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산중에 사느냐기에
말 없는 미소로 대답하니
마음이 한가롭다
산도화 떨어져
물길 따라 묘하게 흘러가는
여기는 별천지
-이백의 산중문답-
이백의 산중문답 싯구가 딱 맞아 떨어지는 곳이 있습니다.
지리산 쌍계사를 지나 화개 끝자락까지 가면 만나는 의신마을
그 마을 끝 산턱에 자리잡은 오두막, 연암..
그 세 평짜리 작은 암자가 바로 그곳입니다.
" 내 집은 세 평이지만, 저 앞산이 다 내것이니 진짜 부자 아닙니까"
라고 말씀하시는 도현스님이 살고 계시는 곳입니다.
도현스님은 세 평짜리 오두막 수행자가 보내는 산중편지,
'조용한 행복'의 저자이시기도 합니다.
밖으로부터 얻은 행복은 그 조건이 사라지면 끝이지만,
내 안에서 스스로 만드는 행복은 영원히 나의 것이 된다.
욕망이 사라진 뒤에야 우리는 비로소 고요의 세계를 보기 시작한다
-도현 스님의 조용한 행복 중에서
사진은 지리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세 평짜리 암자
연암의 모습입니다.
열다섯 나이에 덕명 스님을 은사로 범어사에서 출가하시고,
쌍계사 금당선원 선덕을 지낸 것 외에
승려생활 45년 동안 선방과 산속을 오가며 수행하신 도현스님...
5년 동안 태국에서 위빠사나 수행법도 공부했다고 하시지요.
오로지 승려생활 내내 수행에만 정진하셨다고 하니 대단해 보이십니다.
환한 미소가 아름다우신 스님이십니다^^
*위빠사나 수행은 우리가 몸과 마음으로 연출하는 세상살이에서 연기를 지켜보는 공부다.
지금 이 순간부터 나는 내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그대로 알아차리는 수행을 시작해서
마지막 호흡을 끝내는 순간까지 지속할 것이다.
이렇게 세 번 다짐하고, 제일 먼저 호흡을 들이쉴 때 '들숨' 내쉴 때 '날숨' 이라고
자연스럽게 알아차리는 것으로부터 위빠사나 수행을 시작한다.
참고로 위빠사나란 말은 팔리어로 저만치 떨어져서 본다는 것이다.
즉 알아차림,
늘 알아차리는, 항상 깨어 있는 밝은 깨달음의 상태로 존재하는 나를 말한다.
-도현스님의 조용한 행복 중에서
지리산 연암을 찾아가는 길..
의신마을을 가는 길은 계곡이 길게 이어지고
그 계곡 중간에 자리한 바위 위에 소나무 한그루,
도현스님의 책 조용한 행복 표지에 나온 그 소나무입니다.
다음에는 여행자도 계곡 속으로 들어가 제대로 사진 한장 찍어보아야겠습니다.
계곡에서 오른편으로 길이 있는 듯, 없는 듯..
작은 산길을 오릅니다.
조금 오르니, 입구에 우체통이 자리하고 있네요. ㅎㅎ
그리고 조금 더 오르니 바위 위에 자리한 작은 집 한채
이곳은 도현 스님을 뵙기 전에 뵈었던 대은스님
(대은스님은 하동 차문화 전시관 2층에 차로 만든 그릇을 만들어 놓으신 스님이시지요-다음에 따로 소개를 하겠습니다)
그 스님께서 전에 사시던 곳이라고 하시네요.
지금 스님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시고
목사님이 들어와 살고 계시다고 합니다.
전날 온 비로 작은 웅덩이가 생겼네요
그 작은 웅덩이 속에 하늘이, 나무가 담겨 있는 세상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눈을 들어보면 이런 풍경이 펼쳐집니다.
지리산 자락이 바로 눈 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그리고 저 바위자락을 돌면 만나게 되는 곳, 연암입니다.
세 평 토굴에서 18년간 수행 정진하셨다는 도현스님의 거처이지요.
작은 연못이 눈에 들어오고..
이 연못에 작은 종이 배 하나 띄우면 그대로 강이고 바다가 된다고 하신 곳입니다.
처음에는 토굴에서 수행 생활을 하시다가
얼마전에 불이 나서 새로 지었다는 연암입니다.
연암의 작은 마당 한켠..
스님이 해다놓으신 장작 더미들,
새가 와서 놀고 간다는 탁자,
지나가는 나그네들 쉬고 갈 수 있는 작은 의자들..
연암 앞에 펼쳐진 산과 계곡은 한 찰나도 쉬지않고 변하는 다양한 풍경을 보여줍니다.
어디를 가서 어떻게 살더라도 주인으로 사는 것,
나그네가 아니라 주인이 되어 내 주변을 내 스스로 가꾸며 사는 것,
모래밭에 던져놔 봐라 못 살아나는가 하는 의지로,
소유하고자 하는 삶이 아니라 순간순간 존재하는 삶을 사는 것,
바로 지금 이 자리에 이렇게 사는 절대 현재에 목적을 두고 살라고 말씀하시는 도현스님이십니다.
지나가는 길에 연암을 보고자 잠깐 들른 여행객들 소리에
차 한잔 마시고 가라시며 문을 열어주시는 스님이시네요.
