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환벽당/곽성숙
'푸르름이 두른 집'
환벽당*을 풀어보는 이 말, 좋아서
몇 해가 되도록 오고 또 왔건만
여지껏 그 이름값을 몰랐다
나, 이 겨울 환벽당에 와서
비로소 무릎을 친다
봄에는 홍매에,
여름엔 꽃무릇에,
가을엔 스산한 내 기분에
눈을 빼앗겼구나
모두 다, 오던 곳으로 보내고
저만 혼자 발가벗고 남으니
비로소 이름값하는 겨울 환벽당을 본다
모든 것 다 내려놓고 오니
이토록 환하고 푸르른 것을
내가 가리고 네 탓을 하였구나
아하, 그랬구나!
아직 제 마음 찾지못한 사람아,
겨울 환벽당으로 가라
푸르름 둘러친 환벽당 서늘함이
대숲에서 나와 스민다.
*환벽당(環碧堂): 무등산 자락인 광주호
상류 창계천가의 충효동 쪽 언덕 위에 있는 정자.
(날마다 결혼하는 여자/지혜출판/2016)
차꽃 언니의 시 속의 환벽당처럼
봄에는 홍매를,
여름에는 꽃무릇을,
겨울에는 푸르름을 두른 모습을 보러
가고 또 가는 정자,
사무치는 마음으로 가고 또 가는 정자,
환벽당입니다. (2021년 12월 18일)
눈 내린 주말,
길을 나섭니다.
눈 쌓인 산과 들,
광주호까지 어우러진 모습을 만나러 갑니다.
환벽당에 들어서기 전,
길가의 작은 아이들에게 먼저 마음을 빼앗깁니다.
시들은 잎도,
떨어진 솔방울도
눈과 만나 그대로 풍경이 됩니다.
바람과 눈을 온몸으로 맞은 나무들
그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환벽당
이 길 위에 설 때면
늘 마음이 설레입니다.
눈 쌓인 정자
출입문 뒤로 정자에 이르는 길이 나있습니다
눈 쌓인 담장에 눈길 한 번 주고
정자로 오릅니다
지붕이 먼저 모습을 보여주는 환벽당입니다
정자 앞에서 바라본 풍경은
조금은 쓸쓸하기도 합니다.
잎도 줄기도 다 떨구고도,
이리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과나무입니다.
환벽당
푸르름을 사방에 둘렀다는 뜻을 지닌 정자...
봄날 저 매화나무 꽃 필 때가
어제인 듯 한데
계절은 어느새 겨울이로군요.
정자에 올라 오래된 마루에 걸터 앉아 봅니다.
처마 끝의 고드름
열린 문 너머의 소나무는 그대로
액자 속 풍경이 되어줍니다.
처마 끝 고드름은 햇살에 반짝반짝~
환벽당에 가면 제일 먼저 눈맞춤하는 굴뚝
개구장이 같은 흙굴뚝
위로도 눈이 쌓여 있습니다
다시 환벽당 마루에 올라
눈 쌓인 담장과
앙상한 나무가지들과
먼 산줄기들과 눈맞춤을 합니다
아름드리 나무들
겨울에도 아름다운...
모과나무 줄기 끝에
까치밥이 두 어개 남아 있네요.
환벽당을 한바퀴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
담장 너머로 본 환벽당이 더 아름답습니다
환벽당 앞 소나무는 마치 용트림을 하는 것 같습니다
환벽당 소나무 숲과
그 앞에 자리한 개울..
눈 덮힌 들판과 산을
드론으로 몇 장 담아 봅니다.
환벽당 일원
하늘빛을 품은 광주호
눈 덮힌 들판이 그림을 그려놓은 듯 아름답습니다
눈 덮힌 무등산이 멀리 손에 닿을 듯 하고..
길게 늘어선 산줄기
그 앞을 흐르는 강과 호수..
눈 쌓인 강가에 서서
오래 서성이다 돌아섭니다.
어느 계절에 가도 아름다운 곳,
이 겨울이 가기 전에
한 번 더 찾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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