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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여행(Egypt)

달은 환히 빛나고 별은 빛을 잃는 밤-사막의 밤-이집트17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자연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자체로 진(眞)이며, 진이기 때문에 깊고 아름답다.

사막에서 진정한 자아와 만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막은 거울과 같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과 만난 자는 내면의 평화를 이룬다.

그리고 그 내면의 평화는 침묵 속에 존재한다.

삶의 소란들 속에서 물러나 어떠한 자기 내면의 울림과,

곧바로 상승하는 정신과 하나로 일치될 수 있기 때문에 사막은 아름다운 것이다.

 

                                          - 사막별 여행자 중에서-

 

 

새벽녘 사막의 맨얼굴과 마주하고 홀로 섰습니다.

달은 너무나 환히 빛나고...

그 빛으로 인해 별은 빛을 잃는 밤...  (2011년 1월 20일)

 

 

 

 

사막에 해가 지고 나자, 사막의 밤이 찾아옵니다.

하늘에는 별이 하나둘 뜨고..

 

 

 

 

오, 이런~

달이 점점 위로 떠오르자, 사막의 밤은 환히 빛납니다.

유난히 큰 달이 하늘 높이 걸리고

어둠 속에 숨겨져 있던 석회암 조각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마치 대낮처럼 말입니다.

 

사막에서의 쏟아지는 별을 하늘삼아 잠들기를 꿈꾸었던 여행자에게

사막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달이 빛을 잃어가는 새벽녘에 다시 일어나 별을 담아보기로 합니다.

 

 

 

 

이른 새벽..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에 잠이 깨었습니다.

 

텐트 밖으로 나오니,

더 높게 올라간 달빛에 사방은 여전히 환하고.. 너무나 고요합니다.

 

오직 하늘과 땅과 모래와 바위...

 

 

 

 

어떤 길도 그려지지 않은 이곳으로 떠나와

여행자는 비로소 혼자가 됩니다.

 

이 달빛 아래 하염없이 서성이게 됩니다.

 

 

 

 

하늘의 구름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하며

여행자를 설레이게 하고...

 

 

 

 

과거와 미래는 마치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 듯..

그저 지금 여기에 사막이 있고..

그곳에 내가 있는 것..

그뿐...

 

 

 

 

이 비현실적으로까지 보이는 사막의 밤에

여행자는 잠들 수가 없습니다.

잠들기조차 아까운 사막의 밤...

 

 

 

 

늘 길 위에서 길을 묻는 제게

그 길의 끝에 사막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밤입니다.

 

 

 

 

사막의 시간은 새벽을 향해 줄달음치고..

달은 서쪽 하늘을 향해 한발한발 자리를 옮깁니다.

 

달이 서편으로 조금 더 옮겨가자,

동쪽 하늘에서는 별이 모습을 조금 더 드러냅니다.

 

달빛에 가려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사막의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던 것이지요.

 

 

 

 

모래 위에 발자국을 남기고 서성이는 여행자..

잠들기 아까워 이 사막의 밤을 끝없이 배회하고 서성입니다.

잠들 수 없는 밤...

 

 

 

 

밤이 되거든 별들을 쳐다봐봐

내 별은 너무 작아서 어디 있는지 가리켜 보일 수가 없어

하지만 오히려 잘됐어

아저씨에게 내 별은 많은 별들 중 어느 하나일 테니까

그럼 아저씨는 어느 별을 바라보든 하나같이 다 즐거울 거야

그 별들은 모두 다 아저씨에겐 친구일 거야.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가 한 말이지요.

 

이곳에 다시 설 때는 그의 <어린왕자>를 가지고 와야겠습니다.

 

 

 

 

어느순간 눈을 반짝이며 사막여우가 제 주변을 배회합니다.

작은 얼굴에 얼굴만한 귀를 쫑긋 세우고 여행자의 주변을 배회합니다.

