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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소설 속의 여운을 따라 가는 길-혼불 문학관

 

하물며 인생이랴.

 

한나절 걷는 십 리 길도 아니요, 하루 해 꼽박 넘어가는 백 리 길만도 아니고,

한 열흘 혹은 보름 밤낮으로만 가면 되는 천 리 길도 아니다.

나서부터 지금까지 쉬임없이 걸어왔고,

이제부터도 쉬지 않고 몇 십 년을 걷고 걸어가야 마지막에 당도하는 길. 인생

 

그것이 과연 리(里)수로 몇 리일까.

 

-혼불 6권 22장 중에서-

 

 

 

 

 

우리는 지금 어디쯤 걷고 있을까요? 

몇 십 년을 걷고 또 걷는 길.. 

문학 속에서 만나는 삶은 늘 이렇게 

제 스스로 묻고 되돌아보게 합니다. 

 

소설 속의 여운을 따라 가는 길, 

남원 혼불문학관입니다. (2021년 11월 27일)

 

 

 

 

 

 

남원 서도역, 노봉마을, 종가, 청호 저수지

소설 '혼불'의 문학적 배경이 된 곳입니다. 

 

 

 

 

남원 서도역을 둘러보고

혼불문학관까지 찾아가 봅니다. 

거의 10년 쯤 전에 찾았던 곳, 

오랜만에 찾은 곳은 변한 것들도,

변하지 않은 것들도 많습니다. 

 

 

 

 

혼불문학관

51년의 짧은 생애를 살다 간 작가 최명희... 

 

1996년 12월 한길사를 통해 전 10권으로 출간된 후 140만 부가 팔렸으며

교보문고에서 선정한 ‘90년대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던 혼불..

 

소설 <혼불>은 최명희님이 1980년 4월부터 1996년 12월까지 17년 동안 혼신을 바친 대하소설로,

20세기 말 한국문학의 새 지평을 연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 사매면 매원 이씨 양반가를 지키려는 3대의 며느리들과

거멍굴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선조들의 숨결과 손길,

염원과 애증을 우리말의 아름다운 가락으로 생생하게 복원하여 형상화하였습니다.

 

소리 내어 읽으면서 우리말의 묘미를 맛볼 수 있다고도 평해집니다.

 

사실, 혼불을 처음 읽었을 때,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우리말들이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다시 읽을수록 우리말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책,

그것이 혼불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주 한옥마을의 '최명희 문학관'에서 먼저 만났던 그녀.. 

 

 

 

 

 

남원의 사매면 노봉리에 위치한 이곳 혼불 문학관

문학관 뒤에는 노적봉이 굽어보고 있으며,

아래에는 노봉마을과 청호 저수지가 자리하고 있는 곳으로

이 너른 공간이 주는 넉넉함이 최명희 문학관과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청호저수지.. 

 

 

 

 

발소리만.
그저 다만 발소리만이라도 들었으면.
그냥 지나가 버려도 좋으니, 왔다는 기척만이라도 들렸으면.
마음의 깊은 골짜기 아무도 짐작할 수 없는 곳에,
그네는 귀 하나를 심어 놓고 날마다 기르면서,
할머니 청암부인의 출상을 앞둔 저녁 어스름 속에서,
또 새해가 다가서는 섣달 그믐날의 오밤중에,
그리고 아까 그렇게 달 뜨는 한밤에,
오직 발소리 몇 점을 기다리면서 전신을 기울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네의 온몸은 어느새 귀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혼불5권 2장 중 

 

저수지가에 선 여행자,

물가에 서니 갑자기 그리움이란 단어가 떠오릅니다.

 

 

 

 

기다림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솟대가 서 있는 저수지

 

 

 

 

 

 

 

 

 

 

 

물 속에 비친 솟대들

 

 

 

 

 

 

 

 

 

 

 

 

 

 

 

 

 

문학관을 향해 오릅니다

청사초롱 등이 마치 불을 밝힌 듯 하네요. 

 

 

 

 

 

 

 

 

 

 

혼불문학관 뒤에 자리한 새암바위

 

 

 

 

 

문학관과 쉼터

 

 

 

 

 

문학관 벽에는 1930년대를 살아온

선조들의 삶이 사진으로 걸려 있습니다

 

 

 

 

 

 

 

 

 

 

 

그다지 쾌청한 날씨는 아니었다" 로 시작해서

마지막 문장 "그 온몸에서 눈물이 차 오른다"로 끝나는 글, 

이 소설을 쓰는데 꼬박 17년이 걸렸다는 책

 

 

 

 

 

나는 원고를 쓸 때면,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그것은 얼마나 어리석고도 간절한 일이랴.
날렵한 끌이나 기능 좋은 쇠붙이를 가지지 못한 나는,
그저 온마음을 사무치게 갈아서 손끝에 모으고, 생애를 기울여 한 마디 한 마디, 파나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세월이 가고 시대가 바뀌어도 풍화마모되지 않는 모국어 몇 모금을 그 자리에 고이게 할 수만 있다면
그리하여 우리 정신의 기둥 하나 세울 수 있다면..

 

 

 

 

작가의 집필실

 

 

 

 

 

'소꿉놀이하는 강모와 강실', '액막이연 날리기',

'강수의 명혼식', '춘복이의 달맞이', '청암부인 장례식' 등

소설의 주요한 장면을 담은 디오라마들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사진속의 디오라마는 혼례식 장면입니다.

 

 

 

 

 

작가의 집필실

 

 

 

 

 

 

 

 

 

 

 

청암저수지가 가뭄에 말랐을 때를 

만들어 놓은 디오라마입니다

 

 

 

 

 

 

 

 

 

 

 

쉼터에 오릅니다

 

 

 

 

 

예전에 이곳에 올라 차 한잔 마셨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여행자입니다

 

 

 

 

 

 

 

 

 

 

 

 

 

 

 

 

"혼불 하나면 됩니다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참으로 잘 살고 갑니다"

라는 그녀의 마지막 말을 뒤로하고

문학관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