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 승선교를 만나러 가는 길은 오랜 기다림과 설레임이 함께 하는 길입니다.
순천에 다니러 올 때면 늘 선암사 승선교를 만나러 가고 싶었지요. 한데 이상하게 늘 시간이 어긋나거나, 날씨가 받쳐주지 않기도 해서, 마음만 먼저 가곤 했지요.
추석 연휴 3일 째(2008.9.15), 이른 아침 선암사 승선교를 만나러 갑니다. 몇 년 만의 만남입니다.
조선 시대 만들어진,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아치형의 석교입니다. 보물 400호인 다리이지요.
승선교 너머로 강선루도 보입니다.
요즘 한창 만개한 꽃무릇이 선암사 경내에도 활짝 피었습니다.
이제 선암사 승선교를 만나러 가는 길을 설명해드리지요. 선암사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울창한 숲길 사이로 걸어 올라갑니다.
2005년에 우리나라 아름다운 숲길로 선정된 곳이지요.
낙엽이 쌓여 있는 길에서 문득 가을 느낌을 느끼고 싶어졌지요. 바닥의 낙엽을 로우 앵글로 잡아봅니다. 낙엽은 가을 느낌.. 푸르른 신록은 여름의 느낌..
가을과 여름이 공존하는 사진이 되었네요.
길을 막고 서 있는 나무는 그대로 두고 길은 돌아돌아 갑니다.
숲길을 걷다보면 선암사 부도밭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드디어 승선교를 만나게 되지요. 계곡아래로 내려가서 신발 젖어가며 찍은 사진인데 역광이라 노출 맞추기가 생각보다 어렵네요. ㅠㅠ
승선교는 커다란 무지개 모양으로 놓여 있지요. 기단부는 자연 암반이 깔려 있어 홍수에도 다리가 급류에 휩쓸릴 염려가 없는 견고한 자연 기초를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다리의 아래부분부터는 길게 다듬은 돌을 연결하여 무지개 모양의 홍예(虹霓)를 쌓았으며, 그 짜임새가 정교하여 밑에서 올려다보면 부드럽게 조각된 둥근 천장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홍예를 중심으로 양쪽 시냇가와의 사이는 자연석을 쌓아 석벽을 이루고 그 윗부분에도 돌을 쌓았는데, 모두 주변의 냇돌을 이용하였다고 합니다.
승선교 너머로 보이는 강선루
다리 한복판에는 용머리를 조각한 돌이 밑으로 삐죽 나와 있어 장식적 효과를 주고 있는데, 예로부터 이것을 뽑아내면 다리가 무너진다고 전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맑은 물 속에도 승선교가 있습니다. 물 속에 하늘도 있구요.
임진왜란 이후 불에 타서 무너진 선암사를 중건할 때 이 다리를 놓은 것으로,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진다고 합니다.
조선 숙종 24년(1698) 호암대사가 관음보살의 모습을 보기 바라며 백일기도를 하였지만 그 기도가 헛되자 낙심하여 벼랑에서 몸을 던지려 하는데, 이 때 한 여인이 나타나 대사를 구하고 사라졌답니다. 대사는 자기를 구해주고 사라진 여인이 관음보살임을 깨닫고 원통전을 세워 관음보살을 모시는 한편, 절 입구에 아름다운 무지개다리를 세웠다고 합니다.
무지개 모양으로 건설한 양식은 곧 벌교홍교(보물 제304호)와 같은데, 2개가 모두 지역적으로 가까운 곳에 있으므로 양식상 공통점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합니다. 다만 돌을 쓴 방식이나 마무리수법이 오래된 양식이며, 그 구조 또한 보다 웅장한 느낌을 주는 것으로 미루어 영조 때에 만들어진 벌교홍교보다 먼저 만들어진 것으로 짐작된다고 하네요.
승선교에서 돌아보니 아래 쪽에도 비슷한 모양의 다리가 하나 더 있습니다.
계곡을 올라서니 승선교 바로 위쪽에 강선루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돌담에 핀 나팔꽃이 아침을 깨우고 있습니다.
선암사 삼인당
삼인당은 긴 알모양의 연못 안에 섬이 있는 독특한 양식으로 선암사 사적에 따르면 신라 경문왕 2년(8620에 도선국사가 축조한 것이라 전한다고 합니다.
삼인이란 체행무상, 체법무아, 열반적정의 삼법인을 말하는 것으로서 모든 것은 변하여 머무른 것이 없고 나라고 할 만한 것도 없으므로 이를 암년 열반에 들어간다라는 불교 사상을 나타낸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독특한 이름과 모양을 가진 연못은 선암사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삼인당 안의 섬에 꽃무릇이 한창입니다.
연못에는 백일홍 꽃잎이 떨어져 있습니다. 백일홍은 이제 지고 있고, 꽃무릇은 이제 피고 있으니..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나요?
삼인당.
볼 수록 연못과 섬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삼인당을 뒤로하고 선암사를 향해 오르니 녹차밭을 만나게 됩니다.
사람의 얼굴을 닮은 나무가 길 가에 서 있습니다.
선암사 일주문
누문인 강선루를 지나 처음 들어서게 되는 문으로 원래 건물은 화재로 없어지고 1540년에 다시 세웠으나 병자호란으로 피해를 당하였다가 1719년에 또 다시 세운 것이라고 합니다. 단층 맞배기와집으로 원형의 주춧돌 위에 배흘림기둥을 세웠으며 기둥과 기둥 사이에 3군의 공포를 배치해 놓은 다포식 건물이라고 합니다.
선암사 대웅전과 삼층석탑
대웅전은 조선시대 정유재란(1597)으로 불에 타 없어져 현종 1년(1660)에 새로 지었답니다. 그 후 영조 42년(1766)에 다시 불탄 것을 순조 24년(1824)에 지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합니다. 석가모니불을 모신 대웅전은 선암사의 중심 법당으로, 그 앞에 만세루와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앞마당에는 삼층석탑(보물 제395호) 2기가 나란히 서 있습니다.
선암사 대웅전 앞에 건립된 통일신라시대의 3층석탑. 보물 제395호. 높이 470cm. 대웅전 앞에는 규모가 같고 양식이 동일한 석탑 2기가 있는데, 그중 하나로 2층기단 위에 3층의 탑신과 상륜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천년고찰을 지키는 소화전(?) ㅋㅋ
선암사 경내의 연못의 동자승
선암사를 뒤로하고 조금 더 올라가니 조계산 생태체험 야외 학습장
자연 그대로의 나무를 이용한 정자가 독특합니다. 배볼록 튀어나온 이웃집 아저씨처럼 생겼네요^^
한켠에 물봉숭아가 곱게 피었네요.
꽃아그배나무
이름도 독특하지요. 거기다 장미과에 속하기도 하구요.
선암사 승선교를 만나고 오는 길
아쉬움도 조금 남겨두고..
그리움도 조금 남겨두고 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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