조용한 행복 첫 글에 경봉 스님을 찾았던 장면이 적혀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중노릇을 잘 할 수 있습니까?”
“중노릇 잘 할라믄 한 생, 안 난 요량해뿌라!”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도현스님의 글이 이어집니다.
말인즉 쉽지만 한세상 안 난 셈치고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해야만 하고,
무엇인가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백팔번뇌..
눈, 귀, 코, 혀, 몸, 뜻, 이 여섯 문전에 좋다, 싫다, 그저 그렇다는 분별이 있어서 3X6=18 이 되고,
또 각각이 맑은 것(선)을 가지고 분별하는 경우와 흐린 것(악)을 가지고 분별하는 경우가 있어
이 둘은 18에 곱하면 36이 된다.
그런데 이 일을 전에도 했고 지금도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것이므로
과거, 현재, 미래 이 셋을 또 곱하니 108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여섯 문에 드나드는 일들이 번뇌롭지 않고 좀 즐겁도록 해보자는 뜻으로
이제 일상 생활 속에서 쉽게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말해보겠다
..중략..
한번 떠오른 상념은 되돌려 보낼 수도 붙잡아 둘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다만 그렇게 작용하는 그 마음을 되돌려서 그러한 변화를 분명히 알아차리는 것이다.
..
즉 자기 마음을, 여기저기 편드는 심판관이 아니라 관찰자가 되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도현스님의 조용한 행복 중에서
고요한 새벽에 홀로 앉아 차 한잔을 마셔본다
녹색의 혼이 빈방을 떠돌면서 코끝에 향기를 전하고,
차 선에 스쳐 난 포말들이 부드럽게 입술에 닿는다.
다완의 따스함이 가슴을 안고 돌아 무심에 젖다 보면 입안에 맑은 샘이 솟아난다.
단침 한 모금을 조용히 삼키며 찻잔을 거둔다.
-도현스님의 조용한 행복 중에서
소박한 암자 살림에 누군가 가져다 주신거라며
전병과 차를 여행자들에게 내어 주십니다.
달팽이 뿔만 한 세상에서 무엇을 다투느냐
부싯돌 부딫쳐 반짝하는 순간
잘 살아도 고만 못살아도 행복
왜 훤출하게 웃지 못하고 고민하는가
백거이의 시처럼 이왕이면 편안한 마음으로 즐겁게 살아야 한다는 스님
훤출하게 웃으시는 모습이 좋습니다^^
차 한잔 마시고 나와 둘러보는 연암..
졸졸 흐르는 물소리, 대숲에 이는 바람소리..
산에서 내려오는 물 그대로 마시고,
나무 한 짐 해와 군불때고, 가부좌 틀고 앉아 마음 공부 하시고
그 후에 차 한 잔 마시는 게 하루 일상사라고 하시는 스님이십니다.
아침 이슬, 낮의 태양, 소슬한 바람, 숲의 향기, 새들의 날개짓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면서,
소유하는 삶이 아니라 존재하는 삶을 조금씩 배워나가신다고 말씀하십니다.
창문 아래쪽에는 지난 겨울,
곰이 내려와 긁었던 흔적도 남아 있더군요.
세평 암자에서 스님이 건네주시는 말들
현법낙주(現法樂住)..
지금 머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존중해 주는 것,
살다보면 자신을 비하할 때도 있고, 남과 비교해서 상대적 못난이로 만들 때가 아주 많습니다.
그러나 자신은 이 우주에서 하나밖에 없는 참으로 귀하고 고유한 존재입니다.
단지 서로의 역할이 다를 뿐입니다
여기서 누가 더 고귀한 것인지는 따질 게 못 됩니다.
자신을 우주 중심에 두고 긍지를 가지며 사랑해야 합니다.
멋진 그림 퍼즐의 마지막 조각은 바로 자신입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없다면 그림은 완성되지 않습니다.
다만, 한 걸음 더 나아가 ‘나란 무엇인가?’ 하는 근원적 물음을 가져야 합니다.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찾다 보면 나는 순간순간 변하는 존재요,
고와 낙을 엇바꾸어 수용하는 존재로서 나라고 할 만한 고정된 자아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하십니다.
연암에서 도현스님을 만나고 돌아가는 또 다른 여행자들..
그 뒷모습에 묻습니다.
사람마다 나름대로 나란 멋에 살건마는
이 몸은 언젠가는 한 줌 재가 아니리.
묻노라 주인공아 어느 것이 참 나인고?
조용한 행복 중에 실린 구산 큰스님의 말씀입니다.
도현스님이 쓰신 조용한 행복입니다.
다음에는 이 책을 들고 다시 한번 찾아뵙고 싶은 분이십니다.
가을 물이 흘러 흘러서 바다로 간다.
바위와 바위 사이를 스치며 온갖 말을 다 들으며 간다.
그 누구의 말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그냥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려는 수평의 법칙에 따라 오늘, 내일, 모레 그렇게 살아서 강으로 바다로 흘러간다.
편안하게 산다는 것은 편안하게 살려는 꿈을 가지고 생동하는 행위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다는 실행이다.
-도현스님의 조용한 행복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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