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사에 들렀다가 드디어 미황사에 도착했습니다. 가는 길 내내, 환한 산빛에, 화사한 꽃들에게 환호성을 보내며 갑니다.
미황사는 두 번째입니다. 목재 그대로의 소박한 대웅전이 다시 봐도 반갑기만 합니다. 대웅전을 병풍처럼 둘러서 있는 달마산이 눈길을 붙듭니다.
주차장에서 내려 바라본 미황사 풍경- 계단을 올라서면 자하루에 이릅니다. 지난 여름에 왔을 때는 창문들을 다 열어놓아 그 문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었던 기억이 납니다.
계단을 올라서 자하루를 지나가면 대웅전을 비롯한 절집들이 얼굴을 드러내지요.
자하루 아래를 지나 오르는 길이 마치 영주 부석사 절집을 오르는 기분이 듭니다.
짠~ 하고 대웅전과 만하당. 넓은 마당, 암릉이 멋진 달마산이 펼쳐집니다.
절집 풍경들을 올려봅니다. 기와를 얹은 돌담... 돌담 가득한 담쟁이 덩굴..... 하늘을 품고, 나무를 품고, 절집을 품은 연못.....꽃잎은 그 연못을 수놓고 있고....
만하당과 달마전 풍경
한쪽에는 보리가 자라고, 철쭉은 붉은 빛을 한창 뽐내고 있고... 이곳에도 무르익은 봄이 한가득입니다.
저녁을 먹고 나오니 해가 지고 있습니다. 해 지는 시간, 스님이 종각에서 종을 치고 계시는데, 사진을 찍으려 하니 찍지 말라고 하십니다.
청운당
이름이 멋지지요? 푸른 구름이 머무는 곳이란 뜻일까요? 혼자서 궁리를 해봅니다. 우리가 머문 숙소입니다.
해가 지고 난 뒤에 찍은 탓에 ISO를 높이고, 조리개를 열었는데도 사진이 흔들렸습니다. 숙소가 마음에 들었던 터라 사진을 그냥 올려봅니다.
청운당 내부 - 유리창을 열고 들어서면 문풍지 바른 문이 나오고, 그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이런 방입니다. 두꺼운 나무로 기둥을 세워서 나무 향이 나는 기분 좋은 곳이었습니다. 천정을 가로지른 나무를 보면 곧은 나무는 아니지만, 생긴 그대로를 자재로 썼습니다.
다음날 아침 청운당 대청마루
아침 햇살은 그림자를 만들고, 나무 냄새를 더 짙게 만들어 줍니다. 잠시 이곳이 어디인지 잊어버릴 뻔 했습니다.
저녁 예불 시간, 대웅전 마루 밑의 신발들.
생긴 모양들이 제각각인 신발들, 그 신발의 모양만큼이나 많은 사연을 가진 이들이 기도를 하고, 합장을 하고, 108배를 합니다.
신발을 정리하는 일만큼, 세상일들을 정리하기가 쉽다면, 미움도 어지러움도 없는 세상이 되겠지요?
다음날 아침 범종각 풍경
청운당은 범종각 바로 옆에 위치한 곳이지요. 새벽 4시가 넘은 시각, 새벽 예불을 알리는 종소리는 큰 울림으로 다가왔지요.
고요한 산사의 새벽을 깨우고, 제 심장을 깨우는 듯 했습니다.
종이 울리고, 산사를 채우는 새들의 소리는 청아하고 아름다웠지요. 제가 원하던 산사의 새벽이었지요.
아침에 바라본 미황사 대웅전
대웅전 앞마당의 화사한 철쭉
대웅전 앞마당에 여러가지 꽃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수선화
매발톱(?)
새벽 이슬을 아직 품고 있는 꽃입니다.
작약이 꽃을 피우기 전입니다.
미황사 입구의 찻집에서는 올망졸망한 화분들을 키우고 있네요. 아직 계절이 조금 이른 장미가 피었습니다.
수국이 맞는지 모르겠네요
예쁜 도자기에 옥잠화를 키우고 있습니다.
고요한 산사에서 머무는 일...
예전부터 한 번 해보고 싶던 일이었습니다.
모임에서 미황사에서 자고,
다음날 달마산 등산을 한다하기에,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해남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늘 소음 속에 사는 우리에게
그 산속의 고요와 새 소리, 목탁 소리는
하루동안의 환상이겠지요.
멋진 환상.....
하루 동안의 일탈.....
5월 11일에는 미황사에서 산사 인도 음악제가 열리더군요.
너무 먼 탓에 가지는 못하지만..
다음 목표는 산사 음악회에 가보는 일을 꼽아봅니다.
청정함이 느껴지는 미황사....
근처에 가신다면 꼭 한 번 들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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