 먹은 들국화만 선명해지는 시간입니다.

 추수가 끝난 들판은 어느새 겨울을 준비하는 듯도 보입니다.

가지런히 놓인 볏단들이 한자리에 서서 노래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안개가 걷히고 황금빛으로 빛나는 들판이 보고 싶기도 하지만...

안개 속의 아련함들을 안고 돌아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