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12일, 몇 곳 둘러본 누각들도 앞으로는 강이 흐르고, 야트막한 산 위에 자리하고.. 경치 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지요.
하지만, 식영정을 오르면, 탄성이 절로 납니다.
앞으로는 광주호의 반짝이는 물빛들을 볼 수 있으며, 소나무 숲에 둘러싸여 솔 숲의 바람소리까지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식영정 입구의 송강 정철 가사의 터라는 비석..
가사문학을 탄생시킨 정자들의 특징은 조금만 오르면 됩니다~
잘생긴 소나무 한그루~ 정자를 호위하 듯 서 있습니다.
유홍준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담양의 정자와 원림 편을 다시 찾아 읽어보니 이런 구절들이 있어 여기 소개를 해봅니다.
<식영정, 이 정자의 이름을 나는 한동안 '그림자도 쉬어간다'는 뜻으로 세기고 이 정자의 이름을 서정적이라 생각을 해왔다.
그러나 옛 식영정 주인이 쓴 기(記)를 보니 그런 것이 아니라 자뭇 그 뜻이 심오한 것이었다.
정확히 번역하여 "그림자가 쉬고 있는 정자" 이다.
식영정은 서하당 김성원이 그의 장인어른인 석천 임억령에게 여기에 쉬도록 지어올린 집인데, 정자의 이름을 지으면서 장인. 사위 사이에 그림자 이야기가 오갔던 모양이다.
그 내용이 (식영정기)에는 이렇게 실려 있다.
정자에서 말하기를 옛날에 자기 그림자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이 그림자에서 벗어나려고 죽을 힘을 다하여 달아났다.
그런데 그림자는 이 사람이 빨리 뛰면 빨리 쫓아오고 천천히 뛰면 천천히 쫓아오며 끝끝내 뒤에 붙어 다녔다.
그러다 다급한 김에 나무 그늘 아래로 달아났더니 그림자가 문득 사라져 나타나지 않더라는 이야기가 있다.
(내말을 듣고 나서) 김성원은 말하기를, 사람과 그림자의 관계는 그렇다고 칩시다.
그러나 선생(임억령)이 ... 스르로 자기 빛을 숨기고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은
자연의 순리와 관계없는 일이 아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나는 말하기를... 내가 이 외진 두메로 들어온 것은 한갓 그림자를 없애려고만 한 것이 아니고
시원하게 바람 타고 자연조화와 함께 어울리며 끝없는 거친 들에서 노니는 것이니...
그림자도 쉬고 있다는 뜻으로 식영이라 이름짓는 것이 어떠하냐.
이에 김성원도 좋다고 응하였다.
때는 1560년, 명종 15년으로 임억령 나이 65세 때의 일이었다.>
식영정에서 바라보는 광주호가 바다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송강 정철의 4대 가사 중 하나인 성산별곡이 이곳에서 탄생하였다지요.
정자는 정면 2칸, 측면 2칸의 단층 팔작집으로 온돌방과 대청이 절반씩 차지하고 있습니다.
휘어진 나무를 그대로 사용한 천정의 대들보가 인상적입니다.
유홍준님이 식영정의 날벼락이라고 표현했던 성산별곡 시비..
가사문학의 발자취를 따라 둘러보는 누정들..
비슷한 듯 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듯도 하고..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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