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집어 든 것은 처음에는 제목 때문이었습니다.
낯선땅에 홀리다...
그 무슨 다른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늘 길 위에서 만나는 풍경들에 홀리는 여행자..
책을 뽑아 들었습니다.
책을 손에 들고 보니
어라? 여행자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이름이 쭉~ 나열되어 있다는..
김연수, 김중혁, 나희덕, 박성원, 성석제, 신이현, 신현림, 정끝별, 정미경, 함성호, 한정임.
11인의 시인과 소설가가 전하는 여행에 대한 기억들..
그 기억들을 따라가다 만나는 여행자의 기억들..
단숨에 읽혀지는 책입니다.
쾌락은 우리를 자기 자신으로부터
떼어 놓지만 여행은 자신을 다시 끌고 가는
하나의 고행이다. -알베르 카뮈
김연수님이 추억하는 <근검절약하는 서민들의 도시- 리스본의 추억>
리스본에서 만난 일본인과 파두공연에 관한 이야기..
리스본에 가면 파두 공연을 보러 가야 할 듯 하더군요.
너는 아느냐
미지의 나라에 대한 향수와
조바심 나는 호기심.
우리가 살아야 할 곳이 그곳이며
우리가 죽음을 기다려야 할 곳도
그곳이다 -보들레르
김중혁님이 쓴 <삶과 죽음이 더해진 스톡홀름>
그는 북유럽의 묘지들을 돌아보고 와서 글을 남겼습니다.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것도 싫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 할 때쯤 돌아오는 것도 싫다- 중략
어느날 십자가가 더하기처럼 보였다.
우리는 저 먼 별에서 우연히 이 지구로 날아와 잠깐 살다가 땅으로 더해지는 존재들이라는 누군가의 메시지 같았다
십자가를 계속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든다.
그들의 죽음에 대해 생각했고, 나의 삶에 대해 생각했다.
의외로 삶과 죽음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내 머릿속 묘지로 산책을 떠난다.
그곳에 가면 삶과 죽음이 더해진 공원이 있다.
행복을 찾는 일이 우리 삶을 지배한다면
여행은 그 일의 역동성을 그 열의에서부터
역설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활동보다
풍부하게 드러내 준다 -알랭 드 보통
나희덕님의 <시카고의 빛과 어둠>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 시카고에서 만난 정전.. 그리고 촛불.. 춤에 관한 이야기..
특별한 기억들로 시카고는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도시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나는 여행해야만 했고
내 머릿속에 쌓인 매혹을
흩트려 버려야만 했다 - 랭보
박성원님의 <제주, 익숙하지만 낯선>
이 세상에서 가장 불결한 여행은 마음 속에 욕망이나 목표가 있는 여행이라고 말하는 그..
어떠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여행을 한다면 목적을 이룰 순 있어도
그보다 더 큰 것들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하기 위해서 수없이 많은 갈림길을 놓친다는 점.
목표만 쫓다 보면 목표 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
강화도에 정착한 함민복 시인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지요.
"형은 이제 더 이상 길을 보지 않아도 되겠네요"
함민복 시인의 그에 대해 이렇게 대답하였다지요.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지. 평생 길 위에서 생을 보냈으니 이제 더 이상 길이 없는 바다로 왔구나, 하고 말이야
그러나 여기엔 또 다른 길이 있다. 바로 뱃길이다. 뱃길은 아무리 다녀도 다져지지 않는다" 라고
우리는 여행을 통해 자신을 본다
세상과 마주 서는 법을 배우는 자신을,
일말의 두려움을 떨쳐 버리기 위해
눈을 부릅뜨는 자신을, 그렇게 세상과 마주쳐서
부릅뜬 눈으로 바라본 세상의 풍경을
자기만의 가슴으로 담아내려는 자신을. -체 게바라
성석제님의 <라오스의 보물>
그의 책의 늘 따뜻하게 읽었던 여행자..
그의 라오스 여행기 또한 따뜻하게 읽히더군요.
"If you buy, Nature pays"
당신이 뭔가를 사면, 자연이 지불한다..
라오스의 쾅시 폭포에 갔을 때, 숲 입구에 적혀 있던 문구라고 합니다.
라오스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자연이라고,
그리고 그 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사람이 귀하다는..
행복한 여행의 가장 큰 준비물은
가벼운 마음이다 -생떽쥐페리
신이현님의 <오후 4시 반에 비가 내리는 도시 프놈펜>
스님에게 시주를 하고 바닥에 코를 대고 납작 엎드리는 프놈펜 사람들..
