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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것들

오랜 세월, 지나온 시간들을 품은 낡은 기차역-월내역/동해남부선

 

 

사라져가는 것은 아름답다..는 말이 있지요.

사라져가는 것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에 함께하는 추억과 기억이 있기 때문이지요.

 

80년 긴 세월 구비구비 수많은 인생들을 실어 날라온 철길..

부산에서 포항까지 141.2km,

동해남부선..

 

덜컹거리며 수많은 세월을 달려온 그 길,

이제 오래지않아 달리지 않을 기차,

지난 추억과 지난 시간들에게 이별을 고하기 위해

그 동해남부선을 따라 마지막 추억여행을 떠나봅니다.

 

사라져가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마음에, 눈에 담고자 떠난 길..

 

그 길위에서 만난 동해남부선의 간이역,

오랜 세월 지나온 시간들을 품은 낡은 기차역,

월내역입니다. (2013년 11월 21일)

 

 

 

 

부산진역에서 북쪽으로 44km 떨어진 동해남부선의 간이역, 월내역

한달음에 바다를 지나 달리던  기차는

그 간이역에 여행자를 내려놓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달려갑니다.

 

 

 

 

자천역 지나 월내역..

그리고 월내역을 지나면 서생역

 

 

 

 

'달을 안에 품은 포구'라는 뜻을 가진 월내역은

달도 품고 바다도 품고 있는 아름다운 역입니다.

 

 

 

 

월내역은 일제치하 동해안 해산물을 일본 본토로 운송하기위해 만들어진

화물철도인 동해남부선이 생기면서 만들어진 역입니다.

월내역 또한 기장미역이나 다시마를 수탈하기 위한 방편으로 문을 연 곳이지요.

 

그러다 지난 1974년 7월 1일부터 동해남부선 통근열차로 운행되다가

다시 1996년 동서통근열차(월내역~구포역) 하루 4회,

도시통근열차(월내역~부산역) 하루 8회 운행돼 모두 12회 운행하였답니다.

 

다시 2002년 부산지하철 2호선이 개통됨에 따라

통근열차를 월내역에서 부전역 구간만 운행하다가

2006년 10월 통근열차 운행을 마감하였다지요.

 

월내역의 역사를 찾아보면서

마치 사람에게 인생이 있듯이 이 작은 역사에도 지난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있음을 알게 되네요.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이나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사물이나

그 순환의 시간들이 그리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됩니다.

 

 

월내역을 나서니 은하수 다방, 역전 다방..

70년대쯤에서 시간이 멈춘듯한 역앞은 참 매력적이로군요

 

아직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이제 곧 동해남부선 복선화가 완성되면

먼저 소개한 좌천역, 이곳 월내역 모두 철거 될 곳이라니

저 역전 다방도 저 자리를 지키고 있을 날이 그리 많지 않을 듯 하네요.

 

 

 

 

역주변 마을을 둘러보기에 앞서

역에서 바다쪽으로 먼저 가보기로 합니다.

 

갈매기 한마리 외로이 지키고 있는 바다..

 

 

 

 

바닷가 방파제 위에 서서 바라보면

해안선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마을들이 바라보입니다.

 

 

 

 

멀리로 눈을 들어보면 해안선은 부산까지 길게 이어져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육지에 올라와 있는 배..

바다가 아닌 육지에 있는 배를 볼 때마다

느껴지는 낯선 이물감..

 

 

 

 

파도의 문양을 그리며 펼쳐진 그물들도

이곳이 제자리는 아닐테지요^^

 

 

 

 

가지런히라는 표현으로도 좀 부족한 듯한

나란히 걸린 양말들..

집 바깥쪽이지만 햇살이 잘 드는 곳이라

빨래줄이 밖으로 나와 있네요.

 

 

 

 

그물 손질을 하는 어부는 느릿느릿한 손길로

그물코를 깁고 있던 오후..

 

 

 

 

이른 새벽 잡아온 은빛 멸치는 펄펄 끓는 물속을 헤엄친 후,

이제 포구 한켠에 누워 일광욕중입니다.

