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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배롱나무꽃, 분홍빛 물결로 일렁이며 마음을 흔드는 곳-담양 명옥헌원림

 

 

 

꽃구름입니다.

단아한 정자를 둘러싸고 나직하게 가지를 늘어트린 배롱나무들,

앞다투어 분홍빛 꽃을 피워내니 꽃물결로 하늘댑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늘 가고 싶은 마음들이 먼저 길을 나서곤 하는 곳,

저 정자에 앉아 향기 좋은 차 한잔 마시면,

세상에 더 부러울 것 없는 시간들..

 

백일동안 피고 지고, 피고 지고를 반복한다는 배롱나무꽃,

분홍빛 물결로 일렁이며 마음을 흔드는 곳.

담양 명옥헌입니다. (2012년 8월 17일)

 

 

 

 

내내 비가 이어지던 날들,

작년에도 날씨가 좋지않은 날 다녀왔던 명옥헌,

비오는 날, 다녀오는 명옥헌도 좋지만,

꽃이 어우러진 사진들이 빛이 바래니 좀 안타까웠었지요.

 

그래서 올해도 혹 날씨가 좋지않을까 하는 염려..

다행이 하늘이 푸릅니다.

 

기분좋은 출발입니다!!

 

명옥헌 입구의 정자에 올라 푸르른 들판과 작은 저수지를 먼저 담습니다.

하늘 좋은 날이니 마음까지 푸르러지는 듯한 날입니다.

 

 

 

 

여행자가 좋아하는 저수지 가의 아름드리 나무들이 심어진 산책로..

찬찬히 걸어보는 여유로운 시간입니다.

 

 

 

 

저수지 물 속에 가득한 소금쟁이들..

저수지가 하늘을 품고 있으니, 소금쟁이들을 하늘을 비행 중인 듯 느껴집니다^^

 

 

 

 

저수지 가에서 햇살을 즐기고 있는 닭의장풀도 만나며 오릅니다.

 

 

 

 

길가에 새로 들어선 명옥헌 카페~

입구에 새로 편의시설들도 들어서고,

사람들이 점점 많이 찾다보니 이제 이곳은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중입니다.

 

 

 

 

담벼락에 직접 그림을 그려 넣으시는 주인장

명옥헌을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에 마시는 매실차, 시원하여 나쁘지 않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만나는 명옥헌입니다.

화엄연못을 이리 앞에 두고, 뒤에 들어앉은 정자..

 

올때마다 늘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니

이날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살짝 기대가 됩니다^^

 

 

 

 

물 속에 비친 세상

물 위로 붉은 꽃그림자 스멀스멀 번져오는 곳..

 

 

 

 

물결이 흔들리니 배롱나무 붉은 꽃잎들도 흔들립니다.

 

 

 

 

배롱나무 가지 사이로 비쳐드는 햇살,

그 햇살을 먹고 자라는 작은 풀잎들..

 

 

 

 

다섯 그루의 노송과 스물여덟 그루의 자미나무가

나의 화엄연못, 지상에 붙들고 있네.

 

이제는 아름다운 것, 보는 것도 지겹지만

화산재처럼 떨어지는 자미꽃들, 내 발등에 남기고

공중에 뜬 나의 화엄 연못, 이륙하려 하네

 

- 황지우 시인의 물 빠진 연못 중에서-

 

* 참고로 여기서 자미나무는 배롱나무의 다른 이름입니다.

 

80년대 황지우 시인이 살면서 집필실로 썼다는 창넓은 토담집은

지금은 사라지고 보이질 않습니다.

토담집 있던 자리가 어쩐지 허전하게 느껴지는 여행자입니다.

 

 

 

 

매끄러운 배롱나무의 몸통,

볼때마다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배롱나무 몸을 손끝으로 살짝살짝 문지르면

나무가 간지럼을 탄다고 하더군요.

가려워 몸을 떤다고 하지요.

 

그래서 '간지밥 나무'라고도 불리웠던 나무이지요.

 

 

 

 

땅 위에도 붉은 꽃은 피고

연못에도 꽃은 피어납니다.

 

 

 

 

뜨거운 한여름 백일 동안 꽃을 피우는 배롱나무꽃,

그래서 백일홍이라 불리우는 꽃은 많은 이야기들을 품고 있는 꽃이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배롱나무 꽃피는 철이 되면 쌀독에 쌀이 떨어져 갈 때였지요.

