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쾅, 쿵, 쿵..'
함평장날 장 한켠에서 정겨운 소리가 들려옵니다.
대장장이 최춘식님이 낫이며, 호미를 만드는 소리입니다.
화덕에서는 검은 숯덩이들이 타며 불을 내뿜고 있고
그 위에 얹혀진 쇠스랑이나 낫은 녹아내릴 듯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대장장이 경력 60년이 다되어 간다는 최춘식님은
그중 하나를 들어 망치로 두드립니다.
그 망치 아래서 무쇠들은 맥없이 휘어지고, 펴지고, 가늘어지며
제 모양새를 갖춰갑니다.
전통방식을 고집하며 반세기가 넘게 대장간을 지키고 있는 장인을 만나고 왔습니다
함평장 대장간입니다. (2013년 6월 7일)
한쪽에서는 두드리고,
한쪽에서는 날을 가는 풍경을 만납니다.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인 줄 알았더니..
전남 나주시 함평장..
이른 아침부터 함평장 구경에 나섭니다.
장구경 전부터 이곳에 대장간이 있다는 귀뜸을 받았는데
낫이며 호미, 각가지 연장들이 쌓여 있는 걸 보니 이곳이로군요^^
대장간 안쪽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한참 달구고, 두드리고, 식히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화개장, 장흥장과 더불어 남도 3대장중에 하나라는 함평장
100년 역사와 전통을 가진 곳이라고 하지요
그래서 아직 이런 귀한 풍경을 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참고로 함평장은 2일과 7일입니다.
대장간 맨 안쪽에 자리한 화덕에는
불이 활활 타오르고, 그 위에는 다듬어야 할 낫이 올려져 있습니다.
달궈진 낫을 꺼내드시네요.
벌겋게 달궈진 낫을 두드리고
식히고..
예전에는 대장간을 운영하려면 5명은 있어야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기계화가 되어서 혼자서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최춘식님이 대장장이로 나선 것은 10대 중반부터였다고 합니다
어느새 70이 넘으셨으니 60년 가까이 이일을 해오셨다고..
최춘식님은 광주 광산구 송정 5일시장 한가운데 '송정대장간'을 운영하고 계시며
함평장과 옥과장날에는 함평과 옥과를 오가신다고 합니다.
같은 호미라도 지역에 따라 그 특성에 맞춰 다르게 만든다고 하시니
기계화된 세상에서 사람이 만드는 것은 특별함이 있는 듯 합니다.
달궈진 낫의 끝을 손잡이에 맞춰 넣는 일
간단해 보이면서도 순서가 있군요
끼워넣고
두드리고
끼워넣을 때 나무에 불이 붙기도 하더군요
중국산이 많이 수입되고는 있지만
지속적으로 많이 팔리는 농기구들이라고 하네요.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 손잡이 부분을 고정시키는 작업을 하시는군요
완성된 낫..
마무리를 하신 후에
날 갈기가 시작되네요
이제 화로에는 호미가 달궈지기 시작합니다.
호미도 갈고
낫도 갈고
장보러 나오신 어르신들
이곳에서 호미를 골라드시더군요
고르신 물건은 그자리에서 날을 갈아주시는 센스~
삽, 낫, 호미, 부엌칼, 괭이, 쇠스랑..
농사에 필요한 것들은 이곳에 다 모여 있는 듯 합니다.
엿장수의 쨍그랑 쨍그랑 소리가 들려올 듯 하네요. ㅎ
사라져 가는 풍경을 만나면 괜시리 마음이 두근두근 합니다.
건강이 허락하시고, 장날 찾아주는 손님들이 있는 한
쉬지않고 대장간을 하실 생각이시라는 최춘식님
오래도록 건강하시고, 오래도록 이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앞선 함평장날 포스팅을 아직 보지 못하셨다면 클릭해 보세요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거기다 푸근한 인심은 덤인 곳-함평 5일장 http://blog.daum.net/sunny38/11776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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