그녀는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나도 누군가의 발 아래 맨발로 엎드리고 싶다.
생각만 해도 울컥해진다. 누군가의 발아래 엎드릴 수 있는 사람은 적어도 삶의 뚜렷한 지향점이 있을 것 같다.
나처럼 정처 없이 헤매는 인생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나도 신의 발치에 엎드려 평화를 얻을 수 있을까?
프놈펜은 별 실속 없는 여행지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하고 싶은 마지막 말을 이것이다.
"달달한 디저트를 즐길 줄 모르는 이는 인생의 단순한 행복을 모른다"
여행의 최대 기쁨은 변천하는
사물에 대한 경탄이다 -스탕달
신현림님의 <어린 딸과 무작정 일본 문화 탐방>
일상과는 다른, 전혀 다른 곳, 전혀 알 수 없는 사람들 속에서 우리는 걸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은밀한 호기심과 은밀한 설렘과 즐거움을 안고 걷는다.
아무 것도 저를 몰아내지 않았습니다.
제 스스로 뛰쳐나간 것입니다.
전 행복을 찾아 나선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또 다른 제 자신을 찾기 위해 나간 것입니다. - 앙드레 지드
정끝별님의 <세상에서 제일 낮은 어깨로 감싸 주던 서귀포의 돌담>
우리나라에서 제일 따뜻한 바람이 분다는 서귀포..
서귀포에서 살다간 화가 이중섭에 관한 이야기들
이중섭이 살던 초가집의 골방을 감싸고 둥그렇게 싸안고 있던 키 낮은 돌담 가를 다시 돌아본다
초가집의 처마는 서귀포 수평선에 봉긋 솟은 섶섬 자락을 닮아 있었는데
그 처진 처마를 한사코 에두르며 보듬고 있던 그 돌담.
길지 않았던 이중섭에게 서귀포는 길지 않은 그의 생애의 그와 같은 돌담이었을 것이다.
오롯한 사랑의 돌담.
내가 이처럼 경이로운 여행을 하는 것은
그 놀라움으로 나 자신을 기만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가 보게 된 것들을 통해 나 자신을 재발견하기 위함이다 -괴테
정미경님의 <사막을 견뎌 내는 삶, 아프리카>
여행자가 좋아하는 사막에 관한 이야기들..
그 끝에 그녀는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그 검은 황홀의 대륙에서 이제 돌아갈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한 건,
모래에 코를 박고 있던 그 짐승들 때문이었다. 어디 사막이 아닌 곳이 있을라고.
여기가 모래와 태양의 사막이라면, 그곳 역시 강철과 콘크리트와 소음의 사막이 아니겠는가.
모름지기 삶이란 그 자리에서 견뎌야 하는 것.
방랑자는 인간이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향락을 누리는 사람이다. 기쁨이란
한때뿐이라는 걸 머리로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직접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방랑자는 잃어
버린 것에 연연해하지 않으며
한때 좋았던 장소에 뿌리를 내리려 안달하지 않는다 -헤르만 헤세
함성호님의 <국경, 마치 거듭되는 전생의 만남처럼>
지금 지도를 보고 있는 저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리라
그 지도 위의 길에서 어떤 풍경들을 만나게 될지, 축복, 축복을.
풍경은 언제나 자신의 내부에 있다. 우리가 어디에서 무엇을 보든 그것이 자신의 내부에서 울리지 않으면
우리가 본 모든 것은 그저, 건물이고, 나무고, 강일 뿐이다.
여행이라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이 되어 버렸을 때
나는 비로소 여행자가 되어 있었다.
만일 여행의 새로움이 존재한다면 일상의 늘 보는 풍경 역시 신기이다.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모든 것을 새롭게 보는 눈을 가진 자는 진정 행복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여행도 영원하다. 나는..
존재하기 위해서 생존하기 위해서 떨쳐 버리기
위해서 여행한다. 스스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무의식의 저쪽까지를 탐헐할 필요가 있다 -폴 모랑
함정임님의 <봄여름겨울, 그리고 가을 통영에서 나스카까지>
그녀의 계절과 여행지에 관한 단상들..
그리고 이 책을 끝을 맺습니다.
익숙한 것과 결별하여 낯선 곳으로의 떠남..
그곳에서 세기를 넘어선 대문호의 삶과 죽음을 만나고..
그리고 문학을 만나게 되는..
이 책이 여행자에게 안겨 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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