 

" 넌 나에게 아직은 수없이 많은 다른 어린아이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한 아이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나는 널 별로 필요로 하지 않아

너 역시 날 필요로 하지 않고,

나도 너에게는 수없이 많은 다른 여우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한 마리 여우에 지나지 않지.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되는 거야

너는 내게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거야

난 네게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고.. "

사막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이렇게 말했었지요.

 

서로 길들이는 존재..

그곳 사막에서 만난 사막 여우는 이미 사람들에게 길들여지기 시작한 것 일까요?

 

그 새벽, 사막 여우는 여행자가 가까이 다가가면, 저만큼 움직이고..

다시 조심스레 다가가면, 꼭 여행자가 움직이는 거리만큼 뒤로 물러납니다.

달빛에 눈만 반짝이던 그 녀석을 제 카메라에 담을 수가 없었답니다.

 

그래서 위에 사진은 다른 곳에서 모셔온 사진입니다.

 

 

 

 

 

 

 

 

 

 

새벽별이 보고 듣는 밤..

별들은 반짝이며 여행자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고..

 

동쪽 하늘 위로 커다란 별 하나 솟아 오릅니다.

새벽녘 샛별인가요?

 

 

 

 

 

 

 

 

 

 

 

한낮에 30도 가까이 오르던 기온은

사막의 새벽녁에는 영하에 가까운 듯 합니다.

 

달은 차갑게 빛나고..

긴 잠속에 빠져 있는 이들의 꿈은 어디쯤 헤메이고 있을까요?

 

 

 

 

 

 

 

 

 

 

한동안 여행자의 주변을 배회하던 사막여우가 사라지고 나더니..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다시 나타납니다.

 

눈을 반짝이며 여행자를 바라보는 사막여우에게 말합니다.

" 너는 외롭지 않겠다..

 도시에서 길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길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사막으로 몰려드니 말이다" 하고 말입니다.

 

 

 

 

사막여우가 제게 말하더군요.

 

자신에게는 친구가 많아 외롭지 않다고 말입니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도, 달도..

이 달빛에 빛나는 저 바위들도, 끝없을 듯 펼쳐진 모래도

다 자신의 친구라고...

 

 

 

 

이건 해가 비추는 대낮이라고 한다면..

믿으시겠지요? ㅎ

 

마치 대낮처럼 달빛이 환히 빛나니..

달 주변에 별이 담기지 않았다면, 낮이라고 해 볼까요?

 

은쟁반 같은 달이 떠오른 사막을 바라보는 일은

특별한 경험임이 틀림없습니다.

 

 

 

 

달빛 환한 사막의 밤은 끝없이 매력적임이 틀림없습니다.

 

 

 

 

 

 

 

 

 

 

별빛이 흐리다고..

별궤적을 담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지금입니다.

 

 

 

 

눈으로, 마음으로 보는 사막...

 

 

 

 

사막이 아름다운 건...

 

고독조차 사치스럽게 만드는 단순함 때문이라고..

누군가는 말했다지요.

 

 

 

 

어느 순간 동편의 하늘에 붉은 빛이 번지기 시작합니다.

사막 아래 숨겨져 있던 뜨거운 태양이 차가운 밤을 밀어내려고 합니다.

 

낮과 밤이 교차하는 시각..

여명이 찾아오는 사막의 아름다움은 여행자의 숨을 멈추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반대편 하늘에는 여전히 달이 푸르게 빛나고 있습니다.

 

어린왕자의 말을 다시 인용하며 이 글을 끝마칩니다.

 

" 비밀을 가르쳐줄게. 아주 간단한 거야.

오직 마음으로 봐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어린왕자의 사막여우를 만나고,

달과 별을 지붕삼아 하루를 지낸 여행자는

이곳 사막에 샘을 하나 만들어 놓고 왔습니다.

다시 저곳에 설 수 있기를 바라는 소망의 샘...

그 소망이 언젠가는 이루어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