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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비오는 우도, 놀멍쉬멍 걷다-우도 톨칸이

 

 

 

사는 일이
사람을 만나거나 이 길 저 길 걷는 길이지만
내가 만난 사람 내가 걸은 길은 빙산의 일각

나머지 빙산은
내가 만나지 않은 사람들 속에 있고
걷지 못할 길 위에 있고 북극에 있고 남극에 있어
나는 모른다

문득 발 앞을 막아서는
노란 민들레꽃
또한 가 닿을 수 없는
나의 바깥

 

-김영미님의 시 <나의 바깥> 중에서-

 

나의 존재도, 삶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

그것을 깨닫는 순간,

나의 생각과 고집, 나의 일상에서 벗어나

내 울타리 바깥으로 성큼 벗어나 걷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늘 길 위에 서는 여행자입니다.

 

우도에서의 이틀,

삼일째 되는 아침에 일어나보니 여전히 비가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카메라와 우산만 챙겨들고 나와 혼자 걷습니다.

 

비오는 우도, 놀멍쉬멍 걷습니다.

흐리지만 걷기에 좋은 날이었지요. (2012년 6월 27일)

 

여행자보다 더 부지런한 여행자의 일행은

분홍색 스쿠터를 타고 앞서 가고 있었던 아침..

 


 

 

우도의 숙소였던 뽀요요 펜션에서 어디로 갈까하다

천진항을 거쳐, 돌칸이쪽으로 가보기로 합니다.

 

우도봉 아래 자리한 천진항의 모습을 보며 발걸음을 옮깁니다.

 

 

 

 

성산일출봉은 손에 닿을 듯한 거리에 자리하고,

마주한 항구에는 빨간 등대,

성산을 오가는 유람선이 파도에 흔들거리고 있습니다.

 

 

 

 

여전히 세차게 부는 바람,

전날까지 풍랑주의보로 배가 뜨질 않았는데

이날은 배가 뜰련지요?

 

 

 

 

배와 등대..

바닷가 풍경들은 자꾸만 셔터를 누르게 합니다.

 

 

 

 

해녀항일운동 기념비..

이곳은 몇번이나 들렀던 곳인데

늘 차로 지나치다보니 이번에야 제대로 눈맞춤을 합니다.

 

 

 

 

우도라고 씌여진 표지석을 보니

제대로 길을 찾아온 느낌이로군요^^

 

 

 

 

지나치는 여행자를 보고 시끄럽게 짖어대는 개는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고 있는 중입니다.

 

 

 

 

우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 하나.

집집마다 걸어놓은 태극기들..

바람도 많은 곳에서 펄럭펄럭이는 태극기들..

 

 

 

 

어느집 처마 밑에 매달린 소라껍질에도 살짝 눈맞춤하고요

 

 

 

 

주인을 기다리는 오토바이들과도 눈맞춤을 합니다.

 

 

 

 

마을로 들어서 헤매기 전에 다시 등대로 향합니다.

등대로 향하는 길, 성산일출봉을 그려 놓았습니다.

그 그림 위로 살며시 고개 내미는 성산 일출봉..

나 불렀어? 하는 듯 합니다. ㅎㅎ

 

 

 

 

등대에서 바라본 우도봉..

제주의 돌은 볼수록 독특합니다.

 

검은색 현무암들은

이렇게 바닷가를 지키기도 하고, 어느집 돌담이 되기도 하고..

 

 

 

 

여행자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성산일출봉이 따라 옵니다.

 

 

 

 

누군가 소원을 빌며 올려놓은 돌탑 너머로도

살며시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소원기원 돌탑길..

 

 

 

 

돌탑도 쌓고, 소원도 적고..

 

 

 

 

일렁이는 파도..

바닷가에 서면 늘 담게 되는 풍경들입니다.

 

 

 

 

멀리 지미봉은 우도를 그리워하며 서 있는 곳입니다.

 

 

 

 

우도에 지석묘가 있었군요.

 

청동기 시대의 사람의 무덤으로 돌멘, 고인돌이라고도 불려지고 있으며

제주도에서는 돌배라는 전설도 깃들어져 있습니다.

외부 모양은 시신을 안치하도록 판자모양의 돌을 사용하여

석실을 만들고 그 위에 큰돌을 올려 완성했습니다.

 

제주에는 150기의 지석묘가 분포하고 있습니다.

이들 지석묘는 한반도 본토와 달리 축조시기가 늦고

형태도 특이하며 재료도 모두 현무암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석묘는 한반도 본토에서 제주를 거쳐 일본 큐슈지역으로 전파된 것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선사시대의 문화교류 또는 이동을 이해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습니다.

 

-우도 지석묘 안내글에서 퍼온 글입니다-

 

 

 

 

태극기 펄럭이는 길..

 

 

 

 

늘 우도의 검멀레 해안쪽은 봐왔는데,

조금은 낯설은 톨칸이입니다.

 

 

 

 

톨칸이에서 바라본 풍경

 

 

 

 

절벽 끝에 핀 붉은 꽃도 모셔옵니다.

 

 

 

 

조금 더 걷자 톨칸이가 더 크게 다가옵니다.

가까이에서 보니 정말 신기한 모양새입니다.

 

 

 

 

톨칸이는 소의 여물통이란 뜻으로 '촐까니'라고도 합니다.

'촐'은 '꼴' 또는 '건초'로서 소나 말에게 먹이는 풀 따위를 말하며

우도에서는 소나 말에게 먹이를 담아주는 큰 그릇을 '까니'라 불렀다고 합니다.

 

우도는 다들 아시다시피 소가 누워있는 모습의 섬이지요.

앞에 있는 오름은 소의 머리요

툭 튀어나온 기암절벽은 소 얼굴의 광대뼈로서 이곳 남서쪽에 위치한

성산읍 오조리 식산봉을 촐눌(건초를 쌓아올린 더미)로 보았다고 합니다.

 

'촐눌'과 소 사이에는 '소 먹이통'이 있어야 하는데

그곳이 바로 이곳이라는..

기암절벽가 먹돌 해안이 어우러져 비경을 이루고 있는 곳입니다.

 

'톨칸이'는 '촐까니'가 와전된 말로 즉 '소의 여물통'을 뜻한다고 합니다.

 

 

 

 

톨카니 앞에 서면 길은 끝나 있습니다.

다시 돌아가야 할 시간..

 

 

 

 

톨카니 앞 바다에는 썰물이 맞으면 한반도 '여'를 볼 수 있다고 안내가 되어 있습니다.

아쉽게도 시간이 맞질 않으니

 

 

 

 

파도와 바람과 바위만 담다가 돌아섭니다.

 

보통 한반도 지형은 썰물시 (물때: 7물-13물)

오전 10시부터 14시경에 한반도 형체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다음 우도 여행에서 기약해야 할 듯 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