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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아직도 남녀칠세부동석이 지켜지는 교회가 있다? -영천 자천교회

 

 

 

아직도 남녀칠세부동석이 지켜지는 교회가 있다? 라고 하니

무슨 말인가? 하고 의아해 하시는 분도 계실 터이고,

청학동의 교회인가? 하시는 분도 계실 듯 합니다.

 

세워진지 100년이 넘은 교회로

기독교 전래 초기 남녀를 엄격히 구분했던

'일자형 교회'로 지어진 곳으로 지금도 안에 들어가보면

예배당을 좌우로 나누는 목재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어

남녀가 따로 예배를 드리도록 되어있는 곳입니다.

 

바로 1903년 4월 설립된 영천 자천교회입니다.

 

출입문도 남녀가 따로 이용하게 되어 있으며

경북에 현존하는 유일한 한옥 교회당입니다.

 

사진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자천교회 예배당과 종루의 모습입니다. (2011년 8월 14일)

 

 

 

 

교회로 들어가 볼까요?

 

 

 

 

예배당 앞 나무 그늘아래는 이 교회의 설립자이신

권헌중 장로의 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일제시대 경주에서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던 서당 훈장이었던 권헌중 장로는

일제의 착취와 압박을 피해 고향을 떠나 대구로 가던 길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1897년 지금의 영천시와 청송군의 경계인 노귀재에서

안의와 목사를 만납니다.

 

안의와 목사는  '영남지방의 어머니교회'라는 부산 초량교회를 세운

미국 북장로교 소속 배위량(W.M.Baird) 선교사의 처남으로

배위량 선교사의 뒤를 이어 영남지역 선교여행을 하던 중이었다고 합니다.

 

권헌중 장로는 안의와(애덤스) 목사에게 감화를 받아

대구로의 이사를 포기한 채 영천 자천리에 초가삼간을 구입해 세운 것이

자천교회의 모태라고 합니다.

 

 

 

 

낮에는 한문을 가르치고

저녁에는 성경공부를 하였다고 하지요.

 

앞장서 상투를 자르고, 데리고 있던 노비들의 문서를 불태워

자유의 몸으로 해방시키는 등 개방적이었던 권헌중 장로에게

감화된 신자들이 늘어나면서 교회 건물을 키워야 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1903년 기와지붕을 얹은 목조 건물로 다시 세웠는데

지금의 자천교회는 당시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1903년 당시 세운 예배당

 

예배당 지붕을 넓고 평평한 '우진각' 형태로 얹은 것도 특이합니다.

'우진각' 지붕은 전통 한옥의 대문에 흔하지만

독립 건물에 쓰여진 것은 흔치 않다고 합니다.

 

건물 네 면에 지붕면을 만들어 귀마루(내림마루)가 용마루에서 만나도록 한 것인데

일(一)자형 예배공간을 넓게 쓰기 위한 방편이었던 것 같다고 합니다.

 

영천지역은 6·25전쟁 중 격전지로 유명한 곳.

모든 집들이 포화를 맞아 폐허가 되다시피했는데

교인들이 평평한 교회 지붕에 올라 흰 횟가루로 십자가를 그리고

'CHURCH(교회)'라 표시해 폭격을 피했다고 합니다.

 

 당시 영천 화북면 지역에선 이 자천교회와 교회 바로 옆 한옥만

폭격을 받지 않은 채 지금까지 남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곳은 경상북도 지정 문화재이며

한국 기독교 사적 2호로 지정된 곳입니다.

 

 

 

 

예배당 문을 살~짝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날 예배는 11시부터라고 하는데

아직 시간이 일러 교인들은 오지 않았네요.

덕분에 차분히 교회 안을 둘러보고 옵니다.

 

 

 

 

예배당 뒤편에 앉아 바라본 모습입니다.

 

왼편에는 남자 신도들의 출입문이 보이고

오른편으로는 나무 칸막이가 있어 여자 신도들의 공간과

분리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설교단 뒤쪽에는 소박한 나무 십자가가 자리하고 있고..

그 옆으로는 선교사석과 설교자석을 두었습니다.

 

 

 

 

설교단 쪽에서 바라보니 아치형 공간을 만들어

안쪽에는 설교자의 공간을

바깥쪽에는 남녀가 따로 앉아 예배를 보도록

신자석 가운데 칸막이를 쳐 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신자석 뒤쪽에 두 개의 방을 낸 것도 이 교회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

남녀 신자들이 따로따로 모여 예배를 드리고

성경공부도 하도록 방을 낸 것이라고 합니다.

 

 

 

 

설교단에 서면 설교자는 남녀 신자들을

모두 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카메라를 앞으로 조금 더 가지고 가면

칸막이로 인해 나뉘어진 신자석을 더 똑똑하게 볼 수 있습니다.

 

남녀 신자석을 갈랐던 초기 교회들에서

대부분 휘장으로 공간을 구분한 것과는 달리

아예 나무 칸막이를 만들어놓은 게 독특한 곳이라고 하지요.

 

 

 

 

동네 목수들이 천장이며 보, 기둥들을 모두 만들었다고 하는데

울퉁불퉁한 목재들이 아주 투박하게 놓이고 이어졌지만

모양새와는 다르게 아주 탄탄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천장을 올려다보면 우진각 형태의 지붕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옛 창호지 문살이며

교회 안에 걸린 소쿠리들..

 

마치 몇십년 전으로 되돌린 시간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오른편의 신도석과 뒤편의 방..

그리고 따로 둔 출입문..

 

 

 

 

예배당을 나와 주변을 둘러봅니다.

 

예배당 앞에는 밥짓는 연기가 담을 넘지 않게 배려하여

낮게 만들어진 굴뚝이 여행자의 시선을 붙들고..

 

 

 

 

예배당 뒤쪽으로는 잘 지어진 한옥 몇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신성학당~

 

아마 처음에 예배당을 따로 짓기전까지

서당으로 한문을 가르치던 곳인 듯 합니다.

 

나란히 걸린 문패에는

새별배움터라고 걸려 있습니다~

 

 

 

 

학당의 출입문은 최근에 복원된 듯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서니 옛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시원스런 대청마루는 공부하는 공간으로..

 

 

 

 

또 다른 곳은 기도실로..

 

 

 

 

바깥으로 나가보니

'ㅁ'자 형태를 한 건물임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도 이곳은 여전히 공부방으로 쓰이고 있는 듯 합니다.

 

 

 

 

긴 마루에 앉아 발을 흔들거리며,

시원한 바람 한줄기 불어오길 기다리는 시간..

 

참 아름다운 교회라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곳곳에 세월을 따라 지켜온 흔적들을

간직한 곳이기에 더욱 아름다운 듯...

 

 

영천 자천교회 찾아가는 길

 

위치: 경북 영천시 화북면 자천리 773

 

대구 포항간 고속도로 북영천 ic - 안동 현서(청송) 방향 35번 국도 - 화남면 소재지 지나 - 화북면 소재지 표지판에서 좌회전

- 작은 다리 건너면 화북교회와 화북면사무소- 100미터 지나면 자천 초등학교 - 자천교회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시면 http://www.jacheon.net 을 클릭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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