 

 

 

 

오호~ 한데 이녀석들!

월내포구 갈매기들 반상회를 여기서 하네요. ㅎㅎ

말리고 있는 멸치를 아주 맛나게 포식을 합니다.

 

 

 

 

멸치의 주인장이 나타나 갈매기들을 쫒아냅니다.

다른 녀석들 다 날아오랐는데도 이녀석 끝까지 혼자 남아 멸치 먹기 삼매경에 빠져 있습니다^^

 

 

 

 

도망갔던 녀석들도 금새 다시 내려와 멸치를 넘보네요.

주인장께서 가까이 와서 쫒고 나서야 다들 날아가더군요

 

 

 

 

전기줄에 나란히 나란히 앉아

언제 멸치를 훔쳐 먹었냐는 듯, 우아한 포즈로~

 

 

 

 

오후의 햇살 아래 반짝이는 바다는 이런 광경을 보고도 못본척..

 

 

 

 

세월을 낚고 계시는 강태공도 이런 갈매기들을 본척 만척 합니다.

월내포구에는 낚시하시는 분들 정말 많더군요.

잠깐 있는 동안에도 여기저기서 고기를 잡아 올리시더군요.

 

 

 

 

포구를 따라 걷습니다.

 

 

 

 

배 위에 앉아있는 갈매기들과도 눈맞춤도 하구요.

 

 

 

 

하얀등대, 빨간등대하고도 눈맞춤을 합니다.

 

 

 

 

포구를 지키는 수많은 배들

하나하나 이름을 읽어보며 걷는 일도 즐겁습니다.

 

 

 

 

달을 품은 포구, 월내..

달이 비친 수면이 잔잔한 호수 같다고 하여 월호라고도 부른다지요.

달도 품고, 바다도 품은 아름다운 포구 월내를 뒤로하고

 

 

 

 

역근처의 마을을 돌아보기로 합니다.

 

 

 

 

바다가 멀지않은 동네,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자리한 동네입니다.

 

 

 

 

마당 바깥에는 배추가 심어져 있고

볕이 좋은 마루에서는 할머님들 두분 담소를 나누시는 곳..

 

 

 

 

할머니들의 담소를 엿듣고 있던 담쟁이는

그런 모습을 여행자에게 들키고선 얼굴이 붉어지더군요^^

 

 

 

 

철길 양쪽으로 마을이 자리하고

그 마을들은 저리 육교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나온 세월을 짐작케하는 육교 위로 오릅니다.

 

 

 

 

월내역과 함께 많은 세월을 견뎌온 마을풍경..

 

 

 

 

육교를 건너봅니다.

 

 

 

 

월내역과 역에서 이어지는 철로가 한눈에 바라보이는군요

 

 

 

 

다른 한켠으로는 서생역을 향해 달리는 철길이 바라보이네요

 

 

 

 

육교를 지나 마을로 오르는 길..

 

 

 

 

뒤돌아보면 낮은 지붕 너머로 바다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조금은 허름하지만, 바다를 품고 있는 아름다운 곳이로군요

 

 

 

 

넉넉한 주인장의 인심에 기대여

처마밑에 거미줄을 쳐놓은 녀석과 눈맞춤을 하며 마을을 오릅니다.

 

 

 

 

파란 비닐끈으로 동여매어진 배추

배추가 꽃처럼 보이는 것은 여행자만 그런가요?

 

 

 

 

길가에 수북히 쌓이 낙엽들을 밟으며

월내역으로 향합니다.

 

 

 

 

가을이 추억이 되듯이

이길을 달리던 기차들도 이제 추억이 될테지요

 

 

 

 

바다를 품고 달려온 기차는

긴 경적을 울리며 월내역으로 들어섭니다.

 

 

 

 

여행자도 이 기차를 타고 다시 떠나야 할 시간..

속도와 편리를 위해 오래된 풍경과 추억들을 지우며

기차는 또 다른 곳을 향해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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