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만나고부터
어두운 길을 등불 없이도 갈 것 같다
걸어서도 바다를 건널 것 같다
날개 없이도 하늘을 날 것 같다
널 만나고부터는
가지고 싶던 것
다 가진 것 같다
이생진 선생님의 시인이 보내온 편지 99쪽/혜진서관/1991
어린시절부터 평생 바다와 섬을 떠돈 시인,
시가 운명이라고 하신 선생님,
그동안 1,000여개의 섬을 가고 또 가셨다는 선생님..
이생진 선생님과 함께 떠나는 섬여행..
가지고 싶던 것을 다 가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여행입니다^^
이생진 시인과 함께 떠나는 2박 3일의 섬여행,
'어부사시사'의 섬인 보길도로 떠납니다.(2013년 2월 15일-17일)
해남에서 시작하여, 보길도로, 다시 강진으로 이어지던 발길들..
끊임없이 웃고, 노래하고, 자연을 느끼며 돌아본 여행
그 두번째 이야기, 함께 떠날 준비 되셨지요?
사진은 보길도 세연정의 모습입니다.
보길도..
울창한 숲, 조약돌 깔린 해변, 쪽빛바다, 깍아지른 해안절경들이 어울려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내는 아름다운 섬입니다.
보길도 여행의 시작은 예송리 전망대에서 시작합니다.
당사도, 소도, 복생도, 예작도..
눈앞에 펼쳐진 섬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날씨가 좋은날에는 제주도, 추자도까지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뒷모습은 참 따스합니다.
햇살 좋은 겨울 날..
섬여행을 기쁘게 시작합니다.
다른곳에서 각기 다른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생진 선생님과 한자리에 모여, 함께하는 시간들..
이곳에서 바라보는 예송리 해변의 모습은 평화롭고 고즈넉해 보입니다.
예송리 해변 근처에 위치한 숙소인 보길도 황토한옥펜션..
이렇게 한옥 툇마루에 앉아 있으면
바다가 바라보이는 곳..
아무도 이 섬에 오라고 하지 않았다
도시의 높은 빌딩에서 악수를 하고 나오는 젊은 비즈니스맨도 알고 보면 불청객이고
외딴섬 풀밭에 앉아 땀을 씻는 나도 불청객이다
아무도 이 섬에 오라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그렇게 오고 싶었을까.
민박집 마루에 배낭을 놓고 세숫대야에 물을 떠다 손발을 씻는다
집에서는 아무스럽지도 않은 행동이 서먹서먹해진다.
낯설다. 집에서 쫒겨난 사람처럼 낯설다. 그런 낯으로 호박꽃을 본다.
'호박꽃도 꽃이냐' 얼마나 섭섭한 말인가.
그래서 오늘 아침 호박 꽃은 명랑하다.
외로운 데서 얻은 아름다움, 나는 그것으로 시를 썼다.
이생진 선생님의 아무도 섬에 오라고 하지 않았다 77쪽/작가정신/1997
오후의 따스한 햇살아래 너무나 편안하게 누우신 회초리 오라버니~
숙소를 나와 본격적인 보길도 여행을 시작합니다.
첫 행선지는 송시열의 글씐바위입니다.
글씐바위를 찾아가는 길..
작은 숲 사이로 난 소로를 지나,
바다를 향해 발을 내딛는 것 같았던 길을 지나 이릅니다.
송시열의 글씐바위 앞에서
이생진 선생님은 설명을 해주시고 바람패밀리들을 듣고..
여든 셋 늙은 몸이
푸른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구나
한마디 말이 무슨 큰 죄일까
세번이나 쫒겨난 이도 또한 힘들었을 것이다
대궐에 계신 님을 속절없이 우러르며
다만 남녘 바다의 순풍만 믿을 수밖에
담비갖옷 내리신 옛 은혜 있으니
감격하여 외로운 충정으로 흐느끼네
송시열의 글씐바위에 적힌 싯구입니다.
송시열은 역설적이게도 고산 윤선도를 81세가 되도록 유배시킨 장본인이라지요.
