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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안개 낀 이른아침에 꼭 가보아야 하는 곳- 제주 비자나무 숲

 

 

 

이른 아침, 숲길을 걷는 일은 참 좋습니다.

그 푸르른 싱그러움을 보는 일만으로도 참 좋습니다.

그 중에서도 안개 낀 이른 아침에 이 숲길을 걷는다면, 더욱 좋은 곳이 있어 소개하려 합니다.

바로 제주시 구좌읍의 비자나무 숲입니다. (2010년 10월 18일)

 

안개 낀 숲 사이로 해가 비춰서 환상의 빛내림을 연출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른 아침, 길을 나섰는데, 사방에 안개가 가득합니다.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 비자림으로 향합니다.

매표소를 지나 들어서니, 푸르름들 사이를 곳곳에 안개가 채우고 있습니다.

 

 

 

 

길가의 풀숲에는 안개가 맺혀 이슬방울들을 만들어내고 있었구요.

 

 

 

 

이 비자림은 면적이 448.165㎡에 달하며, 나무의 키는 7-14m, 가슴높이 지름 50-140m, 가지 폭은 10-15m 에 이르며,

나이는 300-800년생인 비자나무 2,870여 그루가 밀집하여 자생하고 있는 곳입니다.

이곳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비자나무 숲입니다.

그래서 천연기념물 374호로 지정된 곳이라고 하는군요.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질 못해서...

 

 

 

 

이슬방울 방울방울 맺힌 풀숲에서 서성거려 보며..

 

 

 

 

가까이 담아보니, 보석처럼 매달려 있는 물방울들

 

 

 

 

근처의 거미도 물방울 맺힌 거미줄에 매달려 꼼짝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숲으로 접어듭니다.

비자림의 산책로는 원형으로 되어 있어 어느 방향으로 가나 한바퀴를 돌아 올 수 있습니다.

오른편으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가 보기로 합니다.

 

 

 

 

숲으로 들어서자마자 계속되는 탄성~

계속해서 누르게 되는 카메라 셔터소리...

 

숲 사이로 안개가 자리하고, 그 안개를 뚫고 쏟아지는 햇살이 만나 이루어내는 빛내림^^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사실 이 사진들 속에 그 느낌들을 다 담아내질 못했습니다.

그 황홀한 순간들이 이리 밋밋해져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요.

 

 

 

 

그래도 비밀의 화원에 한발 내딛은 듯한 느낌을 여기에 살짝 옮겨 봅니다.

 

 

 

 

 

 

 

 

 

 

 

 

 

 

 

 

 

 

 

 

 

 

 

 

 

 

빛의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숲...

 

 

 

 

 

 

 

 

 

 

 

 

 

 

 

 

 

 

산책로에는 화산암이 잘게 부서진 송이가 깔려 있어 걸을 때마다 사각사각 소리가 납니다.

(송이는 화산활동시 쇄설물로 굵은 콩방울처럼 생긴 알칼리성 천연 세라믹이며, 유해한 곰팡이 증식을 없애고, 악취를 제거해 저어 난 재배에 많이 쓰인다고 합니다.)

누군가 내 뒤를 따라오나 싶어 돌아보면, 내 발자국 소리입니다.

 

 

 

 

옛날에는 비자나무의 열매인 비자가 구충제로 많이 쓰였다고 합니다.

나무의 재질이 좋아 고급가구나 바둑판을 만드는데 쓰였기 때문에 귀중한 경제림으로 평가되기도 하였으나,

오늘날은 휴양림으로서 가치가 더 높다고 하네요.

 

 

 

 

이 숲은 제 6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천년의 숲"으로 선정된 숲이기도 하다고..

마치 원시림 속에 들어와 있는 착각이 순간 들기도 하고..

 

 

 

 

 

 

 

 

 

 

 

저 빛내리는 벤치 아래 잠시 머물다 가도 좋을 일..

 

 

 

 

바라보는 곳곳이 아름다운...

 

 

 

 

 

 

 

 

 

 

 

 

 

 

 

 

 

 

 

 

이른 아침 아무도 없던 비자나무 숲 속에 아침 산책을 나오신 분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한가한 산책로와 곳곳의 쉼터는 비자림의 숨은 매력을 알려주기에 충분합니다.

 

 

 

 

 

 

 

 

 

 

 

 

빛과 숲이 만나 이루어내는 향연은 계속되고..

 

 

 

 

나무의 긴 그림자 아래에서 서성대기도 하고...

