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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문학적 영감이 솟아나는 생명의 땅, 순천에서 만나는 김승옥 문학관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恨)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女鬼)가 뿜어 내놓은 입김과 같았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는 그것을 헤쳐 버릴 수가 없었다.

 

-김승옥의 '무진기행' 중에서

 

순천만 갈대밭을 따라 걷다보면 만나는 순천문학관

먼저 소개해드린 정채봉님의 문학관과 또 다른 문학관인 김승옥 문학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여행자에게 무진기행으로 기억되는 작가,

1977년 1회 이상문학상의 수상작, 서울의 달빛0장으로 기억되는 작가

김승옥님을 만나러 갑니다. (2012년 1월 25일)

 

 

 

 

정감있는 나무 울타리, 그 앞에 목판에 새겨진 김승옥관~

 

문학적 영감이 솟아나는 생명의 땅,

순천에서 만나는 김승옥 문학관입니다.

 

김승옥 작가는 한국의 문학평론가가 현대문학 100년 사상

가장 우수한 단편소설로 선정한 <무진기행>을 쓴 작가입니다.

 

 

 

 

정채봉 문학관 포스팅을 본 언니는

그 옆에 김승옥관이 있어 정채봉님 외롭지 않겠다~라고 하시더군요.

 

김승옥관과 정채봉관이 앞서니 뒷서거니 서서

초가지붕에 나무울타리를 두르고 서 있습니다.

 

 

 

 

 

김승옥관을 들어서면 나이가 드신 김승옥님이

여행자를 맞이해주십니다.

 

시간도 삶도 안개되어 떠돌던 공간,

무진이 이제 어떤 뚜렷한 실체를 가지고 다가올 듯 합니다.

 

 

 

 

김승옥관에는 <무진기행> 외에 ‘제1회 이상 문학상’ 수상작인 <서울의 달빛 0장> 등

작품과 육필원고, 영화 시나리오, 테이프 등 300여점의 자료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김승옥 선생님은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하여

1946년 순천으로 이사와서 고교시절까지 순천에서 보냈습니다.

 

이후 196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생명연습>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하였으며

1964년 무진기행을 발표, 1966년 무진기행의 시나리오 집필을 시작으로 영화일을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사실 무진기행의 '무진'은 실존하는 지명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김승옥님의 생애와 작품내용을 고려하여

작가의 유년기를 보냈던 순천을 소설 속에서 재구성한 공간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작가 자신도 순천과 순천만 연안 대대포 앞바다와 그 갯벌에서의 체험을

창작 모티브로 삼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유년기에서 청년기를 거쳐, 중년기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적혀 있습니다.

 

 

 

 

순천중, 고등학교 시절 원고와 동인시집

 

학교 교지에 콩트와 수필을 발표하였으며

초등학생 때부터 월간 <새벗> <소년세계> <학원> 등에 글을 투고하였다고 합니다.

 

 

 

 

<산문시대> 원고와 서울 1964년 겨울의 원고

 

196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생명연습>이 당선되고

강호무, 곽광수, 김성일, 김승옥, 김창웅, 김치수, 김현, 염무웅, 서정인, 최하림 등과

동인지 <산문시대> 5집을 발간하였습니다.

 

1964년 역사, 싸게 사들이기, 무진기행, 차나 한잔, 서울 1964년 겨울,

내가 훔친 여름, 육십년대식, 야행, 보통여자 등을 발표하였습니다.

 

 

 

 

한국시나리오 전집 4, 5권

 

 

 

 

<먼지의 방> 동아일보 1980년 연재

연재 15회 만에 신군부의 검열로 인해 소설 연재를 중단하였으며

2004년 산문집, 내가 만난 하느님~

 

 

 

 

1977년 제 1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여행자도 이 책을 가지고 있답니다.

 

그 외에도 동인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무진>은 안개나루라고 쉽게 해석되지만 뭔가 그 속에 감춰진 의미가 있는 듯 하다.

