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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눈 덮힌 산사의 고요-백양사

 

 2008년 11월 19일, 밤사이에 정읍에 20cm가 넘는 눈이 내렸다고 하네요. 아침부터 마음이 들썩거리더니, 기어이 오후쯤 길을 나서게 됩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는 길.. 아산 쯤에 들어서니, 눈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절로 탄성이 나오고.. 무창포쯤 가니 길가의 나무들에 눈꽃이 만발한 상태입니다. 고민이 시작되네요. 이쯤에서 고속도로를 빠져나갈까, 말까.. 정읍까지 가보기로 합니다. 정읍에서 조금 더 내려가, 이번 가을에 가고 싶었던 백양사로 향합니다.

 

백양사 일주문에서 절집까지 들어가는 길에는 간간이 눈발이 날리고..

 백양사하면 떠오르는 쌍계루.. 물 속에 비친 쌍계루의 모습

 백암산의 봉우리와 쌍계루가 어우러져서 만들어내는 풍경.

 백양사 일주문을 지나 절집으로 가는 길. 길가의 나무들이 흰눈을 이고 서 있습니다.

2년 전 가을, 단풍 나무 숲길을 걸었던 곳인데, 계절이 다르니, 다른 풍경입니다.

 쌍계루 

부도전 앞에 있는 누각으로 조선 팔도 비경중의 하나였다고 합니다.

노산 이은상 선생이 아름다운 경치에 반해 시를 읊었던 곳이라고 하네요.

                                                                                       시를 청하는 백암승 대하고 보니

                                                                                       붓 잡고 생각에 잠겨도 능히 읊지 못해 부끄럽구나

                                                                                       청수스님이 누각을 세우니 이름 중후하고

                                                                                       목은 선생이 기문을 지으니 그 가치가 도리어 더하고

                                                                                       푸른 안개는 이른거려 저문 산에 물들었고

                                                                                       밝은 빛은 배회하며 가을 물이 청정하네

                                                                                       오랫동안 인간 세상에 뜨겁게 번뇌해 왔으니

                                                                                       어느 날 옷 떨치고 그대와 함께 올라보리

 

포은 정몽주가 백양사를 방문하여 지은 작품이라고 합니다.

고려 말기 나라가 어지러운 시기에 "어느 때야 편안한 마음으로 그대(임금임)을 모시고 쌍계루에 오를 수 있을까?" 하며 나라를 걱정하며 지은 시라고 합니다.

 

 

 물 속에 비친 쌍계루는 아직 가을을 안고 있네요. 푸르른 하늘과 노오란 낙엽들...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고 있네요. 낙엽과 눈...

 쌍계루 아래 돌다리에 서서 쌍계루를 찍다가 돌아본 곳에도 눈이 가득합니다.

 

 하얗게 쌓인 눈 위에 단풍잎들...

붉은 빛과 흰빛의 조화...

위에 보이는 곳이 백양사 절집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 달았을 연등이 아직도 걸려 있네요.  

 

 쌍계루의 뒷면인지 정면인지 모르겠네요. 물가에 비친 쌍계루를 찍고 나서 절집으로 향하는 길.. 쌍계루의 다른 모습입니다.

 가을에 진 낙엽 위로 눈이 쌓여 있습니다.

 붉은 단풍 나무에도 눈이 쌓이고...

 절집은 흰 눈 속에 서 있습니다.

 절 집의 처마에는 고드름이 매달려 있습니다.

누군가가 염원을 담아 썼던 기와장이 그대로 지붕위에 올려져 있다는 사실 또한 신기합니다.

 

 대웅전 뒤의 진신사리탑을 보러 가는 길..

눈이 쌓이고 난 후에 단풍잎이 바람에 날렸나봅니다.

 가을의 끝에 잎을 놓아 버리고, 대신 그 자리에 눈꽃이 함박 피어 있습니다.

 

푸르른 계절 다 보내고,

붉은 계절도 지나가고..

이제 흰 눈의 계절이 되었습니다.

어느 시인이 그랬던가요.

봄에 피는 꽃들은 겨울 눈꽃의 답장..

겨울은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