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문화센터에 해설자분에게 근처의 한옥을 추천해주시라고 하니, 청원산방을 추천해주십니다. 청원산방을 찾아가는 길은 계동길을 따라 올라가는 길입니다.
계동길을 따라 한없이 올라가다보니, 오래된 가게들과 집들을 지나 한참을 헤매게 되었지요. 지나가던 택배 아저씨의 도움으로 청원산방을 찾아 갑니다.
이곳은 계동길을 따라 조금만 올라오면 되었는데, 한참을 지나쳐갔다, 다시 돌아와 청원산방 앞에 서게 됩니다.
그.러.나 굳게 닫힌 문.. 점심 식사를 하러가셨다고 메모를 남겨 놓고 가셨네요. 기다릴까, 가야할까, 고민하며 근처에서 맴을 돕니다.
다행이도 얼마 기다리지 않아, 주인장께서 오십니다. 청원산방의 현판입니다.
문이 열리고, 산방의 속살이 보여집니다.
주인장께서 차 한잔을 주신다고 들어오라고 권하십니다.
처음 보는 이에게 선뜻 따스한 차 한잔 대접해주시는 열린 마음은 열린 공간인 한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지 ...
원형의 문은 이렇게 열어두면, 이 공간을 더 깊어지게 하고, 닫아두어도, 장식적인 효과가 날 듯합니다.
요즈음 한옥에 끌리는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닫힌 창호 너머로 비치는 대잎의 흔들림...
청원산방이 무얼하는 곳인지 아직 이야기하지 않았네요. 이곳은 소목장이신 심용식님의 전시장(오래된 집을 직접 고치셨다고 하십니다. 사람들에게 우리 창호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서 문마다 다른 창호를 만들었다고 하시니, 전시장이라고 불리울만 합니다)과 작업장이 있는 곳입니다.
청원산방은 가장 흔한 세살과 용자살 문짝부터 궁이나 사찰에서 쓰던 꽃문살까지 30여가지가 넘는 창호를 보여줍니다.
닫힌 창호 너머로는 댓잎이 흔들리고, 실내에도 이렇게 대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집 안과 밖에서 사군자 중의 하나인 대나무가 이곳을 둘러싸고 있는 셈입니다.
이곳의 주인장께선 이날 출타 중이셨는데, 안주인께서 따스한 차를 대접해 주십니다.
다탁도 문살 위에 유리를 얹었습니다.
이곳 주인장이신 심용식님은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 26호 소목(창호제작)장이라고 하십니다.
"오래된 나무는 그 세월만큼의 햇빛과 비바람을 견뎌야합니다.
새들이 날아왔다 떠나가고 수만개의 잎이 나고 지는 동안에도
나무는 그렇게 서서 세상에서 가장 귀한 집으로 다시 태어날 꿈을 꿉니다.
저는 나무의 꿈을 이뤄주는 사람이고자 합니다."
청원산방 개원을 맞아 밝힌 소목장 심용식의 술회에서 옮김.
한옥에서 제가 좋아하는 것 중의 다른 하나가 이렇게 높은 천장입니다.
콘크리트 천장의 그냥 밋밋함이 아닌, 아름다운 선으로 이루어진 천장은 늘 감탄을 자아냅니다.
이곳에서 또 하나 좋았던 것은 문틀로 씌인 나무를 자연미 그대로 살려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문틀 뿐만 아니라, 천장에 사용된 나무들도 비슷해보이지만, 조금씩 다른 형태로 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듯 합니다.
이글의 제목을 붙이면서 나무 향기 그윽한 곳이라 이름 붙인 이유를 이야기 해야겠네요.
이곳의 방에 들어서면 나무 향기의 은은함에 저절로 코를 벌름(?)거리게 됩니다.
집이 향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 인위적인 향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천연향기가 배인 집...
주택은 인간의 삶을 담는 그릇이라고 하지요. 나무 향기가 그윽하게 나는 이곳에는 향기로운 사람의 삶이 담겨 있는 듯 합니다.
창호, 다탁, 천장의 문양들 하나하나에 주인장의 손길 가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방에서 나가 집을 조금 더 둘러봅니다.
왼쪽에 보이는 곳이 작업실이고, 오른쪽이 조금 전에 차를 대접 받았던 사랑방에 해당되는 곳입니다.
말갛게 씻긴 하얀 고무신 한컬레...
창 아래는 휘어진 나무를 그대로 쓰고, 그 위의 창 또한 같이 휘어지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가운데 창호에는 유리를 달아 겨울에도 바깥을 내다볼 수 있게 해놓았으며, 이 창호는 한쪽 문을 열면 다른 쪽 문도 같이 열리고, 닫으면 다른 쪽 문도 같이 닫히게 되어 있습니다. 창호의 아름다움과 함께, 실용적인 면들도 고려되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마당 한켠의 담장은 십장생이 그려져 있습니다.
나무 위의 솟대..
돌아서 나오는 길 발견한 명함집입니다.
명함집 하나까지 신경 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쉬움이 남아 대문 앞에서 돌아서 봅니다.
이곳에서도 곡선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옥의 얼굴인 창호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공간이
우리 곁에 생겼다는 것이 기쁜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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