그런 송시열이 뒷날 제주도로 귀양을 가던 도중 보길도에 들렀다가
이 거대 바위 벽면에 시를 새겨 넣었다고 합니다.
끊임없이 웃고, 노래하고 자연을 느끼는 여행..
그 여행에 앞장서신 두분입니다^^
보길도에서 다음 여행지는 예송리 해수욕장입니다.
몽동에 파도가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며 앉아있었던 기억이 나는 곳인데
한낮의 해변은 고요하고 또 고요합니다.
홍예가 만들어 놓은 발바닥..
풍경속에 잘 어우러집니다.
한낮의 고요함이 가득한 예송리 해변을 두고
돌아서 찾아간 곳, 또한 고요가 가득합니다.
고산 윤선도의 마지막 은거지인 낙선재입니다.
윤선도 선생(1587-1671)은 남인의 거두로서
26세에 진사시에 급제하고 30세에 이이첨을 탄핵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7년간의 유배생활을 거칩니다.
42세에 별시에 급제하고 봉림대군과 인평대군의 사부가 되었습니다.
이후에도 사복시 첨정, 예조정랑, 시강원 문학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51세에는 보길도로 들어왔다가 52세에 경상도 영덕으로 귀양
65세에 완도 보길도 부용동에서 어부사시사 40수를 지었으며
66세에 예조참의
74세에 함경도 삼수로 귀양갔다 81세에 귀양 풀리고
1671년 6월 11일 보길도 부용동 낙선재에서 85세로 생을 마쳤다고 합니다.
<산중신곡> <어부사시사> 등을 남기고 간 고산 윤선도..
귀양과 벼슬의 붙임이 많은 인생이로군요.
낙선재를 지키고 서 있는 동백나무들,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는 나무 그늘아래
이생진 선생님과 소요유님이 걷습니다.
그 발길을 따라 세연정으로 향합니다.
내 벗이 몇인가 하니 수석과 송죽이라
둥산에 달 오르니 그 더욱 반갑구나
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水
구름빛이 맑다하나 검기를 자주 한다
바람 소리 맑다 하나 그칠 적이 많도다
맑고도 그칠 때가 없기는 물뿐인가 하노라
石
꽃은 무슨 일로 피면서 쉬이지고
풀은 어이하여 푸르는 둣 누르나니
아마도 변치 않음은 바위뿐인가 하노라
松
더우면 꽃이 피고 추우면 잎 지거늘,
솔아 너는 어찌 눈서리를 모르느냐
구천에 뿌리 곧은 줄을 글로 하여 아노라.
竹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 시키며 속은 어이 비었는가
저렇고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月
작은 것이 높이 떠서 만물을 다 비추니
밤중의 광명이 너만한 이 또 있느냐
보고도 말 아니하니 내 벗인가 하노라
-고산 윤선도의 오우가-
오우가를 지었다는 세연정 입구에서
동백꽃 한송이 이제 꽃망울을 밀어 올리며 애쓰고 있는 동안,
소요유님을 저리 웃게 만든 선생님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지
새삼 궁금해지는 여행자입니다^^
보길도 서남쪽 보옥리 바닷가에 위치한 몽돌해변인 공룡알 해변..
둥근둥글한 갯돌이 마치 공룡 알처럼 거대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지요.
공룡알 해변 너머로 해가 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해넘이를 보려면 서둘러 움직여야 할 듯 합니다.
망끝 전망대 근처의 포구에서 해넘이를 만납니다.
보길도 서쪽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낙조..
이날 아침에는 해남 땅끝에서 오메가를 보았었는데
저녁에는 보길도에서 오메가를 만났네요.
복 받은 날이로군요^^
해는 붉은 노을만 남기고 사라져 가는 저녁..
숙소로 돌아와 저녁식사와 즐거운 음악과 시가 있던 밤이었는데
그 사진들은 다 어디로 갔나요?
요즘 조금 정신이 없는 여행자로군요.
별 보러 가자
"별 보러 가자"
아무에게나 할 수 있는 소리가 아니다
별이 꼭 필요한 사람
실은 나도 꼭 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괜스레 어두워지니
별이 보고 싶다
이생진 선생님의 우이도로 가야지 60쪽/우리글/2010
선생님의 시 하나 가슴에 품고
보길도의 별을 보러 나섭니다.
