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승이라 대 이름 새로 바꾸니 봄 맞은 경치는 더욱 좋으리
먼 숲 꽃망울은 터져오르는데 골짜기에는 봄눈이 희끗희끗
좋은 경치 좋은 사람 찾지를 못해 가슴속에 회포만 쌓이는구려
뒷날 한동이 술을 안고 가 큰 붓 잡아 구름 벼랑에 시를 쓰리라.
1543년 퇴계 이황선생은 안의 영송마을에 사는 장인을 뵈러 왔다가
수송대를 꼭 찾아가보고 싶어하면서 동천의 천석은 이름이 빼어난데
이름이 아름답지 못하다며 수승대라고 바꾸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모두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퇴계는 급한 왕명을 받아 서둘러 발길을 돌리게 되었고
아쉬움에 시를 한편 남기고 떠났다고 하지요.
유홍준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권의 거창,합천편에 소개된
수승대의 내력입니다.
이글을 읽으며, 거창을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답니다.
또한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거창으로 여행을 떠나기를 꿈꾸게 된 여행자입니다.
결국 나의문화유산답사기 한권을 손에 들고
거창여행을 떠나봅니다
유홍준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따라가기는 이렇게 해서 시작되었답니다^^
사진은 거창의 명소 수승대와 바위 앞의 요수정의 풍경입니다. (2011년 9월 3일)
나무숲이 에워싸고 있는 계곡길을 거슬러 오르면
거북처럼 생긴 거북바위(일명 암구대(岩龜臺)가 나타납니다.
월성계곡과 송계사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은
이곳 거북바위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아래로 힘차게 줄달음칩니다.
덕유산 자락을 끼고 있는 전형적인 산골,
거창은 이웃한 함양이나 산청에 비해 덜 알려진 곳입니다.
대부분의 땅이 산으로 둘러싸여 눈에 번쩍 뜨이는 볼거리들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유홍준님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권을 펴내며 한 말이 있지요.
전 국토가 박물관이다~ 라고..
그 말을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수승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계곡을 따라 오르면 걸으며, 쉬며를 반복합니다.
수승대 외에도 커다란 바위들이 눈길을 끌더군요.
이곳 계곡은 덕유산이 두 갈래로 뻗어내린
동남쪽의 영취산과 서남쪽의 금원산에서 흘러나온 계곡물이 합류하여
자뭇 큰 계류를 이루는 원학동계곡입니다.
계곡가의 울창한 송림숲을 향해 징검다리를 '통통'거리며 걸어보기도 합니다.
물이 맑은 계곡입니다.
계곡 위쪽으로 이날의 목적지인 수승대와 요수정이 보입니다.
계곡 가 바위 위에는 요수정이 자리하고
그 건너편에 수승대의 거북바위의 모습이 보입니다.
요수정 앞에는 멋진 소나무가 제 모습을 뽐내고 있기도 하구요.
나의문화유산답사기의 일부를 옮겨보자면~
오늘날 거창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말하라고 한다면
나는 서슴없이 계곡가의 장자들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거창에는 정말 많은 정자가 지어졌다....
거창 초입에는 거창 장씨의 건계정이라는 아름다운 정자를 만난 것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수승대의 요수정, 가북면 흠거리의 소원정, 북상면의 용암정, 갈계숲의 병암정, 고제면 원농산의 요원정, 남하면 살목의 심소정...
거창문화원에서 펴낸 <문답식 거창역사>에 의하면 목조건축으로 지어진 정자는
모두 68개나 된다.
그중에서 수승대의 요수정을 먼저 소개합니다.
요수정을 오르는 계단..
독특하지요?
높은 바위 위에 세워져
다른 정자와 달리 그리 높지 않아서 그런걸까요?
보통 다른 정자들의 나무계단과는 차별되는..
계단을 올라 정자에 오르니 시원스런 계곡 풍경이 한눈에 조망됩니다.
요수정은 요수 신권(1501-1573) 선생이 풍류를 즐기며 제자를 가르치던 곳으로
1542년 구연재와 남쪽 척수대 사이에 건립하였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고 그 뒤 다시 수해를 입어 1805년 후손들이 현 위치로 이건하였습니다.
정자의 마루는 우물마루 형식이고 사방에 계자난간을 둘렀습니다.
정자 내부에는 방을 놓는 등 지역적 특성이 잘 반영된
거창지역의 대표적 정자문화입니다.
자연암반을 그대로 초석으로 이용하고
네 곳의 추녀에는 정연한 부채살 형태의 서까래를 배치하여
세부장식에서 격조 높은 정자건물의 양식이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제 요수정 건너편, 수승대 거북바위로 가볼까요?
