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철대문,
삐그덕거리는 바닥,
얼키고 설킨 천정의 구조물..
드러난 대들보에는 담쟁이 덩쿨들이 매달려 있고,
함석 지붕 사이로 햇빛이 스며드는 곳...
이곳은 110년 된 익산 춘포 도정공장(정미소)입니다.
*사진 속의 기도하는 아이는 Ai로 만들어 본 것입니다.
버려졌던 폐 정미소에서
미술가 조덕현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버려진 정미소, 예술과 만나다
익산 춘포 도정공장입니다.(2025년 2월 22일)
*사진은 조덕현 춘포 도정공장 프로젝트의 전시물입니다.
자세한 설명은 아래에서 하겠습니다.
춘포 도정공장 외관
함석 지붕 아래는 고드름이 매달려 있던 추운 오후...
춘포 도정공장은 일제 강점기에 춘포 일대를 소유했던
일본인 대지주 호소카와 모리다치(1883-1970)가 1914년에 건립한 곳입니다.
인근 지역에서 거둬들인 벼를 도정한 뒤 일본으로 보내기 위해 세워진 이곳은
후에 정부, 민간 소유 도정공장으로 운영되다 1998년부터 방치돼 있었던 곳이라고 합니다.
6년 전 이곳을 서문근 대표가 사들였고,
사라져가는 마을과 유산들을 작품에 담기 위해
여러 지방을 탐사 중이던 조덕현 작가가
우연히 이곳을 만나 독특한 공간에 매혹된 후
3년째 미술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조덕현 작가의 전시 ‘110 and: 지평'
곳곳에 단가를 적어 놓기도 하였구요
매력적인 붉은 양철대문
저 대문을 들어서면 다양한 전시물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7개의 공간과 야외 공간과 별관으로 이어지는 전시..
전시에 대한 공부가 좀 필요해 보입니다.
작가의 말을 일부 옮겨 보자면
30년 전 만난 다구치씨
일본을 떠난지 오래 되었다던
그의 나이 그때 예순 하나였나 둘이었나
그가 들려준 가슴 아픈 이야기가 되살아나네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때
어린 다구치의 자랑스런 누나 꽃처럼 눈부시던
그 누나는 사람하는 사람과 이어지지 못한 슬픔에 겨워 그만
세상을 떠났다 했네
그때 세상을 떠난 다구치씨의 누나와
그 누나가 세상을 떠나고 시계바늘을 뜯고
시간을 멈추게 했다는 괘종시계가 있던 방
그리고 뒤뜰의 관음보살상
익산은 한때 백제의 수도였거나 제2수도였다는 설이 있을 만큼
백제 문화가 꽃핀 곳...
그래서 작가는 공장 뒷뜰을
마치 백제 보살상의 발굴현장처럼 꾸몄다고 합니다
오래 된 역사의 발굴현장 느낌을 살리기 위해
반쯤 묻혀 있기도 하고,
파이프들을 해 놓은 듯 합니다
높은 천정과 어지러운 목재들
이곳의 매력이겠지요?
이곳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공간입니다.
그 앞에는 이곳 주민이었던 이춘기씨가
30년 간 써온 일기장 사본을 붙여 만든 설치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깨진 지붕
그 사이로 스며드는 빛
벽면을 채운 담쟁이 덩쿨
빛과 자연이 조화된 곳입니다
인터넷에 올린 사진 몇 장을 보고
사진 찍기 좋겠다 싶어 찾아 나선 곳...
이 앞에 오래 서성여 봅니다
또 다른 전시 공간
다시 담쟁이 덩쿨 앞
전시물을 보고 나올 때마다 빛이 달라지는 것 같아
다시 한 장
단가 시인 손호영의 딸 이승신 시인
사진 같은 연필 그림에 흰 천을 이어놓았습니다.
자세한 안내가 없는 전시물들
바람과 물을 형상화 한 것 아닐까
혼자 생각을 해봅니다
처음 보았을 때 뭐지?
혼잣말하게 되는 곳
4개의 하얀 백제 관음보살상이
천정으로부터 거꾸로 매달려 있는 작품..
기사를 찾아보니 이리 적혀 있습니다
가장 시각적으로 강렬한 것은
공장의 어두운 공간에 4개의 하얀 백제 관음보살상이
천정으로부터 거꾸로 매달려 있는 작품이다.
언뜻 불경스러운 작품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보살상 아래에 펼쳐진 수조를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이 수조는 보살상을 선명하게 반영하는데
그 반영에서 보살상들은 바로 서 있을 뿐 아니라
마치 광대무변의 검은 우주 공간을 유영하며 무한한 자비를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
서로 머리를 맞댄 상하 대칭의 보살상과 그 반영은
지구의 두 대척점을 상징하기도 한다.
작품의 해석은 모두 관람자의 몫입니다.
또 다른 전시실
영화배우 안성기씨의 모습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빛과 그림자
만화경 속의 세상..
110 and 지평
조덕현 개인전에 대한 소개 글
이곳의 주인장께서 건물 뒤쪽을 안내를 해주시네요
뒤쪽의 색이 이쁩니다
흰눈과 대비가 되어 그 색감이 더 아름답게 다가오네요
도정공장 바깥의 색을 보려
한바퀴 돌아봅니다
기사를 찾아보고 갔다면
조덕현 개인전을 더 쉽게 만났을까요?
참고로 이곳 입장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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