배고픈 아이는 할아버지에게 "할아버지 배고파" 라고 말하고

할아버지는 아이에게 배롱나무 꽃을 가르키며 " 이꽃이 질 때면 쌀밥을 먹을 수 있다" 하였지요.

 

하지만, 백일동안 피는 꽃인 배롱나무는

꽃이 지는가 싶으면 다시 피어나고, 지고 피어나기를 반복하였으니

그 아이의 기다림은 꽤 길고 지루했을 듯 합니다.

 

그래서 이 배롱나무를 "쌀밥나무"라고도 부른다지요.

 

 

 

 

 

 

 

 

 

 

 

 

 

 

 

 

 

 

 

 

 

 

 

 

 

 

 

 

 

 

 

 

 

 

 

 

 

 

 

 

 

 

화엄연못을 지나면 단아한 정자를 만나게 되지요.

 

 

 

 

분홍빛 물결들로 일렁이는 배롱나무꽃에 둘러싸인 곳..

 

 

 

 

깨끗하고 덕이 있는 아버지에 대한 추모로 지었졌다는 정자

 

 

 

 

전에 명옥헌에 대해 소개한 적이 있으나 다시 옮겨보자면~

 

이곳은 오희도(1583-1623)의 넷째 아들 오이정(1619-1655)이 부친의 뒤를 이어 이곳에서 글을 읽고 많은 저술을 남긴 별장터입니다.

우암 송시열은 그의 제자 오기석(1651-1702)을 아끼는 마음에 명옥헌이라 이름짓고 계곡 바위에 새겼습니다.

계곡 사이로 수량이 풍부했을 때에 <물이 흐르면 옥구슬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하여 이름을 얻었다 합니다.

이후 오기석의 손자 오대경(1689-1761)이 연못을 파고 정자를 세워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정자의 앞뒤에 네모난 연못을 파고 주위에는 적송과 배롱나무를 심었습니다.

 

 

 

 

인조는 왕위에 오르기 전 전국의 인재를 찾아 호남지방을 방문할 때,

후산(명옥헌이 위치한 곳이 담양군 고서면 산덕리 후산마을 입니다) 에 머물고 있는 오희도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이때 인조는 오희도를 등용하기 위해 세 번 찾아왔다고 하지요.

 

이때 명옥헌 뒤에 인조의 말을 맸던 오동나무가 있어, 인조대왕 계마행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현재 이 나무는 고사하여 없어졌다고 합니다.

 

정자 옆에 자리한 어여쁜 굴뚝까지

무엇하나 눈길가지 않은 것이 없는 곳입니다.

 

 

 

 

 

높다랗게 뻗은 아름드리 나무들,

붉은 배롱나무꽃만큼이나 아름답지요?

 

꽃은 지고 사라져도

저 나무는 든든하게 이곳을 지켜줄테지요?

 

 

 

 

정자에 올라 앉아 봅니다.

누구에게나 순하게 제 몸을 내어주는 넓은 마루..

또 다른 여행자는 저곳에 앉아 어떤 풍경을 보고 있을련지요.

 

 

 

 

그 옆에 나란히 앉아 보는 여행자입니다.

아하~ 이런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군요.

 

오래오래 보아도 지치지않을 풍경입니다.

 

 

 

 

정자를 둘러보고 다시 나오는 길,

아쉬움이 자꾸만 여행자의 발길을 붙듭니다.

 

 

 

 

백일동안 피고 지는 꽃,

아직도 한참을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줄터이니,

꽃이 지기 전에 한번 더 들러보아야겠습니다.

 

 

 

 

명옥헌 주차장에 못보던 천연염색 체험장이 생겼습니다.

 

 

 

 

시원한 통유리에 널찍한 실내,

다양한 염색 제품들 판매도 하고 있더군요.

 

이곳에서 마시는 오방차 한잔이면

명옥헌 마루에 앉아 마시지 못한 차 한잔에 대한 아쉬움이 좀 풀리려나요?

 

명옥헌 원림 찾아가는 길

 

주소 : 전남 담양군 고서면 산덕리 513번지

 

호남고속도로 창평 ic - 60번 지방도를 따라 고서 방향- 명옥헌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 - 명옥헌 원림

*입장료, 주차료 모두 무료입니다.

마을 분들이 나오셔서 수고하고 계시더군요. 아니 다녀온 듯, 조용히 다녀오시는 것 잊지 마세요~

 

 

 꽃무릇 핀 명옥헌을 보시고 싶으시다면~

 

화엄 연못가에 세들어 살고 싶은 욕심이 절로 생기는 명옥헌 원림 http://blog.daum.net/sunny38/11775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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