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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기권

소박한 아름다움-최순우 선생 옛집

 

 간송 미술관에서 나와 근처에 있다는 최순우 선생 옛집을 찾아갑니다. 몇 년 전에 읽었던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를 집필하신 분이지요

- 세계 어느 민족의 사기그릇치고 이렇게 스스롭지 않은 애정을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그릇이 어디에 있을까. 조선 자기의 아름다움은 어디까지나 건강하고 또 착실한 아름다움이다. 민중이 실용하는 그릇이요, 기교나 허식을 멀리 벗어난 숫배기의 아름다움이다. 젊을 때는 애틋한 애인같이 그리고 나이들어서는 잘생긴 며느리처럼 순박한 아름다움에 바치는 마음의 즐거움, 이것은 오히려 병적이라기보다는 낭만에 가까운 것이라고 할까-  본문 중에서

우리나라의 소박한 사기그릇에도 진한 애정이 묻어나는 글이지요.

 골목을 들어서면 최순우 옛집이라고 적힌 작은 간판하나가 우리를 반겨줍니다.

 대문 안의 풍경을 살짝 들여다보니, 검은 고무신 두어컬레, 처마끝에 매달린 종, 누군가 부산스럽게 나와 나를 맞이해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시민문화유산 1호라고 적혀 있습니다.

시민문화유산 2호는 나주 도래마을 옛집, 3호는 권진규 아틀리에라고 합니다.

 대청 마루위에 매죽수산재라고 적혀있습니다. 추사체의 글씨가 매화향기, 대나무의 푸르름들을 불러올 듯 합니다.

 이 집의 대부분은 서고였다고 합니다. 용자살창문 너머로 정원이 보입니다. 단촐하고 수수한 방입니다.

 뒤뜰로 들어서니 아담한 정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산수유, 모과, 단풍나무, 오동나무, 대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흰 백자 항아리가 대나무와 어우러져 있습니다. 선생께서는 이 달항아리가 한복을 상징한다 생각하셨다네요. 창을 열고 환하게 빛나는 달항아리를 보며 흰옷 입은 순박한 사람들을 떠올리신게지요.

 

 매심사란 현판, 매화의 마음?

 그 옆을 보니 또 다른 현판

두문즉시심산- 즉 방문을 걸어잠그면 여기가 심산이다.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라는 이야기이겠지요.

 뒤곁에서는 장이 익어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커다란 항아리에는 국화가 활짝 피어 있습니다.

 툇마루, 문살, 유리창에 비치는 후원

그리 크지는 않지만 살포시 안아주는 포근함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집 뒤의 마루에 앉아 달항아리를 바라보며 마시는 따스한 차 한 잔.

작지만 소박한 아름다움.

시민들의 손으로 지켜가는 유산입니다.

향기나는 꽃과 같이, 오래도록 향기로움이 지속되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