 

 

 

 

 

 

 

 

 

 

 

 

 

 

 

 

 

 

 

 

 

 

 

 

 

 

 

 

 

 

 

 

 

 

 

 

 

 

 

 

 

 

울창한 숲 아래는 푸르른 이끼가 가득하고..

그 이끼 위에는 이런 이쁜 버섯도 자라고 있습니다.

 

 

 

 

1.2km의 산책로는 천천히 걸어도 30-40분이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아침 햇살과 안개가 좋은 날에는 훨씬 더 걸린다고 봐야겠지요?

 

 

 

 

붉은 송이가 깔린 길을 사각사각 걷습니다.

 

 

 

 

비자나무 숲에서 연리목을 만났습니다.

두 비자나무가 한몸처럼 서 있는..

 

연리가 되는 과정은 마치 부부가 만나 한몸이 되는 과정을 닮아 있다고 하지요.

이웃한 두 나무는 차츰 굵어져 서로 맞닿게 되면, 해마다 새로운 나이테를 만들며 서로를 심하게 압박합니다.

우선 맞닿은 껍질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여 파괴되고 맨살끼리 맞부딪치게 됩니다.

먼저 굵기 자람을 담당하는 '부름켜' 가 서로 가진 물질을 서로 주고 받고, 이어서 양분을 공급하는 방사조직을 서로 섞어 버립니다.

마지막으로 나머지 세포들은 맞닿은 선을 따라 차근차근 서로의 세포벽을 잇는 공사를 진행해 나가지요.

이렇게 생물학적 결합이 끝나 공동으로 살아갈 한 몸으로 완성되면서 연리의 대장정은 막을 내립니다.

이런 나무를 잘라보면 마치 쌍가마처럼 한꺼번에 두개의 나이테 두름이 들어 있다고 하지요.

사랑나무라 불리우며, 남녀 간의 변치 않는 사랑을 나타내기도 한다는 연리목...

 

이 비자나무 숲에 가시거든, 잊지말고 이 연리목에 영원한 사랑을 빌어보시기를....

 

 

 

 

연리목을 지나니 숲길은 이렇게 이어져 있습니다.

나무 데크를 밟고 산책하듯이 걷습니다.

 

 

 

 

그 산책로의 끝에 새천년 비자나무라 이름 붙은 나무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숲의 신목이라는...

 

 

 

 

이 비자나무는 서기 2000년 1월 1일, 새로 맞이한 즈문해(밀레니엄)을 기념하여

'새 천년 비자나무'로 지정한 나무라고 합니다.

고려 명종 20년(1189)에 태어났으니, 나이는 800살이 넘었으며, 키는 14m, 굵기는 거의 네 아름에 이르는 나무입니다.

1만여 그루에 이르는 비자나무 중에는 가장 굵고 웅장하며 기나긴 세월동안 이곳 비자나무 숲을 무사히 지켜온 터줏대감입니다.

 

 

 

 

비자나무 숲을 지나니 다시 송이가 깔린 길입니다.

 

 

 

 

비자나무 우물

 

옛날 비자나무 숲 지킴이 산감이 이곳에 살면서 먹는 물로 이용하던 우물터입니다.

물이 귀한 제주도이지만 이곳만은 수많은 비자나무들의 뿌리가 물을 머금고 있다가 조금씩 흘려보낸 탓에 항상 맑은 물이 고여 있던 곳이랍니다.

땅 밑에는 비자나무 잔뿌리가 정수기 필터처럼 물을 걸러 주었던 덕분이겠지요.

비자나무 정기를 물속에 그대로 녹여 낸 약수를 한 모금 마시고,

숲을 한 바퀴씩 돌았을 옛 산감들을 떠올려보며..

비자나무 숲 가득한 피톤치드를 힘껏 호흡해 봅니다.

 

 

 

 

안개가 스러져 가는 비자나무 숲길도 괜찮습니다.

돌담을 따라 난 길을 걸으며..

가슴을 펴고 심호흡을 해봅니다.

 

 

 

 

 

 

 

 

 

 

 

오랜세월, 이 숲을 지켜온 나무들..

그 사이를 걷는 일이 제게 힘을 주는군요.

1.2km의 산책로가 아쉽다면, 비자림 근처의 돋오름이나 다랑쉬 오름을 올라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오랜 시간을 들여 비자림을 둘러보고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느리게 보고, 충분히 보고, 오래도록 느껴야하는 곳..

비자나무 숲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