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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비운의 천재 화가 이중섭을 만나러 가다-서귀포 이중섭 미술관

 

 

 

높고 뚜렷하고

참된 숨결

 

나려나려 이제 여기에

고웁게 나려

 

두북 두북 쌓이고

철철 넘치소서

 

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것

 

아름답도다 여기에

맑게 두눈 열고

 

가슴 환히

헤치다

 

-소의 말-

 

 

이중섭 화가의 이 글을 읽을 때마다

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 것..

이 구절에서 마음이 멈춰서 움직일 줄 모릅니다.

 

이중섭 화가의 어렵고 힘들었던 그 시절들이

이 구절 속에 모두 녹아 있다는 생각때문인 듯 합니다.

 

늘 시간이 없어 지나치며 안타까워하던 곳,

서귀포 이중섭 미술관을 드디어 다니러 갔습니다. (2012년 3월 13일)

비운의 천재 화가 이중섭을 만나러 갔습니다.

 

이중섭 미술관에 이르는 길..

그 길 또한 좋습니다.

 

 

 

 

해와 아이들..

커다란 태양이 아이들을 보듬어 안듯 자상한 미소를 짓고

해를 둘러싸고 있는 아이들의 환한 모습..

 

이중섭 화가의 그림들이 늘어서 있는 길

 

 

 

 

그길 바닥에는 이중섭 문화거리라 적혀 있습니다.

 

 

 

 

미술관쪽으로 향하는 길

 

오래된 극장이 자리하고,

노을 앞에 울부짖는 황소의 그림이 서서

여행자를 맞아줍니다.

 

 

 

 

연꽃밭의 새와 소년

 

 

 

 

이중섭 거리에 그려진 과수원의 가족과 아이들

 

그의 가족이 이곳 서귀포에서 살던 열한달의 기간 중의

아름답고 행복한 어느 날을 그린 것은 아닐련지요.

 

 

 

 

화가의 이름이 붙여진 서귀포시 중방동 이중섭거리

곳곳에 그의 작품을 형상화한 가로 조형물들, 그림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정낭이 내려진 제주도 토속집 한채 자리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이중섭 화가가 세들어 살던 실제의 집이라고 합니다.

 

세들어 살던 집 너머로 보이는 이중섭 미술관..

먼저 미술관을 둘러보고 오기로 합니다.

 

 

 

 

미술관 앞마당엔 그의 초상과 소의 말이 새겨져 있습니다.

 

소의 말은 그가 세들어 살던 방의 벽에 붙어 있던 글이었다지요.

이 시를 본 그의 조카가 '삼촌도 시를 쓰냐'고 묻자

그는 '그냥 소가 말한 걸 옮겨 적었다' 라고 하였다지요.

 

 

 

 

이중섭 미술관에는 많지 않은 이중섭 작품이 진열돼 있습니다.

 

‘파도와 물고기’, ‘게와 가족’, ‘아이들’, ‘매화’, ‘파란 게와 어린이’ 등 그의 작품뿐 아니라

그의 아내 야마모토 마사꼬(이남덕)와 주고받았던 편지를 액자에 넣어 두었습니다.

그의 작품이 그리 많지 않아 조금 아쉬웠답니다.  

 

 

 

 

이중섭 미술관 내부는 사진촬영 금지.

다행히 그의 그림 복제화 한점은 기념촬영을 할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이중섭 화가가 태어난 평원군은 노을이 아름답기로 유명했다고 하지요.

그 아름다운 노을빛 속의 황소

 

1953년 무렵 그린 그림으로

소는 얼굴을 들면서 외치는 듯한 그림입니다.

 

코와 입에 가해진 선연한 붉은 색과 넓은 배경의 붉은 노을..

 

 

 

 

이중섭 미술관 옥상에 전망대가 있어

그가 바라봤을 제주의 바다를 바라볼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섶섬이 보이는 풍경, 서귀포의 환상, 게와 어린이 등

그가 서귀포에 살면서 그렸던 그림들의 무대가 되었던 곳..

 

그시절의 서귀포와 지금의 서귀포는 전혀 다르겠지만

서귀포의 바다는 여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미술관 바로 앞에는 이중섭 공원과 그의 생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제주의 돌담과 봄날의 꽃이 어우러진 풍경..

그를 생각하며 이리저리 거닐어 봅니다.

