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들을 만나러 가는 길은
노오란 빛깔, 하야안 빛깔, 붉은 빛깔의 꽃처럼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지심도에서 붉은 빛깔의 동백꽃을 보고 왔다면,
이제는 노오란 꽃대궐을 만나러 갈 차례입니다.
최근에 '거제 8경'에 지정되었다는 거제의 숨은 명소...
산비탈 아래 일궈진 꽃의 바다...
봄의 여신 노오란 수선화 피는 곳...
공곶이입니다.(2011년 3월 23일)
공곶이를 찾아가는 길은 와현 해수욕장 너머 예구마을 포구에서 시작됩니다.
예구마을에서 공곶이로 오르는 길, 중턱에서 바라본 풍경..
예구마을에 주차를하고, 산길을 오릅니다.
조금 오르면, 바다가 보이는 중턱에 마당이 이쁜 집에 할머니 한분이 파를 다듬고 계시고..
그 집을 지나치고나면, 수선화가 밭 가득 심어져있고
종려나무들 밭 둘레를 지키고 서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올라 바다쪽으로 눈을 돌리면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산을 다 올랐나 싶었더니,
이제는 내려가야 할 모양입니다.
동백나무 붉은 터널을 이룬 사이로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이 나타납니다.
계단을 조금 내려서다 옆으로 풍경이 트인 곳..
계단식으로 이루어진 밭에 노오란 수선화가 활짝 피었습니다.
수선화를 보기에 조금 이르지 않을까? 걱정을 하였는데
바다와 어우러진 곳에 활짝 핀 수선화가 여행자의 걱정을 덜어줍니다.
이곳에서는 수선화만 볼 수 있을 줄 알았더니
붉은 동백도 한창입니다.
거제의 지심도와는 또 다른 동백입니다.
개량종 동백이 심어져 있어, 동백꽃이 뚝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장미꽃이 지듯이, 붉은 동백꽃잎이 카페트처럼 깔려 있습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동백꽃을 사뿐이 즈려밟고 내려가는 길...
내려가는 길 중간쯤에 이 농원의 주인장이신 강명식 할아버님(77)을 만납니다.
농원에 설치된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시는 모습입니다.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는 여행자의 말에
"늙은 사람 찍어 뭐할거냐?"고 답을 하십니다.
부드러운 속내를 가졌지만,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들의 전형을 보는 듯 합니다. ㅎ
부드러운 속내를 가진 줄 어떻게 아느냐구요?
이리 아름다운 곳을 가꾸신 분인데, 당연한 것 아닐까요?
할아버지는 진주 문산이 고향이시랍니다.
1957년 1월 어느 날, 하루종일 완행버스와 배를 갈아타고 밤 늦게 이곳 예구마을에 첫 발을 디뎠다고 하십니다.
지금 같이 살고 있는 할머니와 맞선을 보기 위해 왔던 길이었지요.
할아버지는 아내와 마을 뒷산을 산책하다 공곶이를 처음 만났다고 합니다.
할아버지의 표현을 빌리면 "눈에서 불이 번쩍 날 정도"로 단박에 마음을 빼앗겼다고 하지요.
결혼 뒤 공곶이를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10년 가량 마산 등 대도시를 전전한 후
1969년 마침내 이곳에 터를 잡았습니다.
계단식으로 밭을 일구고, 새벽별 보기와 달맞이는 일상이 되었다고 하지요.
하루 종일 양손에 괭이와 삽을 들고, 어깨에는 지게가 매달려 있는 삶이 이어지고..
그리고 이곳에 종려나무와 수선화를 심기 시작하였답니다.
농원의 규모는 총 4만 5000평, 경작면적은 1만평..
수선화를 심어 놓은 곳은 2000평이라고 합니다.
노부부의 수고로움으로 일궈진 아름다운 곳입니다.
요즘 어딜가나 만날 수 있는 풍경..
작고 귀여운 아기의 손처럼 손 내밀고 있는 새순..
다시 동백터널길로 들어서 조금 더 내려갑니다.