수승대 거북바위와 요수정이 나란히 마주하고 서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수승대는 신라와 백제가 대립하던 삼국시대, 백제에서 신라로 가는 사신들을 배웅했던 곳으로,
처음에는 백제인들이 돌아오지 못할 것을 근심했다고 해서 근심 수(愁), 보낼 송(送)자를 써서 수송대(愁送臺)라고 했다가,
1543년 조선 중종 때 퇴계 이황 선생이 이곳에 들렀다가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다며 수승대(搜勝臺)로 이름을 고치라는 시 한 수를 짓고
바위에 수승대라고 새기니 그 후로 이름이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전합니다.
수승대라 이름이 바뀐 사연은 맨 처음에 언급하였었지요?
퇴계 이황선생이 시를 남기고 떠나자
요수 신권선생은 이에 화답하는 시를 지어 감사했다고 하지요.
자연은 온갖 빛을 더해가는데 대의 이름 아름답게 지어주시니
좋은 날 맞아 술동이 앞에 두고 구름 같은 근심을 붓으로 묻읍시다
깊은 마음 귀한 가르침 보배로운데 서로 떨어져 그리움만 한스러우니
세속에 흔들리며 좇지 못하고 홀로 벼랑가 늙은 소나무에 기대봅니다.
옆으로 조금 돌아가니 바위의 모습이 거북이처럼 보이는군요.
이 바위는 수승대의 명물로
계곡 중간에 있는 모습이 거북처럼 보인다해서 거북바위라 이름붙여졌으며
마치 거대한 계곡에 정원석이 앉혀진 것처럼 보입니다.
거북바위는 사방에 빈틈없이 탐방객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수송대와 수승대 두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을 뿐 아니라
퇴계, 요수, 갈천(퇴계의 시에 화답하였다는 갈천 임훈, 거창의 명사였다고 합니다)의 시가
모두 새겨져 있습니다.
다른쪽에도 수승대라 적힌 문구가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탐방객들까지 다투어 이름을 새겼다고 합니다.
십장생인 거북에 이름을 새기면 장수한다는 속설도 한몫하였다고 하네요.
글씨도 제각각이고 크기도 제각각이어서 어지럽기 그지없습니다.
그 이름을 보면 신(愼)씨와 임(林)씨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거북바위를 둘러가며 바위를 담아봅니다.
거북바위 뒤쪽에도 글씨가 가득 새겨져 있습니다.
거북바위에 신씨와 임씨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이 명승지를 두고 벌인 두 집안의 갈등 때문이라고 하지요.
갈등이 얼마나 심했던지 사람이 죽는 일까지 생겼다고 합니다.
이건창의 <수승대기>에 적힌 글을 옮겨보자면,
... 신씨들이 대대로 이곳에 살았고, 과거에 급제하는 사람이 많아져 그 세력이 임씨를 능가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대는 우리집안 물건이다. 라고 시를 지어 뒷면에 새기고 자기 조상을 성대하게 추승해 대의 주인으로 삼았다.
또 대 아래에 자손과 종족의 이름을 묘비 .묘갈의 가계처럼 세세히 새겨넣었다.
그래서 왕래하다 이곳을 찾는 수령이나 사신이나 나그네는 모두 신씨가 있는 줄만 알고 임씨가 있는 줄은 몰랐다.
그래서 임씨가 크게 노해 '이곳은 우리 갈천선생이 노니시던 곳이다'라고 나섰다.
이에 임씨와 신씨가 서로 미워하고 현감, 감사, 조정에 소송을 제기하여 상호 승부를 겨루었는데
지금까지 100년이 되도록 판결을 못내고 있다.
그동안 소송하다 죽은 사람이 여러명이고 패가망신하거나 재산을 탕진한 자도 대략 그 정도가 된다.
그렇게 전후 사정을 소상히 밝히고 난 다음 이건창은 다음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지요.
-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 대는 시냇물 가운데 있는 하나의 바위일 뿐이니 밭이나 집이나 정원처럼 누구의 소유가 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그러니 어찌 소송이 있겠는가?
나는 이곳의 아름다운 경관을 기뻐하지만 두 집안의 비루함은 민망히 여긴다.
아울러 이 사실을 써서 기록으로 남긴다- 라고..
누가봐도 시원스런 판결입니다.
바위 위에 자란 멋진 소나무들 감탄하고, 감상하고..
바위 아래 앉아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이계곡의 아름다움을 즐기면 그만인 것을 말입니다^^
유홍준님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를 따라가니
여행지의 즐거움이 더해집니다.
이야기가 있는 여행이 되는군요^^
답사기 따라가기는
원학동 계곡의 구연정사와 동계고택, 황산마을 돌담길, 황산마을 신씨고가, 건계정으로 이어집니다.
거창 수승대 요수정 찾아가는 길
대전·통영간 고속도로→지곡IC→24번 국도→안의면→3번 국도→마리면→37번 국도→위천면-수승대 요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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