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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상남도

울산 태화강을 가득 메운 까마귀떼

 

 경주, 울산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울산 태화강입니다. (2009.2.21)

해질녘 울산 태화강의 떼까마귀의 군무를 보러 갑니다.

 울산의 떼까마귀는 이곳 태화강변의 십리대밭에 보금자리를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물론 이곳에서 볼 수 있는 떼까마귀들은 모두 이곳 십리대밭에 사는 녀석들은 아니구요. 근처에 살고있거나, 조금 떨어진 곳에서도 온다고 합니다.

 석양이 짙어지면서, 떼까마귀들은 더 많아집니다.

 지난 번에 평택 떼까마귀를 올리면서 떼까마귀에 대해 이야기했으나, 그때 못 보신분들을 위해서 까마귀에 대해 다시 올려봅니다.

 

보통 까마귀를 흉조라고 이야기 하는데, 삼국시대까지만 해도 이 땅에서 까마귀는 국조 즉 나라새였습니다.

고구려 벽화에 보면, 세 발 달린 까마귀가 그려져 있습니다. 이 삼족오는 고구려 왕실은 물론, 백제와 고대 일본 왕실의 상징이었다고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까마귀를 흉조라고 여기는 민족은 중국 밖에 없다고 합니다. 거의 모든 민족이 까마귀를 신성한 새로 여기고 숭상한다고 합니다.

그에 반해 까치를 신성한 새로 여기는 민족은 거의 없습니다. 중국과 일부 북미원주민 부족이 있을 뿐이라고 합니다.

중국은 늘 북방초원의 유목민들이 만리장성을 넘어 처들어오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북방 초원유목민들은 하나같이 까마귀를 신성시했다고 합니다.

때문에 중국인들은 까마귀 하면 북방의 초원민족들을 떠올렸고, 그래서 까마귀하면 재앙을 몰고 오는 흉조라는 관념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까치는 길조, 까마귀는 흉조라는 관념이 퍼지기 시작한 것은 대체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전후라고 합니다.

조선시대에 중국을 사대하면서 중국의 관념에 따라 까마귀는 흉조, 까치는 길조라 여기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까마귀를 북방민족들은 태양새로 여긴다고 합니다. 고구려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삼족오의 신화적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북방민족들은 이 우주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사는 현실계와 신들이 사는 천상계, 죽은 조상들이 돌아가는 지하계(또는 수중계)의 삼계로 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태양은 아침에 떠서 이 세상을 비추고, 낮에 천공으로 올라가 천상을 여행하며, 이 지상을 비추며, 저녁에는 서쪽으로 지며 지하계를 비춘다고 합니다.

이렇게 태양은 우리가 사는 현실계와 천상계, 그리고 지하계를 순환하며 비춥니다. 그래서 태양의 정인 까마귀는 삼계를 두루 관장하는 세 발 달린 까마귀로 그려지게 된 것입니다. 까마귀들은 아침이며 해가 잘 비치는 골짝기나 들판, 또는 전깃줄 같은 데 모여 햇볕을 쬐며 서로 까불고 지치며 논다고 합니다. 저녁에는 다시 높은 산정이나 언덕 주변에 모인다고 합니다. 일몰 때 석양을 배경으로 오랫동안 군무를 추며 하늘을 난다고 합니다.

이렇게 까마귀는 태양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위에 까마귀에 대해 인용한 글들은 서정록 선생님께서 (모아진)에 기고하신 <영혼을 실어 나르는 태양새, 까마귀> 중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까마귀가 아니라 나비처럼 보이지요?

 

 

 원래 떼까마귀는 석양이 좋으면, 오래도록 군무를 춘다고 합니다.

이날은 다음 날 비가 오려고 석양이 좋질 않아 떼까마귀가 군무를 오래 추질 않았습니다.

그래도 우린 충분히 떼까마귀의 군무를 볼 수 있었습니다.

 떼까마귀의 군무가 끝난 태화강변은 다시 고요해집니다.  

 이날은 울산 신흥사에서 자고 다음날 아침, 해뜨기 전의 모습입니다.

3박 4일의 경주, 울산의 알찬 일정은 여기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