공곶이로 들어서는 관문인 이 동백터널은 끝을 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폭 1m 안팍의 터널에 깔아놓은 돌계단 길을 내려갑니다.
돌계단은 무려 333개~
여행자가 세어봤냐구요?
그럴리가요!
아름다운 꽃대궐을 지나면서 계단 수나 세었겠습니까? ㅎ
이글의 제목을 노오란 꽃대궐을 이룬 공곶이라 하였는데
노오란 뒤에 붉은 꽃대궐이란 표현도 같이 써야 할 듯 합니다.
붉은 동백꽃 터널 끝에서 만난 분홍빛 동백..
그리고 흰동백꽃도 만나 보구요.
그리고 노오랗게 펼쳐진 수선화 밭을 기대했는데.. ㅠㅠ
아직 좀 이른가봅니다.
여행자가 다녀온 때가 정확히 1주일 전, 지난 수요일이었으니
1주일 동안 수선화가 더 활짝 피었겠지요?
실망은 금물~
햇살이 좋은 곳에는 수선화가 활짝~ 피었습니다.
노오란 수선화는 파아란 바다와 만나
아름다운 풍광을 여행자에게 선물합니다.
남도의 양지바른 곳이라면 어김없이 핀다는 수선화가 이렇게 군락을 이뤄 멋지게 피어 있는 곳..
이곳에 수선화 가득 피는 때에 다시 가고 싶군요.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고 계시는 집 근처로 갈수록
수선화가 심어진 밭들이 층층이 이어집니다.
여행자는 보질 못했지만
이곳은 영화 '종려나무숲' 촬영지이기도 했다는군요.
돌담 아래 곱게 핀 수선화에게도 눈길을 보냅니다.
수선화( Narcissus tazetta var. chinensis )
속명인 narcissus 는 그리스어의 옛말인 narkau (최면성)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하지요.
또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키소스라는 아름다운 청년이 샘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하여 물 속에 빠져 죽은 그 자리에서 핀 꽃이라고도 하지요.
꽃말은 신비, 자존심, 고결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모습에 반할만큼 아름다운 꽃인 듯 하지요?
그리고 수선화 핀 담장가에서 꽃보다 아름다운(?) 그녀를 만났습니다.
바로 이곳을 일구어낸 또 다른 사람..
지상악(75) 할머니이십니다.
수선화 주변에 심어 놓은 허브가 향이 좋다며
집에 가서 심어보라며, 손수 캐 주시던 할머니...
허브를 캐 주시던 모습을 담으려고 했는데,
전화를 받느라 일어서신 모습만 담겨 있네요. ㅎ
수선화 밭을 지나 조금 더 내려서니
아름다운 바닷가가 펼쳐집니다.
손을 뻗으면 닿을만큼 가까운 거리에 '내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몽돌로 이루어진 해안을 길게 뻗어 있고..
몽돌해안의 파도소리는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또 다른 기쁨이 될 듯 합니다.
다시 뒤돌아 나오는 길..
아쉬움에 뒤돌아 본 곳에는 붉은 동백, 바다를 배경으로 피어 있습니다.
이름모를 노란 꽃은 덩쿨을 이루며 피어나고..
돌담으로 이루어진 산비탈 밭에는 수선화 한송이 피어 여행자를 배웅해줍니다.
다시 동백터널을 지나 위로 오르는 길...
내려갈 때는 까마득해 보이더니
오르는 길은 금방입니다.
아쉬움 때문이었을까요?
수선화 곱게 피고, 붉은 동백꽃 향기로 유혹하는 봄..
그 봄을 만나러 가시지 않을래요?
공곶이 찾아가는 길
대전 통영 고속도로 통영 ic - 거제방향 14번 국도- 와현 -예구 마을 - 공곶이
거제의 다른 비경을 아직 보지 못하셨다면, 클릭해보셔요^^
붉고 탐스런 동백꽃 세상, 동백섬으로 불리우는 지심도 http://blog.daum.net/sunny38/1177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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