이생진 선생님과 여행 3일째
보길도에서 일찍 나와 강진으로 향합니다.
강진 다산초당..
다산 정약용 선생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곳이지요.
다산초당에 가기전에 유물전시관을 둘러봅니다.
문화해설사님의 설명을 듣고 계시는 중입니다.
다산은 실학자이며 목민심서의 저자로 알려져 있으신 분이지요.
여행자가 좋아하는 다산초당을 오르는 길..
정호승 시인의 뿌리의 길이란 시를 떠올리며 올라도 좋습니다.
이생진 선생님은 다산초당 유물전시관만 둘러보시고
시간이 넉넉치않아 그냥 가시고
나중에 여행자와 홍예만 둘이 함께 오른 곳입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되어 18년간 머문 다산초당
이제 여행자의 발걸음은 영랑생가로 향합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즉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테요.
모란은 아직 아니피고
꽃망울을 힘겹게 밀어 올리고 있는 목련이 여행자를 반겨줍니다.
백련사를 들렀다 좀 늦게 도착한 일행들도 오고
이날 처음 출근하셨다는 문화해설사님은 열심히 설명하시고
열심히 듣는 바람 패밀리들
영랑생가 마루에 앉아 발을 까닥거리며
사진 한장 남겨봅니다.
영랑생가 담장 너머로 보이던 시문학파 기념관
이생진 선생님께선 참 잘해놓았다고 연신 칭찬하시던 곳입니다.
시문학파 기념관 관장님의 안내에 따라 간
강진에 자리한 다산 정약용 선생의 또 다른 유적지
사의재입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강진에 유배되어
맨 처음 머물렀던 주막인 사의재..
생각은 마땅히 담백해야 하니 담백하지 않은 바가 있으면 그것을 빨리 맑게 해야 하고,
외모는 마땅히 장엄해야 하니 장엄하지 않은 바가 있으면 그것을 빨리 단정히 해야 하고,
말은 마땅히 석어야 하니 적지 않은 바가 있으면 빨리 그쳐야 하고,
움직임은 마땅히 무거워야 하니 무겁지 않음이 있으면 빨리 더디게 해야 한다
이에 그 방에 이름을 붙여 '사의재(四宜齋)'라고 한다
정약용 선생이 쓴 사의재기 중 일부입니다.
시문학파 기념관 관장님께서 사의재에 대한 설명중이시네요.
사의재 옆에 자리한 실제 주막
다산 정약용 선생의 애절양이란 시가 한켠에 걸려 있는 주막
그곳에서 추어탕과 매생이전과 막걸리 한잔..
이생진 선생님의 건배제의에 모두 함께 외쳐보는 '감사합니다'
이생진 선생님과의 여행은 여기까지입니다.
조금 아쉬워서 다음날, 들른 강진 무위사입니다.
이생진 선생님께서 해남 미황사 오시는 길에 들르셨다지요.
오랫만에 들른 무위사에는 못보던 일주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일주문 너머로 보이는 산줄기들이 그대로이니
'이것으로 됐다' 하고 혼잣말 해보는 여행자입니다.
무위사 극락보전은 여전하고
절집 마당의 나무들도 여전히 자리하고 있으니 다행이다 하며 돌아보는 절집입니다.
절집의 동백꽃은 아직 피지 않아
좀 아쉬움이 남았던 길입니다.
이생진 선생님과 함께 떠나는 섬 여행은
여기까지입니다.
영랑생가 앞에서 다같이 2박 3일을 외쳐봅니다^^
끊임없이 웃고 노래하고 자연을 느낄 수 있었던 2박 3일..
벌써 그 시간들이 그리워집니다.
보길도 찾아가는 길
해남 땅끝에서 이른 아침부터 배가 있습니다.
서해안 고속도로 목포ic - 13번 국도를 이용 완도 해남 방면- 해남교차로에서 땅끝 관광지 방면- 땅끝 관광지 선착장
보길도 배 시간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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