그리고 무진이라는 곳의 실제무대에 대해서도 무진군 무안읍이라느니

광양이니 순천이니 하는 말이 많이 있다.

 

<무진>은 상징적인 마을이다.

이 작품이 일상적인 소읍을 지칭하는 가상의 도시이다.

이 무진이라는 마을을 작품속에서 보면 가치관 혼란으로 버무러진 부도덕한 면을

고발하는 작가의 소리를 느낄 수 있다.

 

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오는 가치파괴와 전통질서가 무너진 가운데

새로운 질서가 생기지 않아서 안개가 끼어 있는 곳이 바로 무진이다. .

 

이러한 가치 상실의 사회분위기 속에서 생존의 문제가 절실해지자 도덕의 가치가 포기되거나

또는 무시되는 전국적인 상황을 작가는 소설공간으로 설정한 것이다.

이곳에서는 책임도 무책임도 없는 장소이다

 

-명작의 무대라는 신문 인터뷰 내용 중에서-

 

 

 

 

김승옥님의 소설과 산문집들이 한자리에

 

 

 

 

김승옥의 산문은 바다 또는 바다에 연한 소도시에 관하여

서술할 때 가장 명징한 아름다움에 도달한다.

김승옥의 바다는 생의 작렬감에 가득 찬 바다이지만, 더 많은 경우에는

도시와의 불화의 관계 위에 설정된 자폐의 공간이다.

 

 

 

 

'무진'은 사람들의 일상성의 배후, 안개에 휩싸인 채 도사리고 있는 음험한 상상의 공간이며

일상에 빠져듦으로써 상처를 잊으려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강요하는 이 삶이랑 도대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묻고 있는 괴로운 도시이다.

 

-김승옥관에서 옮겨온 글입니다-

 

 

 

 

작가의 얼굴 마스크..

이상의 데드마스크가 떠올라 어쩐지 조금 섬짓해졌던 여행자.

 

 

 

 

누군가의 과거 사진들을 보는 일은 즐겁습니다.

그것이 더구나 작가의 지난 시간들이라면,

더 많은 이야기들을 품고 있을 듯하여 더 즐거운 마음으로 보게 됩니다.

 

 

 

 

무진기행이 신성일, 윤정희 주연의 안개라는 영화로 만들어졌었군요.

 

 

 

 

"이 작품은 나의 생애 중에서 가장 슬픈 시절에 쓴 작품이다.

이 방죽길은 <무진기행>의 가장 중요한 현실적인 배경이다.

40여년 전에 쓴 짧은 소설이 아직도 이야깃거리가 된다면, 그것은 그 문장에 스며든 내 슬픔의 힘 때문일 것이다"

 

-소설가 김훈님의 김승옥의 문학과 사상 중에서~

 

 

 

 

영화 촬영 당시의 사진들과 시나리오

 

 

 

 

 

 

 

 

 

 

 

 

김승옥님이 각색한 영화가 이렇게 많았군요.

 

 

 

 

버스가 산모퉁이를 돌아갈 때 나는 <무진 10km>라는 이정표를 보았다

소설은 그렇게 길 떠났으며,

 

드디어 종점에 도착했음을 소설은 이렇게 알립니다.

선명한 검은 글씨로

'당신은 무진읍을 떠나고 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씌어 있었습니다.

 

-무진기행 중에서

 

 

 

 

문학관 바깥의 무쇠솥,

 

 

 

 

벽에 걸린 멍석을 보며

문학관을 떠나기 싫어 기웃대는 여행자입니다.

 

순천만의 모퉁이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이

참 좋은 여행자입니다.

 

아직 정채봉 문학관을 보지 못하셨다면 클릭해 보세요~

갈대밭 사이로 문학의 향기를 따라 걸어간 길, 그 끝에 자리한 순천 정채봉 문학관 http://blog.daum.net/sunny38/11775941

 

 

김승옥 문학관이 위치한 순천만의 풍경들을 보시려면 클릭해 보세요~

대한민국 명품 여행지, 순천만 와온 일몰 http://blog.daum.net/sunny38/11775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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