 

 

 

 

어떠한 부부가 서로 사랑한다고 해도
어떤 젊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열렬한 애정이 또 없을 것이오.


 

 

 

일찍이 역사상에 나타나 있는 애정에 전부를 합치더라도
대향과 남덕이 서로 열렬하게 사랑하는 참된 애정에는
비교가 되지 않을게요...

 

 

 

 

화공 대향의 가슴에 하늘이 베풀어 준 나만의 보배로운 아내,
나만의 슬기로운 아내, 참된 천사, 나의 남덕이여.
대향의 열렬하고 참된 애정을 받아 주시오.
당신은 어떠하여 그렇게 놀라웁소?

당신의 발가락에 몇 번이고 입맞추는
대향의 확실하고 생생한 기쁨은 당신 이외의
세상의 온갖 여신의 온갖 입술에,
온갖 아름다운 모든 꽃잎에,
입맞추는 기쁨에 비교할 수도 없는 최대 최고의 기쁨이오.


 

-대향 이중섭 화가가 그의 아내 이남덕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11개월간의 서귀포 피난생활

그후에 가족들은 일본으로 떠나고 혼자 남은 화가는

편지를 기다리며 그 외로움과 그리움을 그림으로 그려내며 견디었다고 하지요.

 

 

 

 

이중섭 공원의 길은 이중섭 화가가 머물렀던 초가로 이어집니다.

 

 

 

 

 

 

 

 

 

 

 

 

 

 

서귀포시 서귀동, 시가지 언덕 길가에 방 세 칸짜리 초가 한 채...

여행자는 작은 부엌 딸린 오른쪽 끝방을 기웃거립니다.

 

그는 부산에서 배를 타고 와 화순항에 내린 뒤 한겨울 밤 걸어서 이 집에 왔다고 합니다.

세간도 없이 보따리 둘만 들고서..

 

집주인 김순복님은 생면부지 이중섭에게 선선히 방을 내줬다고 하지요.

그릇과 수저, 이불과 된장도 주고...

 

이중섭 화가의 가족은 비만 안 오면 모두 바닷가에 나가 게를 잡아와 군용 반합에 쪄 먹곤 했다고 합니다.

비운의 천재 화가 이중섭의 짧은 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가 서귀포 피란 시절이었습니다.

작품 주제가 가족과 아이들로 바뀌면서

'서귀포의 환상' '두 아이와 물고기와 게' 같은 걸작을 그렸습니다.

 

이곳에서 열한달을 살다가 이듬해 아이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돌아가 버린 아내도

서귀포를 떠나면서 집주인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고 하지요.

"이 집에서 보낸 일년이 가장 행복했다"고.



 

 

 

마루의 벽에는 담배를 손에 든 그의 모습을 담은 모습이 작품 속에 머물러 있습니다. 

사람은 가고 그의 초상은 이렇게 남아 여행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군요. 

 

 

 

 

그의 초상아래는 관광객들이 드나드는 것에는 무심한

개 한마리 마루 위에 누워있습니다.

 

어쩐지 이 집에 잘 어울리는 것 같은 강아지입니다.


 

 

 

 

불운한 시대 천재화가 이중섭(1916~1956)

그를 지칭하는 가장 대표적인 말이지요.

 

그가 살았던 한 평 남짓한 구석진 방에는 그의 흑백사진이 빈방을 지키고 있습니다.

흑백사진 속 그는 혼자 중얼거리는 듯합니다.

 

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 것이라고.


 

 

 

 

방문만 열면 바다가 보이는 집,

가난한 예술가는 풍부한 색과 빛깔을 보았을테지요.

 

 

 

 

담쟁이 넝쿨 우거진 검은 돌담이 둘러선 집을 나와

길을 걷습니다.

 

 

 

 

아래로도 이어지는 긴 돌담..

 

이중섭 거주지라 붙은 현판이 어쩐지 아릿하군요.

 

 

 

 

이중섭 거리의 끝자락에는 작가의 산책길이라 이름붙어 있습니다.

 

숲과 해안과 폭포를 품은 길

저 길을 따라 걸으면 그의 발자취가 느껴지려나요?

 

걸아왔던 길을 돌아보니

이제껏 함께 하던 그는 간데없고

길 위에는 찬바람만 불던 어쩐지 